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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 전도사’의 고민

‘전립선 전도사’의 고민


포천중문의대 교수

10여 년간 한결같이 전립선만 외치고 다녔더니 어느 방송국에서 별명을 하나 붙여 주었습니다. 전립선 전도사랍니다. 목요일이면 서울 시내에서도 후미진 곳의 보건소를 돌며 전립선에 관한 건강 강좌를 하고 배뇨장애를 가진 노년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합니다.

여기에 협회의 큰 행사인 도서 벽지 진료 행사도 있답니다. 사방 100km 안에 대학병원급 진료기관이 없는 곳만 찾아가는 사업입니다. 그동안 참 많이도 다녔습니다.

고흥, 해남, 고창, 순창, 안면도, 보령, 보은, 거제도, 강원도 고성, 정선, 봉화, 청송…. 3월에는 13번째로 경상북도 영양을 다녀왔습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 두메산골입니다.

어느 마을 이장님은 64세인데도 그 동네에서 막내랍니다. 젊은이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현대적인 비뇨기과 전문 진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보기술(IT)이니, 디지털이니, 사이버니 하는 세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삶을 사는 농어촌 어르신들을 보면서 우리가 너무 과분한 삶을 사는 게 아닌가 하고 늘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지역 간 격차에 따른 의료 취약 지역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과천정부청사 관리소장에게서 의외의 부탁을 받습니다.

과천에 1만여 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일용직, 별정직뿐 아니라 각 부처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중 50대 이상이 1000명을 훨씬 넘는답니다. 그중 많은 분들이 전립선 질환이나 배뇨장애에 대해 관심이 많고 진료받고 싶어 한답니다. 이분들에게는 진료비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종합병원에 가면 이 검사 저 검사를 하느라 몇 번씩 다녀야 결과가 나오는데 일일이 병가를 낼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매년 초 동한기(冬閑期)에 그들을 돕고 있습니다. 2월 초에 200여 명이 진료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가을 생각지 않던 기관으로부터 요청을 받았습니다.

퇴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대한언론인회 회장이 간곡히 도움을 청한 겁니다. 회원들 중 65세 이상이 600여 명이나 된답니다. 지식인들이어서 전립선 질환에 대한 정보는 많이 들었는데 선뜻 병원에 가기가 어렵답니다. 아니! 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를 쥐락펴락하던 언론인들인데 꼭 저희가 도와야 할른지요?

거절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시합니다. 이런 말들을 합니다. 봉급이 끊기고 10년이 지나면 누구나 몸과 마음이 오그라든답니다. 원래 기자들은 우쭐해 하는 직업이라 현직에 있을 때는 술도 좋아하고 기고만장하지만 이재(理財)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 모두가 몸과 마음이 추운 노년을 보내고 있답니다.

한때 이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분들인데…. 지난 겨울 가장 추웠던 12월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 진료실을 차렸습니다. 추운 날씨에 과연 몇 분이나 오실까? 무려 16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모였습니다. 동영상을 통한 전문 교수들의 강의, 검사, 상담이 원스톱으로 진행됩니다. 필요한 분들께는 전문 치료제도 드립니다.

며칠 전 한밤중에 회장님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협회 검진을 통해 전립선암이 발견된 분들 중 둘은 수술 치료를, 다른 두 분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답니다. 조기에 발견돼 정말 다행이랍니다. 고마워서 회보에 낼 투병기를 보내 왔답니다. 큰 일을 했답니다. 의사로서 사람을 살렸다는 말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돌이켜 봅니다. 삶의 그늘은 도시에도 벽지에도 있지만 기관에도, 집단에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협회가 돌봐야 할 곳이 늘어만 갑니다. 사업 경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만 갑니다. 그래도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 도망갈 수도 없습니다. 이래저래 전립선 전도사의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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