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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서 좋지만 환경에는 해롭다

싸서 좋지만 환경에는 해롭다

지난 10여 년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차는 인도 타타자동차의 ‘국민차’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개봉과 같은 열띤 분위기의 발표장이었다. 4년 동안 개발과 관련된 사항이 일체 비밀에 붙여졌던 차를 처음 촬영하려고 100명이 넘는 사진기자가 몰려들었다. 라탄 타타 회장은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과 컴퓨터의 발명을 언급하면서 커튼을 젖혔다. 나노(Nano)라는 이름의 이 차는 4인승에 길이가 3m를 약간 넘고, 642cc 엔진을 장착했으며 용접한 철판 대신 플라스틱 재질에 접착제를 사용했다. 억측이 구구했지만 타타는 이 차를 10만 루피(2500달러)에 시판할 계획이다(타타 측은 “약속은 약속”이라고 말했다). 나노는 현재 인도 시장 선두업체인 마루티 스즈키 최저가 모델의 절반 가격에도 못 미친다. 모터스쿠터와 모터사이클을 이용하는 도시인들을 겨냥해 책정한 가격이다. 그에 따라 저가형 자동차 시장이 활성화되고 마루티 스즈키를 비롯한 제조사들이 가격인하 압박을 받게 되면서 향후 5년간 새로운 운전자 수백만 명이 등장하리라 예상된다. 인구 10억 명의 나라에서 새로운 운전자가 급증하리라는 전망은 나노 자동차를 새로운 오염원으로 우려하는 환경론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초저가 자동차가 대중교통보다는 승용차에 의존하는 미국식 개발을 부추긴다고 우려한다. 자동차가 많아지면 이미 절반 이상의 인도 도시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공해가 심해지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난다. 예일대 환경 전문가 대니얼 에스티는 “나노는 상당히 심각한 환경재해를 예고한다”고 말했다. 타타자동차는 최소한 공기오염이라는 문제의 비난을 모면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웨스트 벵갈주 싱구르의 공장에서 출고된 첫 모델은 휘발유 ℓ당 20㎞를 주행하며 인도가 채택할 유럽의 배기가스 배출기준에도 부합한다. 나노의 오염 수준은 스쿠터보다 낮으며 연비도 마루티 모델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타타 측은 주장했다. 나노의 촉매변환장치는 대부분의 오염 물질을 80% 정도 감소시켜 서구 모델들의 99%에는 못 미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환경론자들은 몇 년간 사용 후에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인도인들이 대체로 자동차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촉매변환장치가 고장 나면 가스배출량이 다섯 배까지 늘어난다. 촉매변환장치가 걸러내지 못하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휘발유 연소가 많을수록 이산화탄소 배출은 늘어난다. 나노가 모터스쿠터와 모터바이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지만, 델리의 교통 형태를 연구한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교통연구소 대니얼 스펄링 소장에 따르면 이들 이륜차의 휘발유 ℓ당 주행거리는 54㎞로 나노의 2배 이상이다.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은 거의 틀림없이 늘어난다. 스펄링은 “이 차가 한 대 팔릴 때마다 승객 수에 따라 (승객당) 연료 소비가 2~7배 증가한다”고 말했다. 서구의 환경론자들은 안다. 자가용 승용차, 특히 가장 엄격한 서구의 배출기준에 맞는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인도인들을 비난할 만한 도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이 차의 출현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훨씬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세상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증가 전망을 다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크게 당황했다. 퓨 지구기후변화 연구소의 주디 그린월드 혁신방안국장은 “우리는 어떤 보고서에서도 이런 자동차의 출현을 예상하지 못했다. 완전히 새로운 항목이다. 앞으로 모든 사람의 예측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인도 지도자들은 이제 자국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미국처럼 자동차 기반 사회가 되리라는 전망에도 대처해야 한다. 타타자동차의 회장은 그의 회사가 인도나 지구의 공기 오염 실태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발끈했다. “우리가 잘해서 매년 50만 대의 소형차를 판매한다 해도 5년 후 이 나라 전체 승용차의 약 2.5%를 차지하게 된다. 그 정도로 악몽의 원흉 취급을 받기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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