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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 더 큰 게 온다?”

“하반기에 더 큰 게 온다?”


코스피 지수대별 펀드 유·출입 - 자료:현대증권, 단위(조원)

"얘네는 묵은지야. 오를 때까지 묵혀둘 거야. 언젠가는 올라.”

한 방송사의 가상결혼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가수 김용준이 자신의 반 토막 펀드 통장을 공개하며 한 말이다. 그는 700만원을 넣은 펀드에서 -53%, 1200만원에서 -59%, 600만원에서 -35.7%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7년 펀드에 가입한 보통사람들의 수익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그는 이 펀드들이 ‘묵은지’라며 장기투자 의지를 보인다. 여기까지는 금융계 종사자들이라면 모두 좋아할 만한 말이다.

그리고 보통사람들의 반응이기도 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약 80% 펀드 가입자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원금을 회복한 이후에도 환매 대신 수익을 기대하며 통장을 붙잡고 있다.

서보완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 센터장은 “원금 손실 규모가 20% 내외로 좁혀지면서 환매에 나서는 펀드 가입자들을 전체의 20% 정도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경험상의 환매율이다.

서 센터장은 “적립식 펀드 가입자는 지금까지 시련을 다 버텨내고 이겨왔던 사람들”이라며 “환매는 거치식, 그중에서도 일부에서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지수가 1500을 넘어간다 해도 펀드런에 대한 우려는 과잉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가수 김용준은 금융계 종사자들이 결코 좋아할 수 없는 말도 한다.

그는 투자손실을 추궁하는 가상 신부에게 “그 후로는 한 번도 (펀드에 가입) 한 적이 없어”라고 말한다. 펀드 가입자의 20%는 원금에 가까워지는 순간 환매에 나선다. 상당수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 한 주 펀드런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지수가 1400을 회복하자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액이 일주일 새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펀드런을 우려했다. 며칠간의 공방 끝에 과거와 비교해 심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



묵은지와 겉절이 사이 새 고민

IT버블이 꺼졌던 2000년 6월부터 10개월 동안 펀드 설정 잔액이 64조원에서 45조원으로 줄어들었고 2002년 8월부터 2년4개월 동안 설정 잔액은 61조원에서 37조원으로 빠진 것에 비해서는 괜찮다는 것. 하지만 진짜 펀드런은 하반기에 올 것이라는 예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스피 1600→펀드런→갑작스런 조정장→펀드 수익률 재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지수가 최고치를 치는 건 3분기 중일 가능성이 크다”며 “펀드런은 그때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코스피 상승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6월 초 올 하반기 중에 코스피 지수가 1600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잇따라 내놓았다. KTB투자증권은 하반기 목표 지수로 1600을 제시했다. 하나대투는 1610, 동양종합금융증권도 “이달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을 마무리하고 추가 상승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2002년 이후 코스피 지수가 1400~1600까지는 자금 유입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현 상황을 펀드런으로 규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지수가 1600을 넘어서는 순간 충분히 펀드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주식형 펀드 설정 잔액의 절반이 넘는 44조원이 1600 지수 이상에서 유입됐기 때문이다.

배 연구원은 “예상 환매액으로 보면 코스피 지수 상승에 충분히 걸림돌이 될 만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재 지수가 쉼없이 올라 3분기에 곧장 1600을 넘어서게 되면 상승분이 90~100%에 달한다. 되돌림 현상이 30~40%가량 나타난다면, 지수가 그만큼 빠진다는 의미다.

그러면 펀드의 수익률이 또다시 악화돼 지수 상승에도 제동을 거는 악순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 토막의 아픔을 견뎌냈던 펀드 가입자들은 ‘묵은지’와 ‘겉절이’ 사이에서 또 한번 고민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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