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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사업도 시장 원리로

자선사업도 시장 원리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마케팅 사업으로 성공한 켈소 그레코(46)는 인생 계획의 우선순위가 완벽하다고 자부하곤 했다. “내 계획은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어 은퇴하는 것이었다. 고상한 사회사업은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사업가로서 그레코의 원칙은 명확했다. 돈이 먼저고, 세상을 구하는 일은 나중이었다. 그는 30대 시절에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컨설팅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탈리아의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 브라질의 화장품 및 욕실용품 생산업체 나투라가 그의 고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는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다가 멈추곤 하는 브라질 경제는 수백만 명을 낙오자로 만들었다. 그런 사람들을 돌봐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갑자기 모든 사람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그레코는 회상했다.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들도 선량한 시민이 돼야 한다는 점을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컨설팅 회사를 팔고, 자칭 ‘사회복지 마케팅’ 분야의 개척자로 나섰다. 자선사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도움을 요청하는 수많은 손길 가운데 어떤 손을 잡아주느냐는 것이었다. 그레코는 상파울루 증권거래소 보베스파 측에 한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보베스파의 웹사이트에 자선사업 거래 공간을 만들고, 지원금을 필요로 하는 엄선된 자선단체들과 사회복지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연결해 주자는 취지였다. 다시 말해 어떤 복지사업에 투자할 것인지를 시장 자체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베스파의 레이문두 마글리아누 필루 사장은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필루의 지원 아래 세계 최초의 ‘사회복지 증권거래소(social stock exchange)’가 2003년 문을 열었다. 그 후 민간 기증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55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71개 자선 프로젝트에 제공했다. 섬 주민들이 기후변화의 피해에 대비하도록 돕는 일과 마약 밀매조직으로부터 빈민가 청소년들을 구출하는 일도 포함됐다. 550만 달러는 전 세계 자본시장을 돌아다니는 수조 달러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대형 자선재단들의 예산과 비교해도 매우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증권거래소라는 이 실험적 사업의 효과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과 독일은 내년에 사회복지 증권거래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남아공은 이미 2006년에 그런 기관을 개설했다. 인도, 뉴질랜드, 포르투갈, 태국도 구상 중이다. 그레코가 만든 거래소는 현재 사회·환경 증권거래소(BVS&A)로 이름을 바꾸었고, 브라질 기업의 기부 활동을 크게 바꿨다. 유엔 산하 빈곤퇴치 기구인 글로벌 콤팩트의 책임자 게오르그 켈은 “마침내 쓸모없는 이데올로기를 제거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사회복지 증권거래소는 일반 증권거래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자선단체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프로젝트의 운영에 간여할 수 없다. 대신 선행을 실천하는 기업체라는 사회적 인식을 투자 이익으로 거둘 뿐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거래소는 다른 이익들도 제공한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투명성과 질서다. 대부분의 자선사업에는 이런 특성들이 결여돼 있다. 맹목적 신앙이나 열정만으로 사업을 추진했지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그러나 BVS&A에 상장되려면 철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레코와 심사위원단은 광범한 인터뷰와 현장 실사 등을 통해 타당성을 심사한다. 10개 프로젝트 중 1개 정도만이 심사를 통과한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증권회사 사장인 호르게 살가두는 “BVS&A의 명단에 오른 자선단체는 신뢰성을 인정 받는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매년 수익금의 일부를 적립해 BVS&A에 상장된 자선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미국에선 kiva.org와 donorschoose.org 같은 웹사이트들이 엄선된 자선 프로젝트들에 무이자 소액융자를 알선해 주거나 개인교사 파견 등 특수한 교육적 목적의 자선활동과 기부자들을 연결해 준다. 그레코의 계획은 이미 브라질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BVS&A에 상장된 초기 자선 프로젝트 중 하나인 발카우 데 디레이토스는 일종의 순회 소액재판소다. 자원봉사에 나선 법대 학생들과 사회복지사들이 리우 빈민촌 주민들의 분규를 중재한다. 한 사건에서 중재자들은 현지 마약조직 두목으로 하여금 자신이 낳은 사생아의 양육비를 내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비바 리우가 운영하는 이 프로젝트는 이제 브라질의 14개 주에서 공공정책으로 채택됐다. 상장된 프로젝트 중에는 현지 새우잡이 어민들에게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램프를 제공하는 것도 있다. 지금까지 어민들은 야간에 새우를 유인하기 위해 부탄가스 랜턴을 사용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어민들의 에너지 비용뿐 아니라 탄소배출까지 함께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부탄가스 랜턴은 연간 이산화탄소 1만5000t을 배출한다). 지난 12월 상장된 이 프로젝트는 사업개시 예산 9만 달러 중 70%를 모았다. “상장되지 않았다면 곳곳을 돌아다니며 모금해야 했을 것이다”고 프로젝트 매니저 파비우 로사가 말했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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