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서편제 고장에 명작 전시
녹차·서편제 고장에 명작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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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와 서편제 판소리의 고장 보성에 처음으로 미술관이 들어섰다. 바로 6월 21일에 문을 연 ‘와이엔텍 미술관’이다. 미술관 옆엔 보성컨트리클럽의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고, 뒤로는 경치가 좋아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자주 찾는 주월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미술관은 마치 산 속의 고급 별장 같다. 유럽의 성에서나 봄직한 커다란 철문 안으로 들어서자 3층 규모의 전시실이 나타났다. 1층은 동양화 전시실. 20세기 호남 화단의 양대 기둥으로 불렸던 의제 허백련과 남동 허건은 물론, 정몽준 의원이 소장해 더 유명해진 청전 이상범의 작품이 눈에 띈다. 서양화가 전시된 2층엔 값비싼 작품들이 많다. 미술시장 블루칩인 이우환 화백을 비롯 국내 대표적인 여류화가 중 하나인 천경자 화백, 한국 인상파 화풍을 일으킨 오지호 화백 등의 작품들이 있다. 3층은 미술품이 아닌 공예품과 도자기 전시장이다. 공예품은 나전칠기와 옛날 문신들이 관모를 보관한 관모함 등이 있고, 도자기는 고려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이 시대 순으로 진열돼 있다. 미술관 소장품은 모두 1000여 점. 놀라운 사실은 모두 개인이 모았다는 것이다. 컬렉터는 이 미술관 설립자이자 보성컨트리클럽의 회장인 박용하 와이엔텍 회장이다. 미술관 개장 준비가 한창인 5월 초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있는 회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박 회장은 호리호리한 체형에 슈트가 잘 어울리는 노신사였다. 넥타이 대신 검은 스카프를 맵시 있게 맨 모습이 돋보였다. 그는 “지방에서 보기 힘든 서양화 위주로 전시해 미술관을 지역 사람들과 보성을 찾는 관광객들의 문화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와이엔텍 미술관은 전남의 개인 미술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전남엔 모두 4개의 미술관이 있는데, 광주시립미술관을 제외한 나머지 개인 미술관은 200~300여 점가량을 전시한 소규모 미술관이다. 회장실엔 두 점의 작품이 걸려 있다. 고흐와 샤갈의 작품이다. 그는 특히 샤갈의 작품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색채의 시인으로 불린 샤갈은 꿈을 꾸는 듯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의 작품엔 연인이 하늘을 나는 모습이 여러 번 등장하죠. 남자는 샤갈 자신이고 여인은 그가 처음으로 사랑한 여인 벨라였습니다.” 그림 얘기를 시작하자 그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좋은 그림을 감상하고 수집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친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예술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 회장의 부친은 여수에서 손꼽힌 예술 후원자였다. 사랑채엔 언제나 지역에서 내로라 하는 예술인이 모였다고 한다. 박 회장이 소장한 허백련과 허건의 작품은 대부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부친에 이어 그가 직접 예술품 수집에 나선 것은 고향 여수로 내려와 사업을 시작한 30세 때. 그는 사업으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작품 수집에 썼다. 그러면서 틈틈이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했다. 세계 경매시장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김환기의 <모닝스타> 와 천경자의 <정원> 이 전시된 미술관 내부 정원> 모닝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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