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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주역들] “코리아펀드 세계에 수출하겠다”

[자본시장의 주역들] “코리아펀드 세계에 수출하겠다”

다시 불거진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우려, 중국발 인플레이션 공포 확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 한계치를 벗어나고 있는 환율 등 대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역사적 최고점인 2064포인트를 기록했던 코스피는 불과 보름 만에 100포인트 이상 날아가버리면서 다시 1900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그 사이 시가총액은 42조원이 증발했다. 승승장구하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잔치는 끝난 것인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돈이 된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가는 뇌동매매(따라하기식 투자)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출시 한 달 만에 4조원이 넘는 시중자금이 몰린 인사이트펀드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 증시 지난 4년간의 호황은 이제 막을 내리는 것일까.
“투자자들 기대수익 너무 높아”
20년 경력의 증권전문가인 백경호(45) 우리CS자산운용 사장은 국내 증시의 조정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로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들었다. “최근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큰 폭 조정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초기 대응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건은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느냐인데 현재로선 쉽게 진정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와 같은 큰 폭의 증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죠.” 국내 증시를 낙관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비관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사장은 “증시 주변 여건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의 경우 중국 경제성장의 수혜라는 호재가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위안화절상 등으로 중국 경제가 다소 침체되더라도 7%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한다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대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일희일비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성장으로 펀더멘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정장세가 지속된다면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백 사장은 우선 기대수익부터 낮출 것을 충고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이 연 100% 이상으로 턱없이 올랐다”며 “시중자금이 쏠린 인사이트펀드는 이 같은 높은 기대수익의 결정판”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다 세밀하고 분석적인 분산투자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분산투자 하면 단순히 여러 곳에 투자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역상관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투자하죠. 예를 들어 비슷한 리스크를 지닌 세 가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서 ‘분산투자했다’라고 말하죠. 이건 분산투자가 아니라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는 일입니다. 한쪽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다른 한쪽으로 방어할 수 있는 역상관 관계를 감안해 투자하는 것이 바로 분산투자죠.” 투자 유망 상품으로는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크게 영향받지 않을 자원부국 또는 하이테크 기술 보유국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를 권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백 사장은 러시아 투자펀드를 꼽았다. 그는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투자 유망 국가”라며 “특히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데다 기술력도 뛰어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에서도 꾸준한 경제성장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우리CS자산운용은 2006년 5월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우리자산운용과 글로벌 금융기관인 크레딧스위스그룹이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다. 우리자산운용의 대표였던 백경호 사장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합작사 설립 이후에도 사령탑을 맡았다. 합작사 설립 후 지난 1년간 자산운용 인프라 개선에 주력했던 백 사장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력 발휘에 나설 계획이다. 11월 14일 현재 우리CS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잔액은 13조6340억원으로 자산운용업계 6위. 백 사장은 크레딧스위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선진노하우를 기반으로 3년 내 업계 톱 3의 리딩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150년 이상 투자은행업과 PB업을 해 온 CS와 합작을 한 덕택에 자산운용 인프라를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CS의 선진 금융상품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내실과 외형을 키우는 한편 CS와 공동으로 중앙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도 진출해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변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우리CS자산운용은 오는 12월 순수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국내 투자용 역외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CS코리아펀드’(가칭)가 바로 그것.
외국인들 한국증시에 큰 관심
이 펀드는 우리CS자산운용의 간판 펀드인 ‘프런티어우량주식펀드’와 비슷한 구조로 국내 대표 우량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상품개발이 끝나면 크레딧스위스그룹을 통해 전 세계 30여 개국의 부자 고객에게 판매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외 자산운용사가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위해 외수펀드(외국인 전용펀드)를 내놓은 적은 있지만 역외펀드를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수펀드란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위해 국내에서 설정된 펀드인 반면 역외펀드는 해외에서 설정된 펀드를 뜻한다. 백 사장은 “크레딧스위스의 PB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순수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역외펀드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역외펀드인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개발하고 있으며, 상품 등록도 룩셈부르크에 하게 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글로벌 증시 조정을 감안한 상품들도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러시아 등 성장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는 물론 글로벌 천연자원펀드, 글로벌 인프라펀드 등 테마형 틈새상품들도 잇따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의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군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매년 10개 내외의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죠. 특히 내년에는 글로벌 증시 조정을 감안해 잠재력이 큰 성장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와 테마형 틈새상품들을 선보일 방침입니다.” 백 사장은 최근 펀드시장에서의 미래에셋 독주에 대해 “경쟁사이지만 참 잘한다. 우려보다는 자극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CS자산운용을 비롯해 모든 자산운용사가 자성하고 분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에셋이 독주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국내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펀드시장을 잘 아는 오너가 경영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10년간 자신의 투자철학을 고집해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국내 펀드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에셋의 대항마가 많이 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의 대항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죠. 자산운용사에 고객 신뢰란 펀드 성과를 뜻합니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고, 더 좋은 성과를 낸다면 고객 신뢰는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죠. 합작 이후 선진 금융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 우리CS자산운용이 고객 니즈에 맞는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면 3년 안에는 리딩 컴퍼니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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