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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경영 발판, 진화 고삐 더 죈다

내실경영 발판, 진화 고삐 더 죈다

포스코의 차기 회장 후보로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선정됐다. 기술력을 중시하는 현장형 최고경영자(CEO)로 글로벌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불황이라는 지금, 새 사령탑을 맞이한 포스코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가야 할지 2회에 걸쳐 집중 해부한다.

한나라의 경제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가 철 생산량이다. 18세기 영국은 풍부한 철과 석탄을 바탕으로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세계 경제의 패권을 200여 년간 유지했다.

이후 독일, 미국, 일본이 차례로 세계적인 철강대국으로 등장했으며 우리나라도 1980년대부터 세계적 철강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 동시에 이들 국가 모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최근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이 철강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같은 의미다. 산업 생산이 전자제품 위주의 첨단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철은 ‘산업의 쌀’로서 한 나라의 경제력을 대표하곤 한다.

철이 한 나라의 경제력을 대표하듯 세계경제의 부침도 철의 생산량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철의 전 세계 생산량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13.9% 감소하며 60년래 최대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세계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현실이 될 경우, 내년 철강 생산량은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27.3% 감소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기존 최대 감소 폭은 1982년의 8.7%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글로벌 철강업체들이 향후 1년간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산업이 한파를 맞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계는 2009년 ‘흔들리는 철강왕’ 아르셀로미탈과 감산, 가격 인하 등으로 조정 국면에 돌입하는 등 격변의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철강의 최대 수요처가 경기 급락 여파로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철강업계도 속절없이 타격을 받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게 아르셀로미탈이다. 지난 몇 년간 잇단 인수합병(M&A)으로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성장한 아르셀로미탈이 대대적인 감산·감원을 발표하면서 독보적이었던 업계에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르셀로미탈의 충격적 구조조정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11월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10월 발표했던 CIS 지역 15% 감산 계획을 25~35%로 확대했고, 주요 수출기지인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공장 감산 폭을 50%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2444명 해고’라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철강왕이 경기 급랭 속에서 흔들리는 것이다.

아르셀로미탈은 원가경쟁력이 없는 한계설비를 대상으로 주요 제철소의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인도 일관 밀과 터키 열연, 미국 CGL(용융아연도금라인) 등 성장을 위한 확장 투자는 전면적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또 다른 인도 업체인 타타코러스 역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 인수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고, US스틸도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강관부문 자회사의 사업부문 중 DOM (Drawn-Over-Mandrel) Tubular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일본 철강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 세계 2위 철강사인 신일본제철도 경기 하락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2008년 회계연도 하반기 조강 감산 폭을 애초의 배로 늘리기로 했고 JFE스틸, 고베제강 등 일본 대형 철강업체는 고로 가동을 중단하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 그간 세계 시장을 이끌어온 아르셀로미탈과 신일본제철 등 선두 철강업계마저 흔들리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철강업계는 올 들어 생존경쟁에 들어갔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아르셀로미탈, 타타코러스 등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생존 차원의 대응에 급급한 실정이다. 특히 철강경기 침체에 대응해 전 세계 대부분 철강사가 감산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고로 5사(신일본제철, JFE스틸, 고베제강, 스미토모금속, 닛신제강)는 당초 지난해 10월 말 2009년 3월까지 200만t 감산목표를 설정했으나, 최근 1000만t까지 확대해 이를 통해 가격 하락을 막고 재고를 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국 고로사들도 대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1분기 중 감산을 지속하고 있고, 바오스틸과 안산강철, 무한강철 등은 경영 악화에 대응해 2월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과 미국 철강사를 중심으로 수출확대와 내수방어 전략도 보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어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포스코의 파이넥스 설비 모습.
경기침체기에 흔히 나타나는 보호주의적 성향이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산업에 등장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실제 중국 철강사(무강, 안강 등)들은 수출세와 수출허가제 폐지 등 정부의 수출장려정책을 적극 활용해 수출 확대를 도모할 방침이다.

