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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주식이 또…

아뿔싸! 주식이 또…

짧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0월 5일, 국내 증시는 4일 만에 거래를 재개했다. 그리고 다음날, 코스피지수 1598로 장을 마쳤다. 연휴 전(10월 1일 1644)보다 46포인트 내린 수치다. 지난 9월 22일 1718로 1700대를 돌파해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이뤄진 조정은 투자자들에게 1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마치 추석 연휴의 저주처럼 다가온 조정장을 2009년을 3개월 남겨 둔 시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아, 예. 뭐 좀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지난 10월 9일 통화한 한 금융회사 임원은 기자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뭘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니나 다를까 “시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증시 전망을 주제로 얘기하고 있으면서 또 나름의 증시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이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연휴 이후 코스피지수가 급락하고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업계와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급락의 요인은 미국발 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를 쉬는 추석 연휴에도 지구 반대편의 미국 증시는 활발하게 돌아갔다. 투자자들이 연휴 이후 증시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다.

10월 초 발표된 미국 9월 실업률은 9.8%로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미국의 실업률이 올해 안에 10%를 넘을 것”이라고 말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9일 추석 전 지수 회복

▎앞으로 증시 방향은?

▎앞으로 증시 방향은?

여기에 제조업 지수 악화라는 부정적 요소가 더해져 10월 1일 다우지수, 나스닥지수, S&P500지수가 동반 급락한 것이다. 미국 주가가 하락하자 외국인이 국내 주식 투자에서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 최근 국내 증시 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10월 5일부터 7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조정이 미국 ‘탓’이라면 지수 상승 역시 미국 ‘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증시가 서로 연동하는 ‘커플링’ 현상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지난 6일 1598까지 내린 지수가 다시 1600대를 회복한 것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의 원자재 관련 기업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김 부사장은 “이번 상승은 미국의 소비가 되살아나서 국내 증시가 오르는 것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7일부터 발표되는 미국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자 9일 코스피지수는 1646.79로 추석 연휴 전 수준을 회복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적극적인 순매수로 다시 돌아섰다.

이날 오름세로 다시 1700대를 바라보게 된 시장은 “이제 환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원화가치가 하락해 환율이 오르길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번 조정에 투자자들이 더 긴장한 이유가 바로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었다. 올해 3월만 해도 15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24일 1200원대를 깬 이후 1160원대까지 하락했다.

무엇보다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체가 올해 2·3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에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의 수혜가 작용했다는 점이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현재 환율은 10월 9일 기준 1164원(외환은행)이다.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평균 환율을 1130~1180원으로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이 전망한 올해 말 환율은 1130~1150원 수준이다. 대내외적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할 요인은 많지만 정부가 그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올해 초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이 1000원대에서 사업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수출기업 역시 큰 타격은 입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일주일 동안 투자자들의 애만 태우다 결국 연휴 전 자리로 돌아온 증시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원화가치가 지금 수준에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다시 상승세를 띨까? 아니면 그동안 지수가 많이 오른 부담감에 주저앉아 상승 여력을 내지 못하게 될까?

신중론자로 알려진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월 시장을 보면 다른 나라는 주로 옆으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는데 국내 증시만 1600대에서 1700대로 치고 올라갔다”며 “1700대 돌파가 외국인 순매수 같은 수급 효과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외국인이 돌아서자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항상 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였기에 갑작스러운 조정에 분주할 줄 알았지만 뜻밖에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이 센터장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크기 때문에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큰 폭으로 상승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인 금융 위기 발생 이후 코스피·환율 추이

▎본격적인 금융 위기 발생 이후 코스피·환율 추이

그는 연말까지 1600~1700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증권사들의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단기적인 조정이 끝나면 추가 상승한다는 의견과 조정이 좀 더 지속된다는 의견이다. 경기 회복이라는 큰 트렌드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추가 상승의 근거다.

10월에 미국의 여러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라 예상보다 지표가 좋지 않으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금리 인상 같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조기 시행되면 그 또한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 금리를 2%로 8개월째 동결하면서 당분간 이런 우려는 덜할 것으로 보인다.

1800, 1900까지 연말 적정 지수를 전망한 증권사도 있었지만 대체로 1500~1700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김한진 부사장은 “현재 상황은 과속하다가 딱지를 떼인 것과 같다”며 “올해 남은 시간은 숨 고르기를 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증시에 대한 우려도 나타난다.

현재가 경기 회복기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내년까지 경기 모멘텀이 유지된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한진 부사장은 “내년 하반기에 부실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고,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은 “올해 3·4분기에 고점을 찍고 내년 1분기에 증시가 급락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과속하다 딱지 떼인 것과 같아”비관론자로 알려진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처센터장 역시 “현재 주가는 오버슈팅(과잉 상승)이고 4분기에 기업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 주가 변동성이 매우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불안한 이유는 1년 전 악몽 즉,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경기 회복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해석한다. 이 부작용이 언제까지 어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모른다. 시장 생각에 골몰하느라 기자와의 통화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그 임원은 내년 전망을 묻자 “마음을 비웠다”는 말부터 꺼냈다.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조정이 투자자들에게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일깨워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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