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사랑 방식 참 다르구나
남녀의 사랑 방식 참 다르구나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심각해지면 등장하는 노부부의 맛깔스러운 연기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
공연 제작업체 연극열전의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 의 한 장면이다. 이 작품은 아내의 무덤을 찾아가 하소연하는 남편의 삶과 사랑,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심각해질 때면 등장하는 노부부의 맛깔스러운 연기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젊은 시절 수도 없이 바람을 피운 노인은 아내가 죽은 후에야 잘 보이려 애쓴다. 그의 외도에 숱하게 상처를 받다 저 세상으로 떠난 노부인이 그의 애교를 퉁명스럽게 받아 친다. 이 연극을 관람한 인테리어 디자인업체 진디자인의 백남진(52) 대표는 이 노부부의 연기를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노부부의 연기에 많이 공감했어요.”
백 대표는 노부부를 보며 남녀의 다른 사랑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고 여자는 현재 사랑에 산다고 하잖아요. 아내가 남편의 외도에도 헤어지지 않은 건 그런 이유에서였을 거예요.” 하지만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관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 했다.
“지금은 여자가 정말 사랑에 빠진다면 가정을 깨고 새 출발을 하겠죠.”
관객 중에는 젊은 부부의 슬픈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이도 꽤 있었다. “하마터면 당신 이름을 부를 뻔했어. 애리가 ‘아빠’하고 부르기 전에는. 왜 나 혼자 있게 한 거야…”라고 중기가 혼잣말을 할 때는 객석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노부인을 연기한 황영희 씨는 꽤 낯익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방영된 MBC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에서 한 단원의 아내로 출연했다.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한 뮤지컬 기획자가 공개적으로 그에게 뮤지컬 출연 요청을 했을 정도로 그는 노부인 역할을 잘 소화했다. 백 대표는 특히 그의 발성법이 신선하다고 했다.
노부인은 드라마에서처럼 평소에 대화하듯이 천천히, 일반적인 톤으로 연기를 했다. “보통 연극에서는 좀 빠르게 높은 톤으로 말을 해요. 발음도 무척 정확하게 하죠. 그런데 황영희 씨는 달라요.”백 대표는 이화여대 학생 시절 기독교 교육단체인 크리스천아카데미에 소속된 대학 연합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다.
첫 공연이었던 <조각가와 탐정> 에서 조각가의 애인 역할을 맡았다. “여름 방학 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공연 준비를 했어요. 복식 호흡을 하며 발성 연습을 했죠.” 연습을 마치고는 친구들과 서울 장충동 족발집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마셨다. 12시가 통금이었던 시절이라 10시30분이면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회원들과 1박2일로 여행을 간 적도 있다. “정오까지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여행 가자는 말이 나와 오후 3시까지 청량리 역에서 모이기로 했죠. 휴대전화가 없는 건 물론이고, 집에 전화가 없는 친구도 있어서 그때까지 모인 사람들만 기차에 탔어요.”
당시 친구들 중에는 연극 동아리 활동에 영향을 받아 진로를 수정한 이가 꽤 있다.
영어영문학과 학생이었던 두 명은 광고 제작 쪽에 진출해 현재 유명 광고대행사에서 일한다. 영화 제작사 신씨네의 신철 대표도 당시 회원 중 한 사람이다. 연극 동아리 활동 이후 백 대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정치외교학 석사 과정까지 밟았지만 이후 미대에 다시 진학했다.
그리고 미국 유학을 가 석사 과정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미술에 빠져 미대에 진학하려 했으나 부모 반대에 부딪혀 꿈을 이루지 못하다 뒤늦게 원하던 길을 간 것. 그 후에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1994년부터 진디자인의 CEO로 일하고 있다. 조각가와> 베토벤>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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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표는 요즘도 당시 친구들을 가끔 만난다. 그는 CEO로 바쁘게 지내다가도 이들을 만나면 여유를 찾는다. “그때 친구들은 현실적인 이득만을 추구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만나면 ‘여전히 꿈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 중에는 중년의 나이에 다시 연극 무대에 선 사람도 있다. 백 대표는 2007년에 그 공연을 관람했다. “초연이라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 열정이 부러웠죠.”
요즘 백 대표는 회사 일이 바빠 연극을 관람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1년에 한두 편 정도밖에 못 본다. 연극에 대한 관심은 여전해 얼마 전에는 CEO들이 모여 만든 문화예술지원포럼 ‘알파(Art Lovers Forum A)’에 가입했다.
두 달에 한 번씩 함께 연극을 관람하거나 친목 모임을 갖는다. 지난해 12월에는 알파에서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제정하고 첫 수상자로 배우 김원해 씨와 이정은 씨를 선정하기도 했다. <민들레 바람 되어> 도 알파 회원들과 함께 관람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백 대표는 연극을 보면서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는다.
그는 “연극을 보며 디자인의 주제를 잡는 데 필요한 감성과 감각을 기른다”고 말했다. PMC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민들레 바람 되어> 관람을 마친 후 20명 정도의 참가 회원들은 10시가 넘은 시각에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다.
백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학 때 그랬던 것처럼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연극과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민들레 바람 되어> 는 그의 젊은 시절 추억을 현실로 가져다 놓았다. 민들레> 민들레> 민들레>
<민들레 바람되어> 는… 민들레> 2008년에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다시 공연됐다. 특히 신인 작가의 초연 창작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민들레 바람 되어> 의 대본을 쓴 박춘근 씨는 등단한 지 2년 된 신인 작가다. <민들레 바람 되어> 는 6월 26일부터 대전, 과천, 거제, 안산 등 전국 10곳에서 공연한다. 민들레> 민들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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