미국 철강사들도 오바마 정부의 뉴딜정책에 소요되는 철강재를 자국산으로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Buy American’을 정부에 요구하는 등 내수방어 전략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양 진영 간의 힘겨루기가 올해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는 내핍경영이 불가피하다. 원가절감은 전 세계 대부분 철강사가 중점과제로 추진하는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주요 철강사들은 단기적으로는 생존 차원에서, 장기적으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원가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신일본제철 등 일본 고로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코스트 최소화’를 주요 화두로 삼았으며, 올해 4월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중기 경영계획에서 도전적인 원가절감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셀로미탈도 올해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당초 40억 달러의 원가절감을 목표로 했으나 최근 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노동생산성 개선과 에너지 및 원료 코스트 절감, 실수율 향상 등을 통해 목표달성을 추구할 방침이다. TKS(티센크루프스틸)도 원가절감 목표를 10억 유로에서 15억 유로로 상향 조정했다. 이런 목표는 불요불급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교대근무 축소 등 탄력적인 인력운영을 통해 도달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끊임없는 혁신이 포스코 진화의 밑뿌리
포스코의 혁신활동
포스코는 1999년 민영화를 앞두고 공기업적 경영방식에서 탈피해 민영기업 체질로 변모하기 위해 PI(Process Innovation)를 추진한 이래 3기에 걸쳐 강력한 경영혁신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1기 혁신인 PI를 통해 포스코는 고객중심으로 프로세스와 조직을 재설계했고,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디지털 정보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2003년 시작한 2기 혁신은 과학적인 업무방식인 6시그마 방법론을 도입해 전문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양 제철소 81개 공장의 서로 다른 조업시스템을 최신 IT기술로 통합 표준화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3기에 접어든 포스코는 그동안 추진해 온 경영혁신을 통해 이뤄놓은 프로세스와 시스템 혁신의 토대 위에 ‘지속 성장하는 글로벌 포스코’로 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 2기 혁신을 통해 혁신의 하드웨어,즉 인프라를 다 갖췄다면, 이제 일하는 방식을 글로벌화하기 위해 ‘사람’을 바꾸는 혁신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혁신 활동의 중심에 포스코형 6시그마가 있다.

포스코형 6시그마가 추구하는 것은 ‘전 직원이 지혜를 발휘해 매일 개선하고 매일 실천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웨이 정립 및 확산, 재무성과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6시그마 활동 전개, 전 직원이 참여하는 QSS(Quick Six Sigma) 활동과 Work Diet 활동 전개, 지시·보고·회의 문화 개선 등을 주요 테마로 설정하고 포스코 고유의 혁신모델을 정립해 나아가고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혁신활동 몇 가지를 소개한다.



▶QSS 활동

포스코는 6시그마 활동을 지속하면서 전 직원이 개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계 최강의 제조경쟁력을 갖춘 도요타의 TPS(도요타생산방식)와 미국식 LEAN의 장점을 접목해 QSS 활동을 도입했다. QSS는 2006년 5월 도입된 이래 제철소 현장을 중심으로 전원 참여형 개선문화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7년부터는 ‘글로벌 No.1 제조현장 만들기’를 목표로 작업환경 개선활동인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 설비기본 개선활동인 ‘My Machine’, 설비성능 개선활동인 ‘Best Plant’ 단계로 점차 발전해 가고 있다. 포스코는 QSS 활동을 통해 실천력 있는 지식근로자, 새것 같은 설비, 일하기 좋은 작업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본사 및 제철소 사무부문 직원들도 현장 QSS 체험활동에 참여케 함으로써 혁신마인드를 고취하고 있다.



▶학습동아리 활동

학습동아리(Community of Practice)는 조직 구성원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식을 창출,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실행공동체다. 포스코에서는 특히 안정적인 학습지원 시스템(KMS: Knowledge Management System·지식경영시스템)과 고품질 지식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도요타가 ‘눈만 뜨면’ 개선한다면, 포스코는 ‘24시간 눈뜨고’ 개선하고 있다는 모토처럼 QSS 활동은 1600여 개의 온라인 학습동아리 활동과 결합되어 과제발굴과 아이디어 제시, 토론활동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학습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토론과 대화가 활발해져 상하 및 조직원 간의 유대가 강화되고, 재미있고 활기찬 직장 분위기가 조성되는 부대효과도 얻고 있다.



