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주유소 대부분 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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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마트 주유소인 ‘농협하나로’ 주요소. 이 주유소 회원들은 ℓ당 최대 130월 싸게 넣을 수 있다. |
#장면1= 2010년 7월.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홍길동씨는 자동차 기름을 넣기 위해 이마트에 들른다. 동네 주유소도 있지만 이마트에 가면 기름값이 좀 더 싸기 때문이다. ℓ당 30원이 할인된다. 이뿐 아니다. 이마트에서는 10만원 이상 쓴 고객에게 휘발유 5000원어치를 공짜로 넣을 수 있는 주유권도 지급한다. 한 달에 30만원 이상을 이마트에서 쓰는 홍씨는 1만5000원어치 휘발유를 공짜로 넣는 셈이다. 홍씨는 “돈도 아낄 수 있고 장을 보러 오는 김에 휘발유도 넣을 수 있어 상당히 편리하다”고 말한다. 이 지역 이마트는 2009년 7월 마트 주유소 문을 열었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쇼핑의 형태가 점점 대량 구매로 변하고 있어 승용차 고객이 많아졌다”며 “차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고객 중에는 매장 가까운 곳에 주유소가 있었으면 하는 이가 많았다”고 문을 연 이유를 설명했다. 이마트 측은 매장에서 주유소를 오가는 고객의 동선을 줄여 편의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주유소를 세운 것이다. 그는 또 “편의 제공과 함께 고객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무료 주유권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쇼핑도 하고 싼값으로 기름도 넣을 수 있으니 말이다. 2010년 7월 현재 전국에는 이 매장 외에 이마트 6개 매장에서 마트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 할인업체들도 얼마 전부터 전국 매장에 마트 주유소를 설치, 운영 중이다.
#장면2= 2011년 7월. 서울시 노원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들은 큰 한숨을 쉬고 있다. 인근 지역 할인마트에 들어선 마트 주유소 때문에 전년 대비 매출이 30%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마트 주유소에서는 일반 주유소보다 휘발유와 경유를 ℓ당 최고 150원까지 싸게 공급하고 있다. 더구나 쇼핑 고객에게 무료주유권까지 증정하니 손님이 몰리는 건 당연한 결과. 벌써 한 달 새 주변 3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노원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세차 서비스, 경품 이벤트 등을 벌여 손님을 끌어보려 했지만 결국 고객들의 발길은 기름값이 싼 곳으로 향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3개월만 지속되면 우리뿐 아니라 노원구에 있는 주유소가 거의 문을 닫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두 장면은 마트 주유소가 생겼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할인마트의 경쟁력이나 교통 여건을 감안할 때 충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그렇잖아도 어려운 주유소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반발 지난 3월 25일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대형 할인매장(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 주유소 설립 진입 조건을 완화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판매할 석유는 정유사에서 공급 받지만, 운영은 지금 시스템과 달리 할인매장이 직접 할 수 있다. ‘이마트 주유소’나 ‘하나로마트 주유소’가 생기는 것이다. 권덕중 지식경제부 사무관은 “기존 주유소 진입조건을 대폭 낮춰 마트 주유소는 주유기 4대 이상, 4만ℓ의 저장탱크만 갖추면 누구나 진입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더불어 ‘폴 사인제(한 주유소에서 한 정유사의 제품만 팔 수 있게 하는 상표 표시제)’도 폐지하고 ‘복수 폴 사인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럼 이마트 주유소에서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휘발유를 동시에 팔 수 있는 것이다. 국내 4개 정유사가 장악하고 있는 석유 유통시장을 깨서 불안한 유류가를 구조적으로 잡겠다는 게 정책의 목표다. 석유 유통시장에 대형 마트가 자기 상표로 뛰어들게 되면 시장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이에 따라 석유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게 기획재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 제도가 시행돼 정부 생각대로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소비자들은 일반 주유소보다 싸게 휘발유를 구입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농협하나로’ 주유소. 이 주유소는 하나로마트(농협유통)에서 운영하는 마트 주유소다. 기름은 전량 현대오일뱅크에서 사오지만 운영은 100% 하나로마트에서 하고 있다. 현재(7월 10일) 이 주유소는 휘발유를 ℓ당 2030원에 팔고 있다. 하지만 하나로마트 회원들은 최대 130원까지 할인된 금액으로 휘발유를 살 수 있다. ℓ당 1900원으로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주유소를 운영하는 황상현 소장은 “일년에 2~3번씩 하나로클럽 이용 고객에게 일정 금액 주유할인권까지 지급하고 있어 할인 폭은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하나로 주유소의 마진율은 일반 주유소의 50% 수준이라고 한다. 마트 주유소의 성공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세계적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주유소 겸영 편의점인 ‘익스프레스’를 운영해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간단하게 쇼핑할 수 있음은 물론 일반 주유소보다 싼값에 기름을 판매하고 있다. 또 미국 할인점 업체인 월마트도 2006년부터 주차장에서 대체에너지를 팔고 있다. 고객 호응이 아주 좋다고 한다. 몇몇 성공 사례가 나오자 우리나라 할인업체들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이마트. 김대식 이마트 홍보부장은 “지방 점포 5~7개에 마트 주유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윤 창출보다는 고객 편의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조만간 정유업체들과 가격협상을 마무리 짓고 내년 상반기 중 마트 주유소 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이 밖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이른 시일 안에 주유소 사업을 시작한다는 목표 아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의 생존권이 위협 받게 된다는 것과 마트 주유소가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하의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얼마 전 한국주유소협회는 대형 마트의 주유소 운영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유가는 오르지만 정유사가 ‘갑’의 입장인 구조 때문에 주유소의 마진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대형 마트까지 시장에 뛰어든다면 이들은 전부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주유소협회의 설명이다. 이 협회 관계자는 “그럼에도 대형 마트가 주유소 시장에 뛰어든다면 불매 운동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대형 마트가 시장에 뛰어들어 일반 주유소가 없어지게 되면 주유소 시장은 대형 마트 주유소와 정유사 직영주유소로 재편된다. 결과적으로는 지금의 구조(직영주유소와 자영주유소)와 비슷한 양자구도가 다시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가격 경쟁에 따른 기름값 하락을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기획팀장은 “결국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가 다시 ‘갑’의 입장이 되고, 이들의 입김에 의해 다시 기름값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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