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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에서 북한 위험 커져

MB 정부에서 북한 위험 커져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인민군 297부대를 시찰 중 여군들과 만나고 있다.

안보환경은 기업경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반도 정치·경제 및 현재와 미래의 안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한반도 안보지수를 만들었다. 올해 2월 조사 결과 한반도 안보지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2월에 실시된 한반도 안보지수 조사 결과 ‘종합현재지수’는 2007년 4분기에 비해 2.09포인트 하락한 51.67로 나타났다. 지수가 50선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 전문가들이 한반도 상황을 지난 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여전히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한반도 안보상황에는 특별한 쟁점이 없었음에도 지수가 다소 하락한 것은 의외의 결과로 여겨진다. 지수가 하락한 이유는 각국 전문가들이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과 북한, 그리고 주변 4강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 특히 남북관계에 변화가 생겼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을 둘러싼 긴장 조짐이 향후 얼마나 확대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다수 전문가는 그다지 크게 우려할 만하지는 않다고 대답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초반 기선잡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얻을 것이 많았던 기존의 대북정책을 뒤집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못마땅한 북한으로서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반면 자신의 최대 우방인 중국이 오는 8월 올림픽이라는 커다란 국제행사를 열고 이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꿈꾸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행동이 자칫하면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조사에서도 ‘종합예측지수’는 지난 분기에 비해 1.10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50선을 상회하면서 현재지수보다는 약 1포인트 정도 상승한 52.64로 나타났다. 우선 지난 조사 당시 현재지수 58.24, 예측지수 55.33으로 가장 낙관적으로 평가되었던 북한 변수가 각각 47.84, 46.19로 3개월 만에 가장 비관적으로 바뀐 것이 눈에 띈다. 지수가 돌아선 이유는 설문에 참여한 각국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현재와 미래 각각 46.31, 47.16, ‘북·미 관계 개선 가능성’이 46.88, 48.01로 올해 들어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지난해 하반기와 달리 40.34와 39.49로 비관적으로 바뀐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측 전문가는 “북핵 문제는 궁극적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 문제로 연결되며 이를 위해서는 미 의회가 북한을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가 관건인데 미 의회는 현재 김정일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북한은 향후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정책 검토 등으로 시간이 걸리는 점이나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상호 신뢰구축을 위해서라도 지금 핵과 관련해서 큰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일본 측 전문가 역시 “클린턴 행정부 때는 임기 말에 가서야 북·미 관계 개선 프로세스가 시작됐지만, 부시 행정부의 임기는 아직 1년 정도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 반년은 여기에 투입할 여력이 있다”며 “부시 행정부가 초기에는 북한을 전술적으로 접근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분명히 북핵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은 해결 의지가 있는데 북한이 얼마만큼 행동할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비관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도 많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측 두 전문가는 한목소리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그 이유는 ▶핵이 갖고 있는 체제 전복 방지 기능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 방지 기능 ▶후계자 체제 보호 능력 ▶외교 담판을 위한 최후 카드로의 활용성, 국가의 국제적 지위 유지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특히 “미국이 2007년 2·13 합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에서 해제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남한이 지난 2차 정상회담에서 경협 확대 등의 제안을 한 것은 북한이 핵의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50여 명의 주요국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북한의 희망사항은 무엇일까? 중국 측 한 전문가는 “북한은 핵을 통해 국내 정치적 응집력을 공고히 하고 있기 때문에 핵을 양보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적성국교역법 적용에서 해제하는 것을 미국 의중을 판단하는 가늠자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제재 조치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북·미 관계 악화가 한반도 안보환경 악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완충역할을 자임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위해 한·미 관계를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설문항목 가운데 ‘미국 핵심 리더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현재와 미래 각각 62.22와 71.31, ‘미국 언론의 한국에 대한 인식’ 역시 59.94와 65.91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평가가 나왔다. 반면 ‘남북 간 교류 협력의 추세’는 각각 46.88과 40.06, ‘남북 당국 간 관계’는 45.17과 36.93으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정도’가 현재지수 46.88에서 예측지수 41.48로 2분기 동안 더욱 악화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부분이 주목된다. 남북관계와 관련된 항목에서 현재지수보다 예측지수가 더욱 나쁘게 나온 점은 현재 북한이 보이고 있는 대남 강경 분위기가 적어도 3개월 후까지 지속되는 것뿐만 아니라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1분기 조사가 올 2월에 실시됐던 점을 감안할 때, 현재지수가 이같이 평가된 점은 각국 전문가들이 최근의 미사일 발사실험 등 북한의 강공책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비관적으로 나타난 예측지수 역시 북한의 강경 행동이 더욱 고조된 형태로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최근 북한이 NLL을 자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이 특히 주목된다. 북한은 한반도 주변에서 위기 수준을 재차 끌어올리면서 미국과는 김계관-힐 간의 대화를 지속하는 전략을 구사해 문제의 핵심이 북·미 간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 자신이 국제사회를 요동시킬 만큼 여전히 입지가 공고하고, 안보상 우려가 커지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확인시키는 동시에 미국에는 해결 의지를 명확히 하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이상의 KPSI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해 볼 때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북한과 북한의 핵문제가 한반도 안보환경 악화의 핵심 변수로 재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변수는 주춤
이번 조사결과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로 일본이 과거와 달리 현재와 미래 각각 54.84와 57.80으로 여타 국가들에 비해 가장 안정적으로 평가된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한·일 관계’가 57.67과 66.19, ‘일본 핵심 리더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60.51과 67.61로 높게 평가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일본 측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더불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의 높은 기대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은 51.99와 51.70으로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다른 국가들의 약진에 비해서는 다소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동북공정의 영향이 크다고 지목하고 있다. 동북공정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측 전문가들은 낙후된 중국의 동북지방 경제 부흥책이라는 시각이다. 그에 반해 한국·미국·일본 측 전문가들은 중화민족주의의 팽창과 중국의 주변국 영향력 강화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한·미, 한·일 관계 등을 중시하는 움직임에 비해 한·중 관계를 중시하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에 대해 중국 측이 다소 불만을 나타낼 수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8년 1분기 KPSI 조사 결과 가장 큰 특징은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움직임이 뚜렷한 반전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다소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했던 미국 및 일본 변수가 긍정적 요인으로 전환된 반면 가장 긍정적으로 작용하던 북한 변수가 가장 불안정한 요인으로 반전된 것이다. 또 현재 한반도 안보환경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북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KPSI는 안정적인 점수를 보이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즉 한반도는 국제정치역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만 보고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반도 안보지수는…


