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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순의 CEO와 디자인] 생생해야 고객이 즐겁다

[이경순의 CEO와 디자인] 생생해야 고객이 즐겁다

백화점의 발달과정은 복잡하다. 대도시의 교통·통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보여왔다. 세계 최초의 백화점은 1852년 파리에 개설된 봉마르셰(Bon Marche)다. 이미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다. 그 변화상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역사도 어느새 80년 가까이 됐다. ‘국내 최고’의 반열에 오를 만하다. 석강 사장은 이 ‘최고’ 백화점의 책임자다. 그는 어떤 디자인철학을 갖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생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백화점의 모든 것은 생생해야 한다. 보기에 싱싱하고, 만나서 새롭고, 신통방통해야 한다. 그에게 ‘싱싱함’이란 고객이 방문했을 때 단번에 싱싱한 기운을 느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싱싱 디자인’으로 부른다. 그가 말하는 싱싱 디자인의 핵심에는 ‘야외 갤러리’로도 불리는 6층 트리니티 갤러리가 있다. 이 갤러리에는 주로 ‘모더니즘’ 거장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헨리 무어(영국)의 ‘와상’과 루이스 브루조아(미국)의 ‘거미’, 호안 미로(스페인)의 ‘인물’, 알렉산더 칼더(미국)의 ‘작은 숲’, 클래스 올덴버그(미국)의 ‘건축가의 손수건’ 등 모두 5점이 전시돼 있다. 백화점은 고객의 동선이 생명이다. 공간디자인에 소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조각품 사이를 거닐며 감상할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하는 한편, ‘물 위의 조각’이라는 컨셉트에 의해 다섯 개의 연못에서 소리 없이 물이 흐르도록 한 뒤, 대나무 테두리를 배경으로 장식 작품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곳곳에 자연스럽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이 도심의 문화 공간은 휴식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서비스디자인인 직원들에게 매달 시상하는 친절왕은 신세계의 서비스 100%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람이 매출’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판매자와의 훈훈한 교감이 없다면 싱싱한 구매가 될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석강 사장은 ‘소리’도 디자인한다. 첫째가 음악. 본점 문화홀은 350석 규모의 문화공간을 보유하고, 자체 기획한 문화프로그램들을 자사고객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공연장르도 다양해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 발레, 영화, 아동극, 콘서트, 토크쇼, 전시회, 패션쇼, 재즈, 국악 등 문화의 전 장르를 수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이 오픈한 2005년 8월 이래 무려 500여 회의 행사를 진행했으며, 거쳐간 아티스트만도 200여 명에 이른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씨가 무려 네 번에 걸쳐 신세계 문화홀에서 공연했으며, 첼리스트 정명화씨도 2007년과 2008년 3월에 두 번 공연했다. 매장 내에서 들을 수 있는 각종 소리도 중요하다. 새소리나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삽입된 경음악의 경우 봄이나 초겨울에 주로 사용한다. 여름에는 파도 소리가 삽입된 곡이나 로큰롤 등 빠른 곡, 그리고 살사댄스나 남미 쪽의 열대 음악을 선사한다. 여름 시즌에 맞는 가요도 일부 사용하고 있다. 또한 젊은 고객층을 위한 랩이나 재즈도 그들의 발길을 멈추면서 매출로 이어진다. 그의 디자인 개념은 ‘멀티(multi)’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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