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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되기 전 해약은 무조건 손해

10년 되기 전 해약은 무조건 손해


‘투자’와 ‘보장’을 함께 누리는 변액연금보험은 20~50대가 골고루 가입하는 상품이다.

대형 보험회사의 FC(Financial Consultant)인 K씨는 며칠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변액보험 가입자인 C씨가 손실을 봐도 좋으니 보험을 해지하겠다는 전화였다. 보험에 가입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K씨는 “처음 일이 아니다. C씨는 1년 전쯤 보험에 가입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마치 물건 반품하듯 해지를 요구한 적이 있다”며 “이렇게 보험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가입자”라고 안타까워했다.

C씨가 두 번이나 해지를 요구한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변액보험은 리스크가 따른다”며 투자를 만류했기 때문이다. 한 번 해지한 상품에 또다시 가입한 것은 “저금리 시대 확정금리형 연금 상품으로는 10~20년 후 기대 수익률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권유에 욕심을 참지 못한 탓이다. 귀가 얇은 C씨는 마음은 마음대로 졸이고, 반복해서 손실을 보는 잘못된 투자의 길을 걷고 있다.

C씨처럼 자산관리의 가장 큰 리스크는 마음속에 있다. 바로 ‘불안한 심리’다. ‘변액(變額)’ 즉, 액수가 변할 수 있다는 상품 이름부터 가입자들에게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심어 준다. 하지만 미국의 한 대형 보험사가 몰락 직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태가 벌어진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가입자들의 불안감만 증폭될 것이다.

변액보험 중에서도 변액연금보험은 노후 대비의 필수품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와 보장 기능을 동시에 갖춘 이 상품은 가입자들의 걱정대로 정말 위험한 것일까. 증시 침체기 변액연금보험은 안전한지 상품의 정의부터 투자 시 주의점까지 하나하나 따져봤다.



◇변액연금보험은=최근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은퇴를 앞둔 50대 부장까지 지인이나 보험회사로부터 꾸준히 가입 권유를 받는 대표적인 보험 상품이다. 변액연금보험을 알기 전에 변액보험부터 제대로 알고 넘어가자.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납입하는 보험료 중에서 사업비, 위험보험료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주식, 채권 같은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편입해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 수익을 받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같은 원리의 변액연금보험은 납입 기간 동안 적립한 보험료는 연금 개시 시점까지 운용하고 개시 후에는 연금을 받는 지급 방식을 취한다.



◇왜 인기인가?=200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변액연금보험은 보험회사들이 앞 다퉈 판매하는 ‘대표 선수’ 상품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변액연금보험의 초회 보험료는 3조492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6000억원 증가했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이나 변액종신보험보다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에 따라 노후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유지만, 상품 구조 자체에 가입자를 끄는 매력이 있다. 변액연금보험은 최소 10년을 두고 설계한 상품이다. 당장 투자시장이 불안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회복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다는 얘기다. 장기간 유지하면 예상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무엇보다 시황에 따라 펀드를 전환할 수 있는 ‘펀드 변경 기능’이 있어 주식, 채권 등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자산을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1년에 12회 정도 수수료 부담 없이 변경이 가능하다. 또 사업비 차감이 보험료 납입 기간에만 적용돼 다른 변액보험보다 사업비가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이상 가입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도 볼 수 있다.



◇위험하지 않나?=위에서 언급한 장점에도 가입자들이 선뜻 변액상품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은 펀드 운용 성과에 대해 가입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용 과정에서 가입자의 선택이 필요한 투자이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 일본에서 변액보험이 무더기 분쟁에 휩쓸린 사례가 있어 가입자들은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일본은 1980년대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86년 도입한 변액보험은 80년대 후반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점인 90년대 초 주가가 폭락하면서 변액보험도 갈 길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당시 변액보험이 실패한 원인을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펀드 운용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고, 앞서 얘기한 펀드 변경 기능 같은 안전장치도 없었다.

그저 투자와 보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에만 주목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대를 찍고 다시 1400선까지 무너진 요즘 변액보험의 수익률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일부 주식형 변액보험이 최근 1년 수익률에서 마이너스 20%대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C씨처럼 보험을 해지해야 할까.



◇안전장치 대폭 확대=보험회사와 가입자들은 증시 조정기를 거치면서 한 단계 진화한 변액연금보험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 안정적인 상품 운용과 보증제도로 증시 혼란기의 불안감을 덜겠다는 것이다. 초기 출시된 변액연금보험은 연금개시 전에 보험대상자가 사망할 경우 펀드 운용 결과와 관계없이 연금 개시 시점의 적립금을 기준으로 납입원금의 70~ 100% 보장해주는 기초적인 형태의 보증 제도를 갖고 있었다.

김성림 PCA생명 상품개발팀 부장은 “요즘은 보험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원금 보장’을 하고 있다”며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최악의 수익률이 발생하더라도 최저 100%에서 최고 200%까지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주식 비율이 낮고 변동성이 적은 보수적인 펀드에 투자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인다는 것이 김 부장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공격적 성향을 지닌 ‘친디아 펀드’ 같은 펀드는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생명보험협회가 올해 초 실시한 조사에서도 변액연금보험이 가장 선호하는 펀드는 ‘채권혼합형’으로 나타났다. 김 부장은 “가입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크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변액연금보험이 장기상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불안하다면=몇 가지를 유의하면 된다. 아주 기본적이지만 우선 자신의 투자 성향과 가입한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자산 상황에 따라 연금 지급 조건을 잘 따져본다. 펀드에 투자하는 변액연금보험의 투자금은 보통 납입보험금의 90~95% 정도고, 주식형 편입 비율은 혼란기에 30%를 넘지 않도록 한다. 아무리 높아도 5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보험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원금을 보장받으려면 연금 개시 시점까지는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 워낙 장기 투자라 원금 보장을 받을 때는 보험료 납입 기간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함께 따져 볼 필요도 있다.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미리 알아둔다. 아무리 주변에서 좋다고 해도 불안해 잠을 못 잘 정도라면 과감히 해지하는 게 낫다.

하지만 성급하게 결정하기 전에 꼭 믿을 만한 전문가와 상담한다. 김 부장은 “주가가 싼 지금이 오히려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할 때”라고 충고했다. “변액보험상품이 국내에 들어온 지 아직 10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 구조상 지금 해약하면 무조건 손해”라는 게 김 부장의 의견이다. 현재 가입한 사람은 그냥 두고, 신규 가입하려면 소액 불입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목돈을 쓸 일이 거의 없는 20대는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불입하면 20~30년 후 유용한 노후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김 부장은 “시장이 안 좋을수록 오래 기다릴 수 있는 인내가 중요하다”고 마음속 리스크를 없앨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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