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은 꿈과 희망의 상징
불꽃은 꿈과 희망의 상징
|
10월 첫째 주 토요일, 한화그룹이 주최한 ‘2008 서울세계불꽃축제’가 63빌딩 앞 한강 둔치에서 열렸다. 올해로 일곱 번째 열린 이번 행사엔 우리나라와 홍콩 팀만 참석해 세계불꽃축제라고 부르기엔 규모가 작았다.
그 빈자리를 채워준 것은 관람객이었다. 불꽃 쇼가 열린 이날 행사에 1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든 것. 한국에서 일시적으로 100만 명을 모을 수 있는 이벤트가 과연 몇 개나 될까?
수많은 관중이 모인 가운데 불꽃이 하늘을 뒤덮은 순간 환호와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불꽃 쇼가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한참을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나마 세상의 시름을 잊고 느꼈던 벅찬 감동 때문일 것이다.
사실 불꽃축제가 시작조차 못하고 사라질 위기가 있었다. 바로 1998년 외환위기 때다. 대부분의 기업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한화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리 대상으로 가장 먼저 거론된 게 불꽃놀이에 사용되는 화공품을 만드는 연화사업이었다. 작업공정이 워낙 복잡해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는데 수익도 신통치 않았다.
당시 회사에선 대기업이 할 만한 사업이 아니라며 그만두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반대했다. 그는 연화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기술진을 격려하고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불꽃은 꿈과 희망의 상징이며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주목받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신념이었다.
과연 시간이 흘러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연화사업이 주목받게 됐다. 월드컵 축하 이벤트로 시작한 불꽃축제는 점차 축제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축제로 떠오른 것. 이번 서울세계불꽃축제에 모인 100만 명의 인파를 봐도 알 수 있다. 이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행사가 아니라 서울시민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불꽃축제도 발전한다는 것이다. 우선 불꽃 쇼 수준이 월등히 좋아졌다.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불꽃 쇼를 본 것은 처음”이라는 한 시민의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환상적인 작품이 많았다. 원효대교를 따라 1km 거리에 설치된 나이애가라 폭포수 불꽃에 관객들은 탄성을 터트리며 즐거워했다.
새롭게 선보인 수상 불꽃 쇼는 마치 마이클 잭슨의 현란한 춤 스텝을 보는 듯했다. 불꽃 쇼의 압권은 원격조정 비행체가 하늘을 날며 불꽃을 내뿜는 장면이었다. 이번 행사를 보면서 다양한 마니아가 등장했음을 알게 됐다. 현장에는 중·노년층보다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점차 젊은이들의 축제로 바뀌어 가는 모습이다. 일반 차량도 많았지만 자전거와 스쿠터, 오토바이를 타고 온 젊은이들이 줄을 이었다. 일본의 대표적 불꽃축제인 ‘오마가리(大曲)’ 축제의 오토바이 부대를 보는 착각마저 들었다. 또 63빌딩의 강 맞은편은 각종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사진 마니아들이 삼각대를 펼쳐 놓고 몇 시간씩 장사진을 이뤘다.
그 다음날 인터넷 사이트를 살펴보니 불꽃축제 모습을 담은 블로그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성숙된 시민의식 덕분에 행사가 전보다 매끄럽게 진행됐다. 불꽃축제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다 보니 아무래도 교통체증과 한꺼번에 쌓인 쓰레기가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이번 행사엔 주최 측과 경찰이 잘 협조해서 지난해처럼 교통 마비 사태는 없었고, 시민들이 쓰레기 수거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세계 연화 강국인 중국,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의 불꽃 쇼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 중 적어도 두 나라 정도는 참여해야 더욱 멋진 불꽃축제가 될 뿐 아니라 세계 불꽃 쇼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서다. 불꽃은 꿈이고, 희망이고, 환호와 갈채이고, 도전이고, 감동이다. 내년에도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서울시민의 축제가 되기를 빌어본다. 또 내년엔 어떤 발전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