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論濁論] 더블딥 논쟁
[淸論濁論] 더블딥 논쟁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는 양상을 나타내면서 더블딥(double dip)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경기가 반짝 개선되다가 다시 둔화될 것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회복기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이기는 해도, 결코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내일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에 미래 경기에 대해 낙관만 할 수 없는 까닭이다.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미리 예견하고 대비책을 강구한다는 측면에서 더블딥 논쟁을 회피하거나 도외시하기보다는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경기 운영을 위해 더블딥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보자. 무엇보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지표상의 일시적 둔화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위기 상황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그래야 원인과 대처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지 수치상 둔화 현상이라면, 더블딥은 확실히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은 기준연도의 실적에 따라 당해연도의 성과가 결정되는 ‘기저 효과’ 때문에 빨랫줄처럼 일직선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분기별로 보았을 때 한 분기 성장률이 높으면 그 다음 분기는 전기에 비해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전년 동기로 보면 이러한 기저 효과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경기 흐름을 굳이 정의하자면 경기 회복 중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경기 약화를 뜻하는 소프트 패치(soft patch)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경기 회복 기조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국내외 경기가 감소 성장의 늪으로 다시금 깊이 빠져드는 경우다. 엄밀한 의미에서 더블딥은 이 같은 상태를 말한다. 이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로는 크루그먼과 루비니 같은 세계적인 대가들이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능성 정도를 얘기하는 정도지 꼭 그럴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장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대 루비니 교수도 심각한 더블딥 가능성을 25% 내외 정도로밖에 보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은 낮더라도 비관적 주장의 근거는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잠재되어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피하거나 해소함으로써 향후 경기 활성화 정책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심각한 경기 재침체의 원인으로 꼽히는 내용은 출구전략과 정책공조 두 가지로 집약된다.
너무 성급한 출구전략이 추진되고 국가 간 정책공조 체제가 허물어지면 세계 경기의 급락은 불가피해진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한국 경제 역시 심각한 경기 둔화에 직면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늘 제시되는 것이 1920년대의 대공황기요, 일본의 장기 침체 현상이다.
결국 더블딥 논쟁이 경기 운영에 주는 교훈은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는 데 매우 신중하라는 것이 하나요, 또 하나는 국제공조 체제를 더욱 강화하라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경제 여건 변화로 받는 충격이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훨씬 빠르고 큰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긴축 정책을 추진하는 데 더더욱 신중을 기하고 주변국들과 정책공조를 이루는 데 한층 힘을 쏟아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