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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寶庫‘사하’를 아시나요

자원의 寶庫‘사하’를 아시나요

▶사하인들이 민족설화인 뉴르군 보우투르(기사)를 주제로 공연을 하고 있다.

1994년 봄 퇴근 무렵 전화가 울렸다. 러시아 야쿠츠크에서 왔는데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네 사람이었다. 그중 한 분은 70대 고려인이었다. 죽기 전 손자가 한국말을 하는 걸 보고 싶다고 울먹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사하’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그해 미하일로바 부통령(당시 야쿠츠크시 교육감) 주도로 ‘사하-한국학교’라는 특수목적학교(초·중·고교)를 열면서 한국어 교사를 요청해 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생을 포함한 4명의 교사를 보냈다. 모든 경비는 사하공화국이 댔다. 대신 우리도 매해 여름 사하의 우수 학생 15명을 초청했다. 2000년에는 야쿠츠크국립대학교에 한국학과를 개설했다. 지난 14년간 사하-한국학교와 야쿠츠크국립대학교 한국학과에 대한 지원은 주로 민간 차원에서 진행됐다. 10주년에는 한국 PTP(민간교류협회) 중앙챕터(당시 회장 박정배)에서 스타렉스 버스 한 대를 학교에 기증했다. 재외동포재단 지원으로 야쿠츠크 우수 교사 40여 명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 한국-사하친선협회(이사장 박정배, 회장 강덕수)가 결성됐다. ‘사하’는 시베리아 한복판에 있는 러시아연방 내 21개 자치공화국 중 하나다. 영토로 말하면 러시아 전체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거대한 나라다. 한반도의 15배나 되는 땅이다. 많은 부분이 동토(凍土)지만 동토라는 혹독한 조건이 사실은 신의 축복이다. 이곳 주민은 러시아인을 비롯해 원주민으로 야쿠트·에벤크·에벤인 등이 있다. 한국인도 1% 정도는 된다. 14~15세기께 야쿠트인이 바이칼 부근에서 북상해 지배민족이 되기 전에는 에벤크와 에벤인이 순록을 키우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에벤크와 에벤족은 만주에서 북상한 민족이 아닌가 싶다. 북태평양 연안 지역에는 코략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코략’이라는 이름이 고구려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최근 5년간 러시아 경제는 욱일승천하고 있다. 시베리아 동토 사하공화국에도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중국은 ‘야쿠티야 주간’을 조직해 사하와의 관계에 불을 지폈다. 일본은 유네스코 총재인 마쓰우라를 내세워 ‘맘모스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접근해 왔다. 이곳이 요즘 주목받는 것은 자원 때문이다. 사하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품질과 세공도 최상급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철·석탄·안티몬·우라늄 등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에 나오는 물질은 거의 다 나온다. 이 지역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천연가스 때문이다. 1970년대에 발견된 유전은 아직 본격적으로 채굴되지 않았다. 매장량은 약 23조m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0월 21일 사하공화국 시트로프 대통령이 경제문화사절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한다. 땅은 넓고 인구는 적다. 얼핏 소비시장으로 보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쉽지 않은 곳이다. 시트로프 대통령을 따뜻이 맞이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인 데만 있지 않다. 사하는 이미 14년 전 중국·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아왔다. 한국 부채춤을 보여 주고, 풍물을 연주하고, 한국 노래를 들려주며 우리보다 더 한국적인 정서를 사랑한다. 한국에 와서 브레이크 댄스를 배워간 청년들도 있다. 그들은 한국판 브레이크 댄스를 통해 한류의 첨병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자생적인 태권도 도장도 성업 중이다. 지난 14년간 많은 분의 작지만 정성 어린 관심과 지원이 나무를 키워냈다. 사하공화국은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다행히 이번 시트로프 대통령 방한에 정부와 여러 기업이 나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연방뿐 아니라 지방정부와도 돈독한 관계가 설정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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