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쓰나미’ 국민은 어지럽다
‘정책 쓰나미’ 국민은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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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벌써 큰 것만 5개다. 그중 8·21 건설경기 보완 방안부터 9·1 세제개편안, 9·19 주택공급 대책, 9·23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 등 네 건이 최근 한 달 사이 집중됐다.
‘9월 위기설’이 실제 상황처럼 나타나고, 9·15 미국발 금융 쓰나미가 몰아쳤는데도 한국 정부는 한가하게 부동산 대책만 만지작거린다. 그나마 앞뒤가 맞지 않고 시기도 부적절할뿐더러 부처 간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돼 혼선을 더한다.
10년 동안 주택 500만 채를 짓는 게 골자인 9·19 대책은 시기부터 문제다. 집값을 낮추기 위해 공급을 늘리겠다지만 이미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
공급확대 정책은 집값이 오를 때 필요한 거지 지금처럼 떨어질 땐 자칫 집값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 대규모 공급 확대로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 지나치게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지면서 금융회사들이 줄도산 할 수 있다.
건설업체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연체율은 2004년 0.11%에서 올 6월 0.68%로 껑충 뛴 상태다. 더구나 9·19 대책은 불과 석 달 전 6·11 미분양 대책과 충돌한다. 미분양 주택을 사면 취득·등록세를 깎아주고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을 늘려 주기로 했지만 경기가 바닥이라 효과는 거의 없었다. 미분양 아파트는 현재 15만 채에 육박한다. 수도권에도 2만 가구를 넘는다.
이런 판에 수도권에 300만 채, 지방에 200만 채를 더 공급한다니 참 용감하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당초 국토해양부 대책에 없었다. 구릉지·한계농지를 선별해 개발한다던 정부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수도권 그린벨트 100km2 (3025만 평) 추가 해제를 선언했다. 서울 여의도의 12배, 송파신도시 15개를 건설할 수 있는 규모다.
벌써부터 서울 서초구 내곡·원지동, 경기도 과천·하남·의왕·고양·시흥시 일대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틀 뒤 나온 국방부의 ‘건국 이래 최대 규모 군사보호구역 해제’와 함께 땅 투기를 준비하라는 잘못된 신호탄을 쏠 수 있다. 이쯤 되면 8·15 광복절에 선언한 ‘녹색성장’이 아니라 ‘포클레인 성장’이라 할 만하다.
수도권에 뉴타운 15곳을 더 지정하려면 그 절반은 서울이 소화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개발 혜택을 누려야 할 원주민이 밀려나고 투기가 성행하는 부작용을 낳아서다.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이 남발되면서 단독·다가구 등 서민용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놓고도 정부는 서민용 주택을 짓겠다지만, 수도권 지자체는 첨단산업과 연구단지가 들어올 수 있게 해 달라고 하고 비수도권 지자체는 또 다른 차별이라며 반발한다. 9·19 대책이 발표된 그날 이명박 대통령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나 “서민 그리고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무주택자를 임기 중에 없애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변인은 “그런 말씀 하지 않았다”면서 “임기 중에 무주택자를 없애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서민과 신혼부부가 세를 사는 것은 내 집 마련할 돈이 부족해서 그런 거지, 들어갈 집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난해 주택보급률은 전국 평균이 108%, 수도권도 96.9%다.
그로부터 나흘 뒤 당정협의 끝에 발표한 종부세 개편 방안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정책만 앞뒤가 안 맞는 게 아니다. 2002년에 이미 기금이 바닥나 국민 세금을 축내는 공무원연금 개선 방안이란 게 시늉에 그쳤다. 40년 뒤 적자가 예상되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33%나 깎더니만 공무원연금은 고작 9.5% 깎겠다니 적자는 계속 늘고 국가예산으로 메워 줘야 하는 구조다.
영어몰입교육에 국제중 신설 등 교육 정책은 초등학생까지 과외 광풍으로 내모는데 대통령은 “학원비를 낮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다. 미국발 금융 쓰나미에 따른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판에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모아 놓고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고 촉구한다고 통할까. 이렇게 정치권의 인식이나 정부 정책이 자꾸 ‘뒤(rear)’로 가다간 정말 ‘후퇴하는 한국(Korear=Korea+경기후퇴란 뜻의 recession)’으로 주저앉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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