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시계는 쌩쌩 돌아갔지요”
“시청 시계는 쌩쌩 돌아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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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근무 시절, LA 시내 급행버스를 시승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음성직 사장. |
“MB는 CPU 여러 개 장착한 컴퓨터”
음성직 사장이 말하는 MB ▶ 멀티 CPU를 장착한 리더 ▶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믿는 현장형 ▶ 길거리에서도 결재하는 실무형 ▶ 신중한 판단, 거침없는 실행 ‘생각하는 불도저’ ▶ 시작과 끝을 동시에 보는 직관과 통찰의 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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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쿠리치바의 버스환승센터 육교 위에서 시찰 중인 이 당선인과 음 사장. |
의사 결정은 속전속결주의 음 사장은 이 당선인이 시청 공무원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다른 비결을 빠른 판단과 효율적 조정 능력에서 찾는다. 일주일에 한 번은 어김없이 시장 주재 회의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모든 의사 결정은 바로 그 자리에서 끝을 낸다. “다음에 논의해 보자”는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버스 색깔을 결정할 때도 시안 10개를 제시하면 장단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이게 낫구먼”하고 시행토록 하는 식이었다. 공청회나 토론회는 없었다. “어찌 보면 의견수렴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가 판단할 일은 전문가에게, 시민이 판단할 일은 시민에게 맡기자는 것이었죠.” 당선인은 의사 결정 속도뿐 아니라 실행 속도도 빨랐다. 속전속결이 가능하도록 부서별로 업무를 분담하게 했다. 예컨대 음 사장에게는 교통 시스템에 관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토록 하는 한편, 이 당선인은 버스에 프로그램이 제대로 입력됐는지 자정까지 공무원들을 동원해 일일이 점검해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다. “그렇게 이중, 삼중으로 점검하니까 어느 한 군데서 거짓으로 대충 보고할 수 없도록 한 것이죠.” 당선인은 서울시청을 기업형으로 바꾸는 데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공무원의 안일한 예산집행을 보면서 “기업은 돈 버는 일에 전사적으로 움직이는데, 시청은 있는 예산을 쓰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며 질책하곤 했다고 한다. 준비 없이 방심하는 공무원도 용납하지 않았다. 미국 출장 때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직원 실수로 놓쳤을 때의 일이다. 당시 당선인은 “기업에서는 이럴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공, 기차, 자동차 편 등 세 가지 수단을 마련해 두었을 것”이라며 “수천 억짜리 계약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당선인이 서울시청 공무원의 업무 방식과 마인드를 바꿔놓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음 사장은 “공무원은 변화를 꺼리지만, 일단 결정된 사항은 잘 따른다는 것을 당선인이 간파했기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MB를 화나게 하는 보고서 |
“지난번하고 얘기가 다르잖아?” “이거 이상한데, 스펠링이 맞는 거요?” 서울시장 시절, 이 당선인은 보고서를 받아들고 ‘청계천’을 영문으로 표기한 지점을 가리키며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자는 깜짝 놀랐다. 정말로 표기가 이상했던 것이다. 안경도 쓰지 않고 깨알 같은 글씨를 읽고, 철자가 틀린 것을 찾아내다니. 관련 부서의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당선인에게 보고서 양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 장짜리도 좋고, 수십 장을 묶은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단 제출된 보고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꼼꼼히 읽는다. 당선인의 기지는 그런 다음 발현된다. 계산이 틀린 숫자는 물론, 원고 교열을 보듯 맞춤법에 어긋나는 단어까지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앞뒤가 안 맞는 문장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 일관성 없는 보고서를 가장 싫어한다. 당선인의 기억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보고서 분량을 문제 삼지 않을 뿐 아니라, 문서 없이 구두로 보고하는 것도 “OK”다. 보고자가 두서없이 장황하게 늘어놓을지라도 일단 끝까지 듣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그러나 당선인에게 보고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지난번하고 얘기가 다르잖아?” 다 좋은데 사실과 다르면 큰일이다. 또 전에 보고한 내용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절대 용납지 않는다. 보고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보고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시장 시절, “청계천 상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담당 국장이 “장기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동남유통단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당선인이 “국장이 직접 들은 겁니까”라고 다시 묻자, 국장은 “과장으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자 당선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럼, 상인들을 만난 그 과장보고 직접 와 보고하라고 하세요.” 그 뒤로 국장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확인해야 할 사항을 확인하지 않는 것도 불호령 감이다. 시장 시절, 하루는 대변인에게 “오늘 신문 봤습니까? 기사가 이상하던데” 하고 물었는데, 대변인이 “미처 못 봤다”고 하자, “대변인이 신문도 안 보느냐”며 호통쳤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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