▶워크 다이어트(Work Diet)

포스코는 사무부문의 낭비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2006년 5월부터 직책보임자가 주도하는 전원 참여 방식의 워크 다이어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저가치 업무 20%를 줄여 줄인 시간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주력하자는 목적이다. 쓸데없는 일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워크 다이어트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추진된다. 전사 공통 낭비 제거를 위해 ‘전사 워크 다이어트’ 및 조직 재설계를 추진하고, 부·실 단위 낭비제거를 위해 부서별 학습동아리를 통해 부/실 QSS 활동을 추진하며, 팀 단위의 Visual Planning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기회 지속 모색


아르셀로미탈의 독일 공장.
기본적으로는 감산과 원가절감 등 생존게임에 들어갔지만 일부 철강회사는 장기적인 투자와 역발상적인 공격적 투자로 기존 세계 철강업계의 판도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일본 고로사와 중국 대형 철강사들은 ‘자원 확보를 포함해 공격적인 성장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신일철은 핵심 라인의 설비보전과 함께 도로, 건물, 배관 등 제조기반 정비를 강화하고 수요환경에 부합하는 효율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JFE스틸은 자국 내 조강능력을 3000만t에서 3300만t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JFE스틸 바다 사장은 “현재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신흥국 고급강 시장 확대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기회를 계속 모색할 계획이다. 바오스틸(보강)은 2012년 8000만t 체제를 목표로 철강산업 재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고, 담강 프로젝트 등 그린필드 성장투자를 계속함으로써 올해를 제2 창업의 관건이 되는 해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허베이는 올해 안에 당산, 한단, 승덕 3사의 통합을 완료해 4100만t 체제를 구축, 세계 2위 철강사로 도약한다는 계획 아래 철강 생산과 자원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 무강, 안강, 수강도 방성항과 영구, 조비전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을 내놨다.

티센크루프스틸은 “세계경제가 감속 중이지만 불요불급한 투자를 제외한 핵심투자는 계속한다”는 슐츠 회장의 방침 아래 브라질 슬라브 프로젝트(500만t)와 미국 앨라배마주 열연 프로젝트(탄소강 400만t, 스테인리스 스틸 100만t) 투자 등 필요한 중장기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처럼 60년 만의 불황이라고 하지만 준비된 철강회사는 이번 불황을 오히려 판도 재편의 기회로 삼고 있다.

2000년부터 공격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아르셀로미탈의 1위 자리도 이번 한파가 지난 후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업체 포스코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내실 위주의 경영으로 체력을 비축해 뒀던 점이 이번 경제한파에 오히려 득이 된 셈이다.



기술개발 글로벌 경영의 적임자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아르셀로미탈과 타타코러스 등 대형 철강업체가 퇴조하고 미국에서도 US스틸 등이 판매부진과 대규모 감산 등으로 생존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의 바오스틸, 허베이 등이 공격적 확장투자를 지속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철강산업을 육성하는 정책 등에 힘입어 글로벌 철강업계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철강업체들도 산업경쟁력과 엔고를 활용해 글로벌 M&A 등에 적극 나서는 등 주도권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상 최대 불황은 기업들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사상 최대의 불황 속에서도 포스코가 ‘생존’을 넘어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포스코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불황 이후를 대비한 미래 성장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경영여건 예측 시나리오별 경영계획을 수립,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경영관리 주기를 분기 단위에서 월 단위로 전환해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는 한편 위기극복을 위해 각종 비용을 지난해보다 20~30% 감축할 계획이다.

또 저렴한 원료 사용을 늘려 원료배합 단가를 낮추고, 철 스크랩 대신 용광로에서 나오는 철(Fe) 성분을 함유한 먼지 등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 1조원의 원가를 절감한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처럼 극한적인 원가절감과 비용감축을 추진하면서도 장기적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생산능력 확대 및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투자와 고유 철강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는 오히려 확대키로 했다.

포스코의 올해 투자비는 국내투자 6조원을 포함해 최대 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4조9000억원보다 53%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도 지난해 1.35%에서 올해 1.44%로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가 차기 회장 후보로 엔지니어 출신인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을 선택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정 회장 후보는 1975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한 이래 제강기술과장, 제강부장, 생산기술부장 등을 두루 거치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테크노 CEO로 불린다. 또 부장과 상무 시절에는 EU사무소장을 맡아 글로벌 경영감각까지 갖춰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글로벌 경영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늘어난 투자를 설비확장과 철강·원료 회사 인수합병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우선 광양제철소에 1조8000억원을 들여 연간 생산량 200만t 규모의 후판공장을 하나 더 세운다. 2010년 7월 이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의 후판 생산량은 연간 700만t 이상으로 불어나 세계 1위 후판 생산업체로 올라선다.