5개국 한반도 전문가 50명이 평가
삼성경제연구소가 200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 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왔다. 조사는 6자회담 당사국인 여섯 개 국가를 한반도 안보상황을 결정짓는 변수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계량화해 주가지수와 같은 ‘한반도 안보지수(KPSI : Korean Peninsula Security Index)’를 만들고 이를 해석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했다. 분기별로 작성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지수는 현재의 상황을 말해주는 ‘현재지수’와 미래상황(현재 기준 3개월 후)을 예측하는 ‘예측지수’로 구성되며 50점을 기준으로 50을 넘으면 호전 또는 양호한 상태, 50에 미치지 못하면 악화 또는 불안정한 상태를 나타낸다. 조사 착수 이래 전문가들은 2006년 말 북핵 위기 가능성, 2007년 초 한국 국민의 테러목표 가능성, 2007년 하반기 북·미 관계 진전 등을 정확하게 예측해 조사의 신뢰성을 입증한 바 있다. 즉 한반도 안보지수는 현재 및 미래의 안보 흐름을 종합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각국의 상관관계를 한눈에 파악함으로써 향후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들을 사전에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지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현재 상황은 물론 단기적 미래의 안보상황에 대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안보환경이 기업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그렇게 많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문제는 마치 공기와도 같아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는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또 한반도 안보환경을 종합적인 변수들로 구성해 숫자로 표현함으로써 어느 한 변수에 매몰돼 한반도 안보환경을 과장되게 비관적으로 보거나 또는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급랭되고, 북한이 연일 대남 강경발언을 쏟아놓고 있는 경우 이 문제에 매몰돼 한반도 안보환경이 대단히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북핵 문제 및 남북관계와 관련된 북한 변수는 비관적인 점수가 나온 반면, 그동안 비관적인 점수를 유지했던 미국 및 일본 변수가 긍정적으로 나옴으로써 전반적으로 한반도 안보환경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온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반도는 다양한 안보관련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지정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북한 문제는 이제 단순히 남북 간의 문제를 넘어 국제적인 사안으로 확장된 지 오래다. 한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보변수는 단순히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복잡 다변화된 안보환경을 종합적으로 조망,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바로 한반도 안보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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