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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려라 vs. 지금도 죽겠다

더 내려라 vs. 지금도 죽겠다

대부업 이자율 상한선을 49%로 낮춘다는 새 대부업법이 시행됐다. 지난 4일 발표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통해서다. 대부업자가 개인이나 소규모 법인에 돈을 빌려줄 때 이자율 상한선과 여신금융기관이 받을 수 있는 연체이자율 상한선을 현행 연 66%에서 49%로 낮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재정경제부는 “저소득층과 불량신용자 대부분이 필요한 돈을 대부업체에서 빌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40% 이상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한다. 고금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들이 좀 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리고, 빌린 후에도 고금리로 받는 고통을 경감시키자는 취지에서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자율 상한선에 대한 논쟁이 여전하다. 민노당과 참여연대 등은 “이자율을 더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부업체들은 “지금도 죽겠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 모두 재경부가 제시한 49% 이자율 상한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49%는 어떻게 책정된 것일까? 이대로라면 재경부 취지대로 저소득층과 불량신용자들의 고통이 감소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부 다 아니다”다. 재경부가 명확한 근거 없이 ‘대략 이 정도쯤이면…’하는 방식으로 산출했기 때문이다. 재경부 담당자의 말은 이랬다. “대부업체의 조달금리, 영업비용, 연체 리스크 금리 등을 대략 감안해 결정한 것입니다. 솔직히 정확한 산출 근거는 없어요. 50% 이상이면 왠지 이자율이 높아 보이는 것 같고, 금리를 대폭 인하하자는 주장대로 20~30%대로 낮추면 대부업체의 반발이 심할 것 같아 40%대로 정했습니다. 그중 가장 적정해 보이는 게 49%더군요. 많아 보이지도 않고 적어 보이지도 않고….”
수치 논쟁에 서민 등만 터져
“그렇다면 48%로 해도 별 문제 없는 것 아닙니까?”(기자) “솔직히 48%도 별 문제는 없지요.” 결국 정부는 별다른 근거없이 이자 상한선을 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나, 대부업체 모두가 반발하는 등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대부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측은 “대부업체들의 평균 원가금리는 58.1%”라며 “자산이 70억원 미만인 대부업체들은 정해진 이자율 49%보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불법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변경된 이자율 상한제가 등록 대부업체들을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몬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에 등록된 1만8000여 개 대부업체 중 80% 이상이 “현 이자 상한선을 지킬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원가금리도 못 받고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지킬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가 주장하는 원가금리 58.1%는 조달금리 평균 15%, 일반관리비 29%, 연체 리스크 금리 8.9%를 바탕으로 책정된 수치다.
그러나 민노당과 참여연대 등은 “이자율을 더 낮추자”고 주장한다. 송태경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실장은 “그동안 대부업체들은 말도 안 되는 이자로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며 “정부는 장기적으로 대부업의 이자율을 25%대까지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대부업의 이자가 25%가량만 돼도 충분한 이윤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민노당 측은 어떤 근거로 25%의 이자율 상한제를 주장하는 것일까? “97년 이전에 사금융 시장의 평균 금리(어음할인 금리, 담보대출 금리 등 포함)는 연 24~36%였습니다. 당시 시장평균 대출금리는 13~15%였던 것에 비하면 10~ 20%포인트 높았던 것이죠. 이 정도만 높아도 충분한 장사가 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대부업체들은 40%포인트 이상 높게 받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평균 대출금리가 6~7%이니까요. 이자를 25%로 내려도 대부업체들은 충분한 수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국내 대부업체들은 큰 이익을 남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3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산와머니는 2005년 988억원, 2006년 11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년간 3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것. 300% 이상의 영업이익 성장률은 보기 드문 실적이다.
40%이상 이윤남는대부업
또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 운영하는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2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밖에 리드코프, 원캐싱 등 대표적인 대부업체들도 지난해 1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3년 정부는 대부업법을 공표하면서 이자율 상한선을 66%로 못박았다. 당시에도 대부업체들은 “손해 보면서 영업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들 주장과는 달리 대형 대부업체들은 매년 엄청난 이익을 챙겨왔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논쟁이 ‘의미 없는 싸움’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자율의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재선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사무총장은 “이자율 위반 등으로 걸린 대부업체의 99% 이상이 과태료를 부과받는 수준에서 처벌을 받고 있다”며 “그나마 납부하는 과태료 평균도 300만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대부업 관리감독은 각 지자체에서 하고 있다”며 “이제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위원장이 은행에 대부업 강요?


은행들 ‘공공성 해친다’며 시큰둥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에 서민금융, 즉 대부업 진출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감독 당국은 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부업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대부업 시장에서 고금리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반해 금융권에서는 “제도권 금융기관이 고리대 영업을 한다는 비난을 감수할 만큼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한 강연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이 서민금융을 전담하는 회사(소액신용대출회사)를 세우는 등 서민금융 부문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가 위기에 처한 제도권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넣어 현재 수조원의 흑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서민금융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즉 시중은행들이 자회사로 캐피털사나 대부업체를 설립해 서민들에게 연 20∼30%가량의 상대적 저금리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의미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대부업체를 설립하는 방안을 저축은행업계에 제안하기도 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최대주주가 되고 나머지 지분은 저축은행들이 나눠서 출자하는 형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공동 대부업체 설립은 전적으로 감독 당국의 아이디어였다”며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감독 당국이 서민금융 진출을 적극 권고하자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감독 당국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은행이 대부업에 진출할 경우 사채놀이를 한다는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사실 고금리 영업은 은행의 공공성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고금리 영업보다는 마이크로크레디트 등 대안금융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낫다”고 제안했다. 감독 당국이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해 대부업의 살인적인 고금리 문제를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말 안 듣는 대부업체들 대신 말 잘 듣는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해 대부업의 살인적인 고금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며 “문제의 본질인 대부업의 이자 상한선부터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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