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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가 내 손 안에

감시자가 내 손 안에

이젠 맘 놓고 통화하기도 어려운 시절이 됐다. 믿고 사용하는 휴대전화가 주인의 말을 도청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스파이폰’ 소프트웨어가 크게 발전하면서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에 도청 프로그램을 무선으로 전송해 설치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프로그램이 비싸지도 않고 전송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다. 물론 상대방의 전화기를 몰래 가져다가 내려 받기를 승인하는 키를 눌러야 한다. 하지만 단 몇 분이면 충분하다. 벨소리를 다운 받는 시간 정도면 된다. 사용하기 간편한 신형 스파이폰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널리 보급됐다. 그 위력은 대단하다.

최신 프로그램은 휴대전화 주인이 통화하지 않을 때도 마이크를 몰래 작동시키는 능력을 갖췄다. 그 기능을 사용하면 스파이는 지구의 정반대편에 있는 방에서 하는 이야기까지 엿들을 수 있다. 상대방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통화기록에도, 요금청구서에도 아무런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다. 현재 인터넷에서 스파이폰 소프트웨어를 파는 업체는 200곳을 넘는다.

값은 대개 50달러 정도다(일부 정교한 프로그램은 300달러 이상 한다). 프로그램을 파는 이들은 그 수치를 밝히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청 방지·컴퓨터 보안·텔레콤 시장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나 사설탐정 등 일부 전문가는 스파이폰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말한다.

주로 배우자, 애인, 부모 또는 직장 동료들이 설치한다. 회사 직원들은 상사의 부정한 거래를 적발해 최고경영자에게 익명으로 제보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그런 소프트웨어를 몰래 설치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사설탐정 업체 아가타 크리스티 수사소를 운영하는 막스 마이엘라로는 프랑스와 독일의 휴대전화 중 3%가 도청된다고 추정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스페인에서는 5%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글로스터의 보안 컨설팅 회사 그래닛 아일랜드 그룹의 스파이폰 전문가 제임스 앳킨슨은 미국에서 도청되는 휴대전화는 전체의 약 3%라고 말했다(당국의 감청은 여기에 포함하지 않는다). 그 수치가 부풀려졌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통신법을 기꺼이 위반하려고 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아이폰, 블랙베리 등 스마트폰에서 스파이웨어가 활개를 친다. 처리 용량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기존의 이동통신 기술보다 보안이 더 취약한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모뎀을 사용하지 않고도 전화 단말기와 팩시밀리, 랩톱 등에 직접 접속해 이동데이터 서비스를 받는 유럽식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 네트워크가 널리 보급되면서 잠재적 피해자의 범위가 넓어졌다.

당국의 법 집행용으로 개발 중인 스파이웨어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전송돼 메시지가 열리면 프로그램이 전화기에 자동 설치된다고 한 이탈리아인 개발자가 전했다. 한 가지 걱정거리는 그런 소프트웨어가 범죄자들의 손에 들어가기 쉽다는 점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인 모션(블랙베리)이 외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업자들에게 전화기를 개방하면서 스파이웨어가 침투할 가능성이 커졌다. 컴퓨터용 백신과 보안 프로그램은 처리 용량을 너무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가동하기는 무리다. 전화기 전용 보안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개 사용자들은 도청의 위험을 간과한다. 하지만 스파이폰 소프트웨어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면 그런 태도도 곧 바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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