계획대로 되면 고질적인 국내 조선업체들의 후판 부족 현상도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필요한 후판을 국내에서 구하지 못해 한 해 600만t가량을 수입해 쓰고 있다. 또 세계 경기침체로 값이 싸진 광산업체와 철강업체들의 동향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투자 6조원과 별도로 1조원가량을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M&A 실무팀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포스코는 이번 세계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글로벌 성장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 제철소 및 철강 공장 신규 건설 외에도 철강 및 원료회사 인수합병, 합작, 지분참여 등 다양한 투자를 모색할 계획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철강 및 광산업체들에 대한 M&A 기회가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금 보유량이 많은 철강업체들을 주목해야 한다”며 “포스코의 경우 올해가 풍부한 현금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원료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라고 말했다.

2018년 연결기준 매출 100조원 목표
포스코의 미래는…
포스코는 창립 50주년이 되는 2018년 연결기준 매출 목표를 100조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열린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포스코 비전 2018’에 담긴 내용이다.
지난 40년간 매년 10% 이상 성장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향후 10년간도 기술개발과 혁신 속도를 높여 매년 10% 이상 지속 성장함으로써 연결기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철강부문에서는 해외 성장시장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려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최고 수준이 되는 ‘글로벌 Big3, Top3’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함으로써 70조원의 매출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철강부문에서는 E&C, 에너지, IT 등 기존 핵심사업과 신성장동력을 적극 육성해 30조원의 매출을 올릴 방침이다.

특히 글로벌 Big3로 도약하기 위해 국내 4000만t을 포함한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를 구축하고, 제2의 성장 거점인 인도는 물론 중동과 미주, 유럽지역의 생산거점도 적극 확대해 글로벌 조강생산량을 5000만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의 10년 후 비전 추진 전략도 ‘3S’로 집약했다.

즉 해외시장 중심의 능력증강(Size up), 어떠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경영체질 구축(Speed up), 출자사와 동반성장 및 연결경영체제 강화 (Synergy up)가 그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40여 년간 국가경제를 지탱해 온 것처럼 향후에도 기간산업으로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그동안의 ‘정도 경영’을 더욱 꽃피우고 ‘글로벌 마인드와 역량’을 갖춰 새로운 성공신화를 창조하는 강한 기업, 사회에 책임지는 지속가능 기업, 세계로부터 존경 받는 모범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1968년 4월 1일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로 출범한 이래 40년간 줄기차게 성장 발전해 온 포스코는 불혹의 나이를 맞은 현재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철강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창립 당시 16억원에 불과하던 자산규모는 2007년 30조4928억원으로 1만9000배 이상 늘었고, 포항제철소 1기가 가동된 1973년 41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지난해 30조6420억원으로 700배 이상 증가했다.

포스코가 지난 40년간 생산한 철강재는 후판 6925만t, 열연 2억1376만t, 냉연 1억3384만t, 선재 3936만t, 스테인리스 1941만t 등 총 5억5085만t이다. 중형차를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약 5억80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의 성공요인은 미국 스탠퍼드대, 하와이대 등 해외 유수 대학교에서 모범적인 경영사례 연구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19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철강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선정해 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위크, 포춘 등은 포스코를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중 하나로 매년 선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경실련의 경제정의기업대상, 경총의 투명경영대상, 한국경영학회 경영자대상, 한국회계학회 투명회계대상, IR협의회 IR대상, 한국윤리경영학회 윤리경영종합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불황기 공격 투자로 다가올 호황 대비

M&A뿐 아니라 멕시코 자동차강판 공장, 베트남 냉연공장, 미국 API강관공장을 준공하고 중국, 태국, 인도 등에 7개의 가공센터를 신설해 고객들에게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전략제품 판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처럼 포스코는 불황기에도 공격적인 투자로 다가올 호황을 대비하고 있다.

과감하고 내실 있는 투자를 멈추진 않지만 그렇다고 포스코가 양적 확대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경기침체를 감안해 올해 생산량과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 포스코의 올해 조강생산 목표는 지난해보다 3~12% 감소한 2900만~3200만t, 매출목표액은 2~12% 줄어든 27조~30조원이다.

연결기준 조강생산과 매출 목표액은 각각 3000만~3300만t, 38조~42조원이다. 이는 모두 지난해보다 다소 낮은 수치다. 수익성 없는 무리한 몸집경쟁 대신 미래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또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료전지 사업 같은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포항에 세계 최대 규모(연간 50㎿)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을 준공하고 상업생산에 들어갔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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