[파워중견기업] 없는 게 참 많은 특별한 강소기업
[파워중견기업] 없는 게 참 많은 특별한 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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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S해운을 두고 ‘참 특이한 회사’라고 하던데요, 없는 것이 참 많다죠? “일단 우리 회사는 38년째 노사분규가 없습니다. 노조는 있지만 분규 한 번 없었죠. 직원들이 대부분 회사 주주(우리사주조합 12.5%)인 데다, 오랜 세월 가족 같은 문화를 이어왔기 때문이겠죠.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경영진이 알아서 잘 해줍니다. 딴 비결은 없어요.”
-또 뭐가 없나요? “장부 조작도 없어요. 자신하건대, 거짓말이 전혀 없습니다. 저희 회사는 처음부터 고객(화주)에게 리베이트를 준 적이 없어요. 요구하는 곳이 있으면 다른 회사 알아보라고 합니다. 창업자부터 지켜온 원칙입니다. 위가 깨끗하면 아래도 그렇게 됩니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 ‘깨끗함’입니다.” KSS해운은 사옥도 없다. 돈을 못 벌어서? KSS해운은 지난 10년 연속 흑자다. 매출은 지난해 841억원으로 해운업계에서는 중상위권이지만, 당기순이익은 189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비율로 따지면 업계 1위다. 사옥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쓸데없는 데 투자 안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시나 사훈도 없다. “그런 거 있다고 회사 잘되느냐”는 게 윤 사장의 얘기다. 오너의 경영 간섭도 없다. 전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창업자 박종규 고문은 3개월에 한 번 정도 회사에 나온다. 모든 것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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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사원도 뽑지 않는다고요? “예전에 조선소를 해보려다 쫄딱 말아먹은 적이 있어요. 그때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를 많이 했는데, 비싸게 데려오다 보니 문제도 있고, 남들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데려오는 것도 보기 안 좋고, 그래서 우리가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 창업자 마인드였어요. 그러다 보니 회사가 더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되더라고요. 일단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언로가 뚫려있습니다. 사장인 나도 식권 받아 밥 먹어요. 직원들에게 물어봐요. 거짓말인가.” 윤 사장은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를 실제로 직원들에게 데려갔다. 직원들은 환하게 웃었다. 더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깨끗한 경영만 강조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경영 의지가 위축될 것도 같은데요. 전문경영인이라고 하지만, 일종의 ‘유훈 경영’ 같기도 하고요. “KSS해운은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왔어요. 효율적인 원가 관리로 이익률도 높습니다. 최근에는 선박 대형화 등 새로운 전략도 세워놨습니다. 대외비라 말 못할 공격적인 전략도 많습니다. 그리고 유훈 경영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장두찬 회장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전문경영인으로서 권리를 확실히 행사합니다. 경영자로서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너가 전혀 간섭하지 않습니다.” 시종 웃던 윤장희 사장이 딱 한 번 굳은 표정을 보인 순간이었다. 개인의 자존심이 상했다기보다는 회사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반응으로 읽혔다. 급히 말을 돌렸다.
-직원들 의견은 어떻게 듣습니까? “육상 직원들이야 늘 만나지만, 해상 직원들은 배로 직접 찾아가요. 가서 싸롱보이(조리원을 해운업계에서 그렇게 부른다)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도 하죠. 아랫사람들 얘기를 직접 들으려고 해요. 안 그러면 얘기가 위로 전해지면서 걸러지니까.”
-회사가 곧 상장되죠? “10월 26일부터 거래가 시작됩니다. 7월 말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어요. 그동안 홍보도 안 하던 회사가 기업설명회(IR)도 해야 하고 해서 요즘 우리 직원들이 바쁘다니까요.”
KSS해운은… 1969년 코리아케미칼캐리어스 설립 1976년 코리아케미칼해운으로 상호 변경 1994년 LNG 운송시장 진출 1995년 창업자 박종규 회장 2선 퇴임 전문경영인 장두찬 대표이사 체제 출범 1999년 KSS해운으로 상호 변경 2003년 창업자 박종규, 이사 사임 2004년 미국·유럽·동남아 LPG 운송시장 진출 2006년 매출 800억원 돌파 2007년 10월 상장 예정 |
-왜 상장을 결정했나요? “상장은 창업자가 회사를 설립하면서 주주들하고 한 약속이에요.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약속은 지켰어요. 그렇다고 주가에 신경 쓰지는 않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놔둘 겁니다.” 1969년 배 1척으로 시작된 KSS해운(당시 코리아케미칼캐리어스)은 현재 가스운반선 6척, 화학제품운반선 7척을 보유한 자산 2400억원의 강소기업으로 컸다. 200여 곳의 해외 고객은 대부분 10년 이상 단골이다. 부동산 자산도 없는 이 회사는 ‘투명경영’ 하나만 믿고 느릿느릿 커왔다. 외형보다는 실속을 중시한 탓에 매출 성장은 ‘굼벵이’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이익률이 20% 가까이 되는 ‘실속경영’을 하고 있다. 박종규 창업자는 지난 95년 2선으로 후퇴했다. 2003년에는 아예 등기이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버리고, 최대주주(31.43%) 신분으로만 남아있다. 여기서 밝혀둘 ‘이 회사에 없는 또 하나. 바로 ‘세습경영’이다.
-창업자가 세 명의 자제를 두셨는데요, 정말 회사에 전혀 관여를 안 합니까? “창업자의 생각이 확고했으니까요. 자제들도 그 뜻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경영은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 창업자의 신념이니까요. 세 자제는 모두 잘됐죠. 장남과 삼남은 미국에서 교수와 사업가로 있고요, 차남은 한국에서 조그만 중소기업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자기들 힘으로 한 거예요.” 오너가 경영권을 자녀에게 넘기는 것을 ‘선악’의 개념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경영자 자리에 있어야 고객과 주주에게 이익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자산 2400억원에, 곧 증시에 상장될 회사가 자제들은 아깝지 않을까? 그 아버지는 생각을 바꿔 대주주 자격으로 자제들을 불러들이고 싶지는 않을까?
-창업자 자제들이 혹 회사일을 맡아보겠다고 한다면요? “아 글쎄, 우리 회사는 경력사원 입사가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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