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코스피行 옳은 결정 아니다”
“NHN 코스피行 옳은 결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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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이 벼랑에 몰렸다. 지수, 시가총액 모두 추락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10월 7일 현재 371.47을 기록, 2005년 1월 이후 처음으로 400선이 깨졌다. 마지노선이 무너진 셈이다.
올 1월 말 87조60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무려 35% 이상(10월 8일 현재 56조7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10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NHN, SK브로드밴드 등 2개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코스닥시장의 ‘대장주’ NHN마저 ‘거래소(이하 코스피)행’을 선언했다.아시아나항공(3월 28일), LG텔레콤(4월 21일)에 이어 세 번째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NHN까지 떠난다면 코스닥시장은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코스닥의 붕괴 속도가 코스피보다 2배가량 빠르다는 점이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38.98%(1월 31일 608.84→10월 8일 371.47) 하락했다. 코스피지수의 같은 기간 하락률(-20.80%)보다 1.8배 높다. 변상무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보는 “코스닥의 중심은 IT”라며 “이는 산업을 주도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경기침체기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주요 구성원이 중소기업이라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라는 게 변 본부장보의 말이다.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중소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재무구조는 아무래도 취약하게 마련이다. 약한 재무구조가 외국인과 기관 및 개인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변 본부장보는 “코스닥시장이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코스닥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앞의 수익만 보지 말고 미래를 봐 달라는 당부다. 그러나 미래를 따지기엔 현실이 너무 각박하다. 게다가 이제는 코스닥시장의 ‘색깔’까지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시장의 중심축은 역시 기술주다. IT 및 인터넷 관련주, 반도체주가 코스닥시장의 실적 및 주가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코스피 소속 조선 및 기계 관련 종목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코스피시장의 중심인 ‘전방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코스닥 주가가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코스닥이 특성을 잃어버렸다’ ‘코스피의 2부 리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변 본부장보는 “코스피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많다”고 반박했다.
“코스피시장은 제조·대형·우량주 중심이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기술주 중심의 소형주가 주축이다. 코스닥과 코스피는 ‘보완적 관계’다.” 변 본부장보의 말은 일리가 있다. 코스닥과 코스피는 분야도, 구성원도, 참여자도 다르다. 하지만 이제는 ‘보완 관계’보다는 ‘종속 관계’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덩치만 커졌다 하면 코스피행을 선택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앞서 언급했듯 올해만 아시아나항공, LG텔레콤이 코스닥과 결별했다. NHN마저 이르면 올해 말 코스피로 간다. 이뿐 아니다. 부국철강은 이미 코스피시장 상장 예비심사에서 승인을 받았고, 무학·성원파이프·한국선재도 코스피행을 공식 선언했다.
이쯤 되면 코스닥시장을 ‘코스피로 가는 정거장’ 정도로 불러도 될 것 같다. 이들이 코스닥을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코스닥시장은 기관과 외국인의 외면을 받는다. 기업들의 규모가 작고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NHN이 코스피시장에 진입하면 연기금, 자산운용사, 그리고 대형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신규 수요가 많아져 주식 가치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큰물에서 놀고, 코스닥시장에서 ‘작전’ 또는 ‘머니 게임’이나 일삼는 기업들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심리도 깔려 있다. 변 본부장보는 “무엇보다 NHN의 이탈은 아쉽다”고 말했다.
“NHN이 코스닥을 떠나려 할 때 수차례 만류했다. 그들의 상징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가겠다는 사람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시장이 다르다고 추락한 주가가 다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식의 내재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 NHN이 코스피에서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주가’ 때문에 코스피행을 택했다면, 옳은 결정이 아닐 것이다.” 덩치 좀 커졌다고, 또는 주가를 부양하겠다며 무조건 큰물로 옮겨가는 실태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보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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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와 투자는 감소하고, 자금조달 및 금융서비스 기능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최근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9월 이후에만 오페스, 사이버패스 등 12개사가 유상증자·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철회하거나 청약미달로 무산됐다. 이럴 경우 또다시 이탈 기업이 발생하고,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위기다. 대책을 찾아야 할 때다.
변 본부장보는 “코스닥시장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본부의 첫 번째 대책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진 다양한 업체를 발굴해 시장에 편입하겠다는 취지다. “NHN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다양한 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고 시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대안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적지 않다. 코스닥시장엔 안 그래도 고만고만한 기업(10월 8일 현재 1035개)이 많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법. 코스닥시장이 툭하면 비리 의혹에 휩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5년 17건에 불과하던 횡령·배임 공시가 지난해 47건으로 늘더니, 올 상반기에만 46건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의 건전성이 커진 덩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입장벽까지 낮추면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더욱 활개를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스닥시장이 ‘머니게임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본부가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신 ▶5년 연속 적자 기업 강제 퇴출 ▶관리종목 단일가 매매제도 도입 ▶퇴출실질심사제 도입 ▶우회상장 요건 강화 등 ‘상장·퇴출제도 선진화 방안’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이 미흡한 상장기업의 퇴출과 불건전한 비상장기업의 진입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다. 실적·신뢰성·건전성이 추락하고 일부 대장주가 이탈했음에도 코스닥시장은 여전히 중소기업의 ‘희망’이다. 올해 1~9월 코스닥 상장을 요청한 기업은 64개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73개사와 비슷한 수치다.
한편으론 ‘썩어도 준치’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중소기업이 기댈 만한 언덕이 코스닥시장밖에 없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코스닥시장본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변 본부장보는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기본을 되찾아 거센 풍랑을 만나도 흔들림 없는 작지만 강한 코스닥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위기의 코스닥, 과연 추락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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