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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반정부 폭동 가능성도

서민들 반정부 폭동 가능성도

▶테헤란에서 휘발유값 인상으로 주유소에 불을 지르는 등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유가 100달러 시대’가 현실이 되면서 지구촌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활동, 개인생활은 물론 국가정책까지 이에 맞춰 대대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유가 100달러 시대를 코앞에 두고 전 세계적으로 자원 민족주의 경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살벌한 에너지 확보 전쟁이 더욱 험악하게 전개될 것이란 이야기다.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이 특히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석유의 25%를 쓰면서 그 가운데 60%를 수입하는 미국은 석유 확보를 위해 카스피해 석유를 지중해로 실어 나르는 BTC 송유관 건설에 진력할 수밖에 없다. 카스피해의 석유를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가져오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카스피해 연안 가스·석유 생산국인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에 대한 각국의 투자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 경유지인 그루지야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지역의 비민주적인 정치체제와 장기집권 독재자에 대한 미국의 비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유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동맹인 미국의 만류에도 이란의 아자데간 유전에 석유 확보를 조건으로 거액을 투자했다. 일본은 애초 유전 개발비용 20억 달러 가운데 75%를 투자하고 2012년부터 하루 15만~26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미국과의 갈등 끝에 지분을 10%로 대폭 줄였다. 하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을 지탱하기 위해선 상당량의 에너지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아프리카에 대한 외교를 더욱 강화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다른 에너지원 확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자원 둘러싼 국제 대결 가속화
미국은 중앙아시아 석유 확보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 남부의 카라치까지 연결되는 송유관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에 대한 공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소탕해야 안전하게 송유관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과 일본 등의 자원 외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대대적인 원조를 제공하고 지도자들이 줄이어 순방하면서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에너지 보유국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과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영유권 쟁탈전이 거세질 전망이다. 공동 개발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유가 100달러 시대는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을 채찍질하고 있다. 청정 에너지, 또는 그린 에너지로 불리는 저공해 에너지다. 자원이 한정되지 않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가 최근 브라질을 중심으로 새롭게 부각하고 있고,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선 풍력, 태양열, 조력 발전 분야에서 대대적인 기술개발과 산업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에너지 절감 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씨티그룹과 같은 세계적인 금융투자회사들은 풍력과 태양에너지 개발 관련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고성장과 큰 이익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서서히 줄어 2030년엔 77%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4년의 80%에 비해 3%포인트 줄어든 비율이다. 이와 함께 풍력이나 태양, 지열 등 그린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30년엔 2.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4년 0.5%에 비해 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붐과 함께 우라늄 확보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 가속화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은 호주 우라늄광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프리카·호주·중앙아시아 등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들의 최근 순방국은 대부분 자원 강국에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 절약 상품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로 도요타가 상당한 성공을 거두자 지금까지 이 분야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GM도 적극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고유가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100달러 시대를 맞으면서 그동안 가격 경쟁력 때문에 사장됐던 다양한 에너지원이 새롭게 각광 받으며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석탄이 부활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석탄 가격은 t당 130달러에 이른다. 이는 올해 초에 비해 2배, 1980년대 말에 비해 5배 오른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석탄을 쓰는 화력발전소를 대대적으로 건설한 점이 석탄 가격을 끌어올린 주 요인이지만, 석유를 비롯한 다른 에너지값이 많이 오른 것도 큰 원인이다. 오른 가격으로 어느 정도 수지를 맞출 수 있게 되자 석유 대체 에너지원으로 석탄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비용과 수요 감소로 거의 명맥이 끊어진 영국의 석탄산업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년 계약으로 석탄을 공급받던 독일 화력발전소들이 최근에는 10년 단위 장기 공급계약을 요청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주민 고통 심해져 정치 불안
영국 석탄산업은 한때 정부 보조금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퇴물산업의 대명사였다. 80년대 초 마거릿 대처 총리의 보조금 중단 조치로 그나마 명줄도 끊겼다. 당시 탄광노조는 대파업으로 맞섰으나 대처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끝내 패배했다. 하지만 20년도 더 지난 지금 잉글랜드 북부와 웨일스의 탄광지대가 석탄 수요 증가로 들뜨고 있다고 IHT는 보도했다. 신문은 에너지 안보라는 측면에서도 방치된 탄광이 각국에서 새삼 주목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고유가는 각국에서 정치적인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유가 상승은 각국에서 서민층의 불만을 촉발하고 정치적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란에선 올여름 휘발유 가격을 25% 인상하고 배급제까지 실시하자 수도 테헤란 등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미얀마에선 8월 석유값이 오르면서 민주화 시위를 촉발했다. 독재정권이 무능해 석유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는 국민의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중동국가인 예멘과 이라크 등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히말라야 산맥 깊숙이 자리잡은 네팔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일 “아시아 여러 나라가 서민생활 지원을 위해 오랫동안 보조금을 줘가며 기름값을 비교적 낮게 유지해 왔지만 최근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정책 변화의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그동안 원유 수요 증가를 주도해 왔던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고도 성장국가들에서 기름값 급등과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이는 경제, 사회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며 심한 진통을 예상했다. 100달러 시대는 일부 국가가 시행 중인 유류가격 보조금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물가안정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석유에 상당액의 보조금을 지급해 소매가격을 싸게 유지해 온 인도 정부도 고유가로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조만간 기름값을 올릴 태세다. 뭄바이 HDFC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브힉 바루아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불과 한두 달을 견디지 못하고 내년 초께에는 유류 소매가를 불가피하게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사정은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다. 석유 대량 소비국인 중국은 10월 31일 오후 가솔린과 디젤 가격을 전격적으로 10% 인상했다. 중국은 인플레를 막기 위해 유류제품 가격을 동결해 왔으나 국제 유가와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원가상승 부담을 우려한 정유사들이 공급을 축소하자 더 큰 문제가 벌어질까봐 결국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미 4.7%가 오른 중국 물가가 더욱 오를 전망이다. 유로존(유로화 단일통화지역) 13개국의 물가가 10월 중 2.6% 올라 2005년 9월 이래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100달러 시대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까지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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