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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양, MS에 미련 없나요?

제리 양, MS에 미련 없나요?

8개월 전 야후의 최고경영자 제리 양은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430억 달러에 팔아 넘길 기회가 있었지만 거절했다. 요즘 야후(본사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의 시가총액은 180억 달러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제리 양이 아직도 야후를 경영하는 걸까? “이 회사를 제리 양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로이 보스탁 야후 회장이 말했다.

“그는 2007년 전략 계획을 수립해 역경 속에서도 훌륭하게 집행해 왔다. 그는 야후를 계속 이끌어 갈 적임자다.” 이사회는 양이 MS의 제안을 처리한 방식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보스탁은 말했다. “우리는 골드먼삭스와 리먼브러더스의 전문가들과 함께 그 제안을 다각도로 철두철미하게 검토한 뒤 주당 31달러를 주겠다는 당초 제안이 우리 회사의 실제 가치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그가 전했다.

“우리 투자자 중 주당 31달러에 회사를 팔아야 한다고 권장하거나 주장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야후는 더 높은 가격에 팔 의향이 있었지만 거래를 포기한 쪽은 오히려 MS였다고 그는 덧붙였다(뻔한 얘기지만 MS는 야후에 그 책임을 돌린다). 어떤 연유에서든 야후가 MS와 살림을 합치지 않은 것은 첨단기술 업계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결정으로 손꼽힐지도 모르며 양은 자신의 쓰러져 가는 인터넷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플랜 B를 마련하려고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매출은 거의 제자리걸음이고 이익은 감소세다. 중역들은 짐을 싸고 있다. 야후 사이트 방문자는 아직도 많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내 방문자 수는 1억4100만 명으로 구글에 이어 2위다. 세계적으로는 구글과 MS 다음인 3위라고 한다.

그러나 야후는 최근 아무런 원대한 비전이나 계획 없이 이 방안에서 저 방안으로 표류하는 듯하다. 지금은 구글과 광고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 타임워너에서 AOL의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9월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자주색을 착용하자(야후의 상징색)’는 다소 한가한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다.

며칠 뒤 양은 야후를 “날렵하고 더 민첩하게 만들기 위해” 경영 컨설턴트 베인&컴퍼니에 경영진단을 의뢰하겠다고 직원들에게 알렸다. 감원이 있을 거란 뜻이다. 이로써 사기 진작은 물 건너간 셈이다. 10년 전엔 야후가 인터넷의 제왕 자리에 오르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듯했다.

1994년 양이 스탠퍼드대의 동료 대학원생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창업한 야후는 2000년에는 11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90%씩 성장하고 있었다. 당시 구글의 매출액은 19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야후가 멈칫하는 사이 마침내 2005년 구글이 야후를 앞지르더니 점차 간격을 벌려 나갔다.

증권사 스탠퍼드 그룹(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턴 소재)의 애널리스트 클레이턴 모란에 따르면 올해 구글은 야후가 올린 실적 75억 달러의 3배에 가까운 22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야후의 3분기 수익은 1년 전의 17억7000만 달러보다 증가한 19억 달러로 예상됐다. 반면 순이익은 작년 1억5000만 달러에서 1억3000만 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모란은 예상했다.

야후가 이렇게 뒤처지는 이유는 뭘까? 짧게 말하면 구글이 개발한 검색광고 방식이 야후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검색광고는 키워드 검색 결과 옆에 관련 광고를 함께 띄우는 기술이다). 검색광고는 온라인 광고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리서치 업체 e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전체 온라인 광고의 41.8%에 해당하는 약 100억 달러를 차지한다.

이 광고에서 구글의 몫이 가장 크다. 미국 국내 시장에서 구글의 비중은 73.5%인 반면 야후는 13.3%라고 e마케터가 말했다. 양은 2001년 영입된 미디어 업계의 베테랑 경영자 테리 시멜에 이어 2007년 6월 CEO에 올랐다. 양은 경영자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공동창업자이며 야후 주변 사람들이 말하듯 “자주색 피를 가진” 인물이다.

회사 지분도 4%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2월 MS가 인수 제의를 했을 때 양이 자기 ‘분신’을 떠나 보내지 못한 건 그의 열정과 인맥 때문인지도 모른다. 3개월 동안의 줄다리기 끝에 MS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MS가 등을 돌린 지금 양은 구글의 검색광고 중 일부를 제공받는 거래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그 거래를 두고 광고주들의 민원이 법무부에 빗발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 야후와 손잡으면 “검색광고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검색 광고비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구글 대변인은 이 거래로 광고주들이 검색 결과와 더 밀접한 광고를 내보낼 수 있고 “야후가 독립적인 경쟁자로 남아 추가 수익을 얻어 제품과 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경쟁 촉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검색광고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유일한 대기업인 MS도 정부에 그 거래를 중단시키라고 촉구하고 있다. 언제 법무부의 결정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편 야후는 역시 경영난에 허덕이는 AOL의 일부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동병상련’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협상이다.

MS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아직도 야후 인수에 미련이 있는 듯한 즉석 발언을 했다. 야후 주가가 급등했지만 MS는 곧바로 발머의 발언을 부정했다. 블로그에서는 야후가 사모투자 펀드에 넘어가 조각조각 팔려 나갈 것이라는 둥 끔찍한 억측들이 난무한다. 그래도 제리 양은 남을 탓할 입장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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