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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단상] 놀부 심보에 사회 멍든다

[경영단상] 놀부 심보에 사회 멍든다

최근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주자 간 인신공격이 극에 달했다. 도둑놈, 나쁜 놈, 차떼기 선거, 놀부 심보 등 흠집내기(네거티브) 공격이 거세다.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이 고작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하는 자조적인 한숨이 나온다. 놀부 심보란 심술 궂고 마음이 사나워서 남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심사란 의미다. <흥부전> 에 나오는 놀부의 행태를 보면 초상 난 데서 춤추기, 불 난 데 부채질하기, 우물 밑에 똥 누기, 애호박에 말뚝 박기, 얼굴에 종기 난 놈 쥐어박기, 앓는 눈에 고춧가루 뿌리기 등이 있다. 그래도 여기까진 봐 줄 만하다. 그러나 아이 밴 계집 배차기, 곱사등이 엎어놓고 밟기, 우는 아기 똥 먹이기 정도로 가면 이만저만 고약한 심보가 아닐 수 없다. 심각한 해악을 미칠 수 있어서다. 나도 어릴 때는 또래들과 어울려 장난질을 많이 했다. 여학생들이 노는 고무줄을 칼로 끊거나 오자미를 가로채 남학생들끼리 이리저리 돌리는 것은 아주 고전(?)에 속한다. 비 오는 날 구덩이를 파서 진흙탕으로 만들고 그 위에다 연탄재를 살짝 뿌려 놓으면 오가는 사람들이 백발백중 빠지는데 그 재미가 쏠쏠했다. 스타킹을 신은 예쁜 아가씨들이 빠지면 환호성을 지르곤 했다. 조금 심한 장난으로는 골목길 양쪽에서 나일론 실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특히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이 실에 목이 걸린 모습을 보고 그렇게 재미있어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위험하고 짓궂은 장난을 한 셈이다. 어릴 때 짓궂은 장난을 많이 해서일까? 최근 아이들 장난에 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벌써 몇 번째 아이들이 장난 전화를 해서 ‘63빌딩을 폭파하겠다’고 거짓신고를 하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가 생겼다. 이번 추석에도 ‘63빌딩 폭파’ 협박이 경찰서에 신고됐다. 경찰 특공대를 포함한 경찰관 120명, 경찰견 4마리, 경찰차량 12대, 소방차량 10대 등이 63빌딩에 투입돼 수색에 나서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직원 역시 비상 연락망을 통해 비상소집 통보를 받고, 회사 전체가 즉각 비상근무 태세에 들어갔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직원들도 바로 귀경길에 올라야 했다. 대부분의 신고는 99%가 장난 전화인 줄 알지만, 만약의 경우 정말 사고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긴장 속에 비상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보통 이런 전화는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놀부 심보가 발동돼 거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범인을 잡고 보니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였다. 추석 전날 ‘테러 정보를 입수한 경찰이 여의도를 수색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호기심에 거짓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거짓 신고한 어린이는 형사미성년자로 처벌을 할 수 없어 조사만 받은 뒤 귀가 조치시켰다고 한다. 수백 명의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추석 연휴를 망쳐 놓은 죄(?)는 그냥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셈이다. 최근 신문을 보니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아 해당 구청으로부터 이행 강제금을 부과받은 60대 남성이 ‘구청을 폭파하겠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를 했다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허위 신고로 많은 공무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이 방해를 받았기 때문에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63빌딩 폭파협박’도 죄질 가운데 가장 나쁜 것이라 생각한다. 경찰·소방서를 비롯한 공무원뿐 아니라, 입주한 오피스 직원들도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하고, 회사는 영업장 문을 모두 닫고 손님을 대피시켜야 하는 등 그 피해가 매우 컸다. 비록 아이들이 거짓 전화를 했더라도 그 아이의 부모가 민사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한 게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 장난도 장난 나름이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장난은 단호히 근절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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