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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경영으로 해외시장 잡는다

1초 경영으로 해외시장 잡는다

“1초 경영은 단순히 빨리 빨리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1초라도 먼저 내다보고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경영혁신 전략입니다.”임인배(55) 사장은 ‘1초 경영 전도사’다. 1초 경영은 다른 회사보다 1초 빨리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만족시키자는 것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시장 대응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최근엔 그의 경영철학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위기 때는 1초 경영을 펼쳐라> 란 책도 냈다. 그는 “1초 경영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며 “정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1초라도 먼저 출동해 고객이 안심하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1초 경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지난 4월 ‘1초 경영 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회를 통해 쏟아진 아이디어는 모두 220개에 달했다. 임 사장은 이 중 중점 추진 과제로 24개를 정했다. 임 사장은 매주 수요일 추진 과제들의 진행사항을 점검한다. 임 사장만 보고 받는 것은 아니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 직원이 ‘1초 경영’과 관련된 과제들의 진척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임 사장은 “모두 지켜보고 있으니 1초라도 빨리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초 경영을 통해 추진하는 과제들도 예사롭지 않다. 정원을 줄이고, 기구를 축소하자는 슬림화 정책이 대표적이다. 임 사장은 이미 22개 팀을 12개 처겱퓐?개편했고, 올 상반기에 5개의 사업소를 통폐합했다.

현재 정원 2876명 대비 289명을 감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상시 퇴출제도를 도입했다. 근무태도 불량 등과 같이 업무 성적 하위 3%를 집중관리해 해당자에게 3개월간 교육을 실시해 평가한 뒤 부적격자로 판명되면 솎아내는 제도다. 임직원들의 성과급을 통해 신규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간부 직원들의 성과급 20%, 직원들의 성과상여금 15%를 반납 받아 신입사원 규모를 30명 확대했고, 청년인턴 40명도 채용했다. 윤리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 사장은 임원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으로 보낸다. 지사들의 운영행태를 파악하고 윤리의식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임진강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공사 직원의 나태함과 비윤리성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부실·허위 점검은 절대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 사장은 이를 위해 외부 강사와 전문가를 초빙해 직원들의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얼마 전 모 직원이 책상에 앉아 점검을 완료했다고 허위 보고를 올렸다 적발돼 해고한 바 있다.

단순히 감봉 정도의 징계로 잘못을 덮던 관행을 깨는 셈이다. 그는 “전기안전공사는 국가에서 인정한 독점기업”이라며 “우리로선 경쟁할 회사가 없으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내부 역량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전기의 안전한 사용을 책임지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전봇대부터 가정·빌딩·아파트·공장·발전소까지 전기 고장과 안전 문제는 전기안전공사가 책임진다. 전기공사 업자들이 전기공사를 한 후 점검 받는 곳도 바로 전기안전공사다. 그래서 전체 직원 중 93%가 기술자다.

“기술자들의 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삼성 같은 굴지의 민간기업들도 그것만은 인정하지요. 이런 기술력을 국내 시장에만 한정시키기엔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할 생각입니다.”


해외시장에서 신성장 동력 찾는다임 사장이 취임 이후 적극 밀어붙인 것 중 하나가 해외시장 개척이다. 전기안전공사의 해외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 해외시장에서 현지 공장이나 대형 선박의 정밀 안전진단을 해 주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베트남과 몽골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주요 시설물의 전기안전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그 나라의 변압기와 콘센트 등의 표준화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태국 등지에서 2억원가량을 수주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남극 세종기지를 비롯해 오만·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앙골라 등에서 순이익만 20억원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엔 몽골 자원에너지부의 저르거트 장관과 전기안전에 관한 기술협정을 체결했다.

