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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Market View] 세계 경기 동반침체 달러가치 상승 불러

[World Market View] 세계 경기 동반침체 달러가치 상승 불러

지난 한 주 동안 달러화는 ‘이단아’처럼 보였다. 미 달러의 가치는 영국 파운드에 대해 11일 연속 오르는 ‘금메달 감’ 행진기록을 계속했다.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은 원래 경제의 체온계라고 할 수 있다. 나라 곳간이 튼튼한지 부실한지에 따라 환율은 금세 바뀐다. 미국이 신용위기·경기침체로 죽을 상을 짓던 게 엊그제 같았다. 달러의 힘이 세진 건 세계 경제에 침체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그나마 미국이 안전한 피난처’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도 그랬다’는 자기위안적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지난 주말 달러화 가치는 파운드에 대해선 2년 만에, 유로에 대해선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경제의 중요한 기둥인 유로 15개국 경제권이 비틀거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타난 모습이다. 이 지역은 2분기 1999년 유로화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얼마 전까지 좋은 흐름을 보였던 일본 경제도 흔들리긴 마찬가지다. 2분기 성장이 전년 동기 대비 0.6% 쪼그라들었다는 뉴스에 많은 투자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한 달을 보면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8%, 엔에 대해 6% 뛰었다. 미국발 신용위기의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이들 지역마저 흔들리자 시장 공포감이 확산됐다. 사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기름과 원자재를 덜 쓰게 된다. 수익률을 찾아 원자재로 쏠렸던 돈이 달러의 품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 이런 움직임을 반영해 금은 최근 온스당 8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3월의 정점(1030달러)과 비교해 25% 남짓 빠졌다. 구리, 알루미늄, 옥수수 같은 다른 원자재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113달러로 7월 초의 최고치와 비교하면 20% 넘게 미끄러졌다. 특히 원자재는 공급자 입장에서도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는 만큼 강 달러가 나타나면 값을 올리려는 유인이 떨어지게 된다.
예기치 못했던 강 달러의 파급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4~5년간 계속된 각종 원자재 값의 뜀박질 속도에 더욱 불이 붙으면서 인플레이션 고민에 잠을 못 이루던 중앙은행장들이 한시름 덜게 됐다. 수입 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리정책을 구사하는 데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 6월 “달러 가치의 하락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안다”고 잘 드러내지 않던 속내를 밝혔다. ‘저 달러’ 때문에 그만큼 속을 썩였다는 소리다. 하지만 결국 강 달러는 ‘동전의 양면’이다. 미국은 2분기 수출이 9%가량 늘었다. 좋은 성적이다. 약 달러로 미국 물건 값이 싸지면서 수출이 잘됐다. 그러나 강 달러가 지속되면 수출엔 독이다. 신용위기와 주택거품 붕괴에 허덕이는 미국 경제의 활로가 끊어진다는 얘기다. 거꾸로 유럽 기업들은 ‘약 유로’ 덕에 수출이 늘 수 있다. 한국처럼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도 미국의 수입 물가가 내려가면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제 관심은 달러의 ‘7년 하락세’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느냐에 쏠린다. 변수는 세계 경기의 동반 침체가 지속될지, 그래서 원자재 값이 바닥으로 향할지에 달렸다. 일단 낙관론은 이르다는 게 대세다.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한 면을 할애한 특집기사에서 동반침체론이 과장됐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유럽 최대인 독일 경제는 2분기에 전 분기보다 나빴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괜찮은 편이고, 일본도 전년도에 워낙 성적이 좋아 기저효과로 2분기가 나빠 보였다는 것이다. 강 달러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소리다. 삼성증권도 “미국 경제의 부진이 여전할 것”이라며 달러가 그리 위력을 떨치진 못할 것으로 봤다. ‘집값 하락→금융사 손실 확대→신용 위축→소비 악화’의 고리가 이어진다는 소리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 역시 “하반기 미국경제가 상반기(1분기 성장률은 0.9%, 2분기는 1.9%)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강 달러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여의도 증권가에선 이번 강 달러가 기본적으로 미 경제의 체력회복을 반영한 게 아닌 만큼, 원화 가치에도 중립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과거에도 강 달러 시대가 찾아왔을 땐 세계 경기가 하강하고, 신흥국 증시도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애널리스트는 “인플레 부담이 낮아지고 금리인상 불안감도 줄어들면서 증시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하락 유인이 생기면 채권시장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러한 분위기 반전을 놓고 비록 강도는 작더라도 추세적인 변환점이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는 전문가가 많다는 사실이다. 비(非)달러 자산을 선호한 투자환경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얘기다. 이처럼 강 달러 이면에는 분명 득과 실이 양립한다. 당분간은 각국 경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필자는 ‘중앙SUNDAY’에서 국제경제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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