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간 출신 금감위원장 물망
지난 10월 10일 한나라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이명박 후보는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소개하면서 “정치권 근처도 오지 않겠다는 최고의 금융인을 어렵게 모셔왔다”고 말했다. 이채로운 것은 8명의 중앙선대위원장보다 먼저 소개한 것. 이는 황영기 전 회장의 영입에 이 당선자가 들인 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경선 직후부터 황영기 전 회장에 대한 한나라당 영입설이 나돌았지만 정작 본인은 “정치에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쳐왔다. 그러다 9월 본격적으로 이명박 캠프에 합류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황 전 회장이 국책은행 민영화, 금산분리 완화 등 굵직한 금융정책 마련에 중심을 잡아줬다”고 말한다. 선비 스타일인 그는 토종자본론 주창자다. 이 때문에 그가 이명박 캠프에 합류했을 때부터 금산분리 완화나 금융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평소 소신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금융 전문가지만 그가 캠프에서 한 일은 주로 ‘서민경제 살리기’와 관련된 정책 마련이다. 이 당선자가 그렇게 주문을 했다고 한다. 황 전 회장은 “대기업은 여건만 만들면 알아서 잘하니, 서민경제 쪽에 신경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공약이 700만 금융 소외자 신용회복, 영세자영업 및 재래시장 활성화,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기초생활수급제도 개선, 중증 장애인에 대한 기초장애연금 지급 등이다. 그는 특히 지난 11월 26일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통해 제도권 은행장으로 있었을 때 상대적으로 소홀했을 ‘서민 금융정책’을 제안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날 그는 “신용불량자가 266만 명, 사금융을 이용하는 신용 취약자가 400만 명을 웃도는 등 서민의 경제사정은 지난 10년간 크게 악화됐다”며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사회구조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만큼 시장논리보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신용불량자 신용회복 및 자활지원, 대부업 제도 개선을 통한 서민금융 안정화, 서민 자활프로그램 전담 금융기관인 마이크로 크레디트 설립, 대학 학자금지원제도 개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은 대부분 한나라당의 공약에 포함됐다. 황영기 전 회장이 이명박 당선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각각 서울시장과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때다. 서울시의 금고 은행이 우리은행이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이나 황영기 은행장은 서로에게 큰 호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2005년 청계천 복원 때 공사비 26억원이 드는 삼일교를 지어 서울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우리은행이 함께 만든 ‘노숙자 전용카드’로 사회적인 호평을 받은 것도 둘 사이의 관계를 끈끈하게 한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황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본인은 정작 “새 정부에서 일을 하게 될지, 일을 하고 싶을지, 핵심 참모들이 나를 필요하다고 여길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진작부터 ‘민간 출신 첫 금융감독위원장’이라는 하마평이 돌고 있다. 하지만 황 전 회장이 삼성 특검법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관건이란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렇다 해도 이 당선자의 그에 대한 믿음이 강해 어떤 형태로든 중용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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