앞으로 전기안전공사는 몽골 공무원의 전기안전 교육과 컨설팅, 주요 공공시설물의 전기안전진단과 전기화재 연구분야 등을 지원하게 된다. 최근 베트남 전역을 돌며 공사의 기술자들이 현지 전기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향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임 사장은 “우리 민간기업들이 해외에 더 진출해 돈을 벌 수 있도록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공기업의 역할”이라며 “전기설비가 낙후된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전기안전 교육을 실시하면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자재와 설비를 수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사장이 해외시장에 주력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시장의 한계와 무관치 않다. “우리가 돈을 벌려면 3년마다 하는 정기 안전검사를 1년으로 바꾸면 됩니다. 그러면 매출이 적어도 두 배는 오를 겁니다. 하지만 공기업이다 보니 그렇게는 못하죠.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더 집중하고, 못하는 분야는 민간에 이양할 계획입니다.”

민영화에도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공사에서 맡고 있는 저압과 고압 부문의 안전관리를 조만간 민간에 넘길 계획이다. 반면 한전과 협약을 통해 사용 전 점검업무는 확대하기로 했다. 사용 전 점검은 건물 개소식 전에 전기설비의 안전점검을 받는 것을 말한다. 수익구조도 다변화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병원, 호텔 등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맞춤형 정기검사를 활성화해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콜 제도를 도입해 24시간 전기안전 긴급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7년 자본잠식 상태였던 전기안전공사는 임 사장 취임 직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지난해 1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임 사장은 “당시는 신이 내린 직장이 아니라 신이 버린 직장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올해 남은 400억원의 부채를 모두 갚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금 추세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앞으로 해외시장 매출도 1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임 사장은 매출이 오르는 만큼 국민을 향한 서비스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밤중에 정전되면 대부분 한전에 전화를 걸지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 나가는 사람은 바로 저희 직원입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검사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전기설비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재래시장은 전기 관련 화재가 자주 발생하지만 영세상인들이 자비를 들여 시설을 고치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 전기안전공사가 공사비를 전액 지원키로 했다.

또 영겴??보육시설을 비롯해 농어촌 독거노인 거주지, 각종 축사의 취약 전기설비 점검 범위를 확대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콜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저소득층만 해당되던 ‘스피드콜’ 서비스 대상을 농촌 및 사회복지시설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피드콜은 저소득층의 전기시설에서 고장이 발생했을 때 긴급 출동해 처리하는 ‘전기 119’ 서비스다. 임 사장은 “전기 화재를 18%에서 10%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임 사장은 경북 김천에서 3선을 한 국회의원 출신이다.

“정치인과는 달리 대학교수가 공기업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것에 대해선 낙하산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전기안전공사 CEO라고 하면 꼭 전기를 하는 사람이 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공사가 오랫동안 겪어온 노사문제의 경우 저보다 잘 해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섬김의 리더십으로 조직 추슬러그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은행원, 여고 교사, 수사관, 식당 주인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임 사장이 서울 명지대 앞에서 돈가스 식당을 차렸을 때다. 당시 거액의 빚을 얻어 식당을 열었지만 장사는 도저히 잘될 기미가 없었다. 호텔에서 일하는 친구를 불러 물었더니 문제는 맛이었다.

그는 기존 주방장이 받던 월급의 세 배를 주고 호텔 요리사를 스카우트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그는 3년 만에 3층짜리 빌딩을 살 정도로 큰돈을 벌었다. 이때 번 돈을 고향 중·고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하며 김천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유명세를 타다가 40세 되던 1996년 김천시에서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돈을 벌려면 인재의 소중함부터 알아야 한다”며 “지금도 직원들을 섬기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남은 임기 2년 동안은 정치권을 쳐다보지 않겠다는 각오다.

골프 입문 3개월 만에 90타를 쳤을 정도로 집중력이 강한 그가 경영에 ‘올인’한 셈. 그는 “정치와 달리 경영은 실적이 계량화된 수치로 나와 의욕이 생긴다”며 “공사 35년 역사 중 가장 경영을 잘한 CEO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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