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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차익 사냥꾼들 버블 키운다

환차익 사냥꾼들 버블 키운다

▶연초의 가파른 위안화 절상 속도는 상반기를 정점으로 하반기부터 완만해질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6위안 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5개월 동안 달러 대비 6.11%가 절상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중국 경제와 증시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이번 위안화 강세는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바라본, 바다 건너 중국 경제 전망과 그에 따른 펀드, 부동산, 주식 투자 전략을 알아봤다.
4월 17일 위안화 환율이 6.9895를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2005년 7월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최저치다. 그동안 위안화는 완만한 속도로 절상되다 2006년 하반기 이후 가속도가 붙으면서 2008년 1분기에 결국 6위안대에 진입했다. 이런 급격한 위안화 강세의 근본 요인에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대외 불균형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수출 의존형 성장을 지속했던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수출 호조를 이어가며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누려왔다. 이 같은 달러 공급우위 상태가 지속되면서 위안화 강세 기조는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이후 주요 통상국의 절상 압력에도 연평균 4~5%대 절상 폭을 유지했던 중국 정부는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 심화로 인해 통화 긴축의 한 방편으로 위안화의 강세를 용인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면서 약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위안화의 상대적 강세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위안화 환율은 실물경제의 고성장 기조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최소 2010년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연초 위안화의 가파른 절상 속도는 상반기를 정점으로 하반기부터 점차 완만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현 수준의 절상 속도가 외부 수요가 감소한 중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의주시하고 있고, 하반기부터 코스트 푸시(Cost-push)형 인플레이션(임금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일부 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말 위안화의 대달러 환율은 10.4% 절상된 6.54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위안화 강세가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향을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위안화 환율의 지속적인 강세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내수성장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2005년 이후 중국 정부는 무역수지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잉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고도화를 표방하며 수출둔화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는 소비를 촉진해 내수기반의 성장으로 전환하려는 중국 정부의 중장기적인 의도인 셈이다.
위안화 강세가 중장기화할 경우 실질구매력 상승과 수입물가 하락으로 소비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 메커니즘 전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 또 중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둔화시켜 통화정책의 부담을 줄여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07년 하반기 이후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식품 가격과 글로벌상품 가격 급등으로 인한 코스트 푸시형 인플레이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율 강세는 수입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물가안정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위안화 강세로 대량의 핫머니가 유입되고 있다는 점, 수출 급락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이다. 특히 대량의 핫머니 유입은 중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가장 우려하고 있는 문제다.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는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제한적으로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들어와 버블을 키우고 있다. 향후 중국 정부가 효과적인 외환정책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 현 위안화 강세 기조는 80년대 말 일본과 같은 버블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중국은 절상 속도를 조절하고 관련 기구도 마련해야 한다.
환차익 노린 핫머니 대량 유입
수출경기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중국 경제는 저가 임가공 수출기업의 비중이 여전히 높아 환율 강세로 인한 수출 하락은 단기적으로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2006년 하반기부터 노동집약형 산업을 중심으로 채산성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정부의 수출둔화 정책과 2008년 외부수요 감소라는 요인까지 더해져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안화 강세로 중국 수출이 붕괴할 것인가? 이런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가 3대 무역대상국의 통화 중에서 달러에만 강세일 뿐 유로, 엔화 대비로는 약세로 유지되면서 가격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36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실질실효환율이 명목환율의 하락세에도 여전히 저평가 국면이라는 점이 수출 급락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결론적으로 위안화 강세가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정리하면 단기적으로는 수출 채산성 하락과 자산시장의 버블을 키울 수 있어 부정적인 측면이 조금 더 많다고 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면 고성장을 동반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고, 중국 정부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균형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하겠다. 하지만 증시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중립적인 상황이다. 사실 중국 증시는 수출이 주도하는 실물경제와 달리 금융, 부동산, 내수 관련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환율가치 상승은 분명히 본토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2007년 중국 주식시장의 급등은 고성장과 함께 화폐가치 상승이 연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80년대 말 일본 증시 호황과 비교되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 증시가 최근 6개월간 40% 이상 하락하는 조정장이 지속되면서 버블 붕괴마저 일본을 닮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 단기적으로 부과된 과대한 프리미엄과 높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재조정 과정을 겪고 있을 뿐 버블 붕괴 단계로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와 중국 기업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고 중국 정부가 환율정책에서 여전히 보수적이고 점진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인들이 과거 일본과 한국의 사례를 충분히 감안하고 있어서다. 향후 위안화 강세가 최소 2년 이상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가총액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은행, 부동산, 에너지 관련 업종은 단기적인 급락에도 주가 반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강세 분위기는 업종별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지만 펀더멘털(기초 여건)과 중국 기업 상황을 고려할 때 대체로 부동산, 금융, 경기소비재로 투자분야가 축약된다. 부동산과 금융업종은 중장기적인 투자수익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크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정부 정책에 따라 단기변동폭이 매우 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경기소비재의 경우 중국 경제의 내수성장 전환이 중장기적으로 이뤄지면서 잠재력이 크고 정부 정책이 결국에는 소비부양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판단된다. 식품, 자동차, 의약, 여행서비스 관련 기업도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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