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성인용구의 인기
일본산 성인용구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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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객이 일본에 상륙하면 여성들은 화장품 가게로, 남자들은 ‘오도나노 오모차’, 즉 어른들의 완구점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성별에 따라 기호가 서로 다른 것이다. 약 30년 전에 일본에 전국관광용품연합조합이라는 상공인 단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효자손이나 기념타월, 운동모자 등 관광지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조달하는 동업자 단체 같다.
그러나 어른들이 가지고 노는 완구를 제조, 판매하는 포르노 업주들의 모임이라는 설명을 듣고 ‘별난 것으로 돈을 버는구나’ 하고 감탄했던 경험이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일본은 극심한 불경기에 휩쓸려 있었는데, 그 불황의 풍선을 터트려 준 것이 이 관광용품 제조와 수출이었다고 한다.
남성들이 무력한 양기를 보충할 방도로 페니스 모양의 딜도(dildo, 모조 남근)를 제작해 부부생활에서 성공적 섹스를 구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고분에서 발굴된 진흙으로 빚은 인조 페니스를 참고로 만든 초기 제품이 미국에서 의외로 잘 팔렸다. 여기에서 거둬들인 외화가 수출자금의 밑천이 돼 오늘날의 경제대국이 되었다고 들었다.
당시 일본에는 ‘아리비안 여자’라는 전동식 목제 인형을 고안한 젊은 벤처 기업가가 있었다. 겉보기에는 귀여운 인형이었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이 마스터베이션에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든 도구로 ‘고케시’라는 일본인 고유의 애완용 인형에 배터리를 삽입, 여성들이 힘들이지 않고 오르가슴을 맛보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그런 아이디어는 당시에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것이 흥밋거리로, 혹은 은밀한 성생활에 편리한 도구의 하나로 호평 받자 많은 사람이 남근에 버금가는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baby bear’라는 이름의 전동식 바이브레이터였다. ‘아리비안 여자’가 단순한 진동기에 불과하다면 이 제품은 페니스 모양의 막대가 구불구불 움직이게 만들어졌다. 여기에다 실제 성교 때처럼 피스톤 운동을 하는 장치를 추가한 것이 히트의 핵심이었다.
이보다 한 걸음 발전한 것이 ‘double stimulation system’ 기계다. 본체에서 갈라진 나뭇가지 모양의 부분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동안 본체는 피스톤 운동으로 질을 자극하도록 만든 제품으로 ‘baby bear 2’라는 이름으로 판매돼 호응을 받았다. 가장 큰 구매처는 독일이었다. 독일인 수입상들은 독일 남성 지원자들과 호스티스를 상대로 성능 실험에 들어갔다.
함부르크에 있는 카페 ‘메라’의 젊은 접대부가 이 실험에 자원했는데, 그 여자는 성공적인 섹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육체적 반응을 완벽하게 실연해 보여주었다. 이 작은 성공을 계기로 일본 성인용 완구가 유럽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1년 동안 이 제품이 60만 세트나 팔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제품에는 ‘made in Japan’이라는 표시가 없었다.
당시 세계시장을 누볐던 TV나 모터사이클과는 달리 이런 것이 일본제라는 것을 알리기가 창피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제품 수출을 놓고 합법성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통산성은 이 제품은 약사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수출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업계에 이를 통보했다. 그러나 정부의 그런 방침은 ‘baby bear 2’는 의료기구가 아니므로 단속의 근거가 없다는 구실을 만들어 주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결국 완구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검사절차 없이 수출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던 것이다. 완구라는 아이템으로 통계표에 기재되기 때문에 어떤 나라로 어떤 소도구가 어느 정도 수출되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지금도 도쿄의 성인용품점에 가 보면 이 소도구들의 원산지가 ‘made in Korea’라고 되어 있다. 지금 서울의 성인용품점에서 판매되는 완구에 ‘대만제’라는 레이블이 붙은 것도 마찬가지 현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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