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미국 암치료 체계에 ‘구멍’ 있다

미국 암치료 체계에 ‘구멍’ 있다

흔히 미국의 의료수준을 세계 최고라고 말한다. 매릴랜드주에 사는 새러 서스먼(36)도 귀가 따갑도록 들은 얘기다. 그러니 자신이 겪은 일을 쉬 믿기 힘들다. 지난해 성탄절 이틀 전 가슴에서 멍울이 잡혔다. 유방 X선을 찍었다. 방사선전문의는 조직검사가 필요한 무엇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서 조직검사를 받으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서스먼은 자주 찾아가는 산부인과 의사에게 집에서 가까운 존스 홉킨스 키멜 암센터에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산부인과 의사는 다짜고짜 “당신 나이엔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며 암 전문이 아닌 일반 병원의 의사를 소개했다.

하지만 서스먼은 혹시나 싶어 아버지와 오빠의 흑색종(피부암의 일종)을 치료한 뉴욕대 암 전문의에게 전화를 걸어 바로 그 주에 예약을 했다. 그 의사는 산부인과 의사가 “당신 나이엔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며 무시했던 바로 그 X선 사진을 보고 종양을 두 개나 찾아냈다.

둘 다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컸다. 서스먼은 염증성 유방암 4기로 이미 둔부에도 전이됐다. 서스먼은 6개월간 화학요법을 받았고 방사선 치료를 막 시작했다. 앞으로 수술도 두 번이나 받아야 한다. 의료 과실 이야기냐고? 아니다. 암진단과 치료의 수준이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암진단과 치료가 실제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환자가 그런 치료를 받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예컨대 방광암 4기 환자의 치료 실적이 가장 우수한 암 전문의나 암센터를 찾는 일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암센터들이 이런 ‘실적’ 자료를 마치 국가기밀처럼 다룬다.

암환자가 어디서 치료를 받느냐가 과연 문제가 될까? 일류 병원과 나머지 병원 사이의 진단과 치료의 수준 차이가 생존이나 삶의 질을 좌우할 정도로 클까? 일부 종양은 치료가 완전히 표준화 됐기 때문에 어느 병원에 가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완치될 확률도 높다. 예를 들어 유방절제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일류 암센터의 경우 81%, 다른 병원에선 77%다.

큰 차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전립선암 2기의 환자가 예컨대 일류로 알려진 필라델피아의 폭스 체이스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면 5년 생존율이 93%다. 하지만 전국 평균도 88%로 이 역시 큰 차이가 없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비뇨기과 의사 데렉 라가반은 “모든 암의 80%는 지역사회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며, 또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환암(치료가 비교적 간단하다) 환자를 2000명이나 치료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가 30명에 불과한 의사보다 내가 더 나은 화학요법을 쓴다고는 말 못한다.” 그렇다면 아주 위험한 암은 어떨까? 지난 8월 25일 세상을 떠난 테드(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뇌암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으로 듀크 종합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미국에서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병원이다. 케네디가 진단 받은 뒤 생존기간은 15개월이었다. 그 암의 평균 생존기간은 14.6개월이다. 일부 암의 경우는 의학계의 신 같은 존재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양극단의 중간에 있는 수많은 암은 어떨까? 간단하지도 않고 완전히 가망이 없지도 않은 암 말이다.

뉴스위크는 암 전문의 수십 명을 인터뷰했고, 여러 편의 관련 논문도 훑었다. 이전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암센터들의 실적 자료도 열람했다. 그 결과 그런 암의 경우 병원에 따라 실제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뉴욕주 버펄로 소재 로스웰 파크 암 연구소의 스티븐 에지는 “최고의 암 치료를 받는 일이 가능하다고 해도 모든 미국인이 반드시 그 혜택을 보지는 못한다” 며 “격차의 폭이 상당히 넓다” 고 말했다. 첫째, 미국의 암환자 90% 이상이 치료를 받는 지역사회 병원(현지 병원과 사설 암 전문의)과 일류 암센터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일류 병원의 경우 72%, 지역사회 병원의 경우 62%다. 특정 암센터의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더 심한 차이가 드러났다. 전립선암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예를 들어 폭스 체이스 암센터의 경우 71%이지만 전국 평균은 38%에 불과했다.

유방암 4기의 경우 생존율은 각각 27%, 19%다. 거의 절반 정도 차이가 난다. 자궁경부암 4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은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33%, 전국 평균은 16%다. 절반 이상의 차이다. 놀랍게도 일류 암센터와 지역사회 병원 사이에서 나타나는 치료의 질적인 차이는 수백만 달러짜리 최첨단 기계가 있느냐 없느냐 같은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만약 그 때문에 차이가 난다면 소규모 지역사회 병원들이 뒤처져도 용서 받을 만하다. 오히려 차이는 경험 같은 아주 기본적인 요소에서 비롯된다. 진단이 정확한가? 의사들이 환자의 식이요법, 운동, 심리적 건강에 신경을 쓰는가? 치료의 지침이 되는 분자표지(molecular marker)를 찾으려고 자주 검사하는가? 치료가 일관성 있게 이뤄지는가?

수술, 방사선치료, 화학요법으로 ‘식별 가능한 종양을 전부 제거한’ 뒤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려고 환자를 얼마나 잘 관찰하는가? 아울러 그 차이는 지식의 격차도 반영한다. 예를 들면 유방 MRI(자기공명촬영) 결과가 월경 주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의사가 너무나 많다.

시애틀의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의 줄리 그랠로는 자신이 재심을 요청 받는 유방암 진단의 약 15%가 오진이라고 말했다. 둘째, 일류 암센터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일례를 들면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에선 식도암으로 수술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40%다.

다른 일류 병원의 경우는 약 30%이며, 뉴욕시의 다른 병원들의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일류 암센터 사이에도 의사들의 정교함을 요하는 수술 기술과 화학요법의 부작용을 관리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지도 모른다(올해 미국의 암 사망자는 약 56만2000명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암센터가 특정 암에 최고의 실적을 가졌는지 알 도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심하게 말해 환자가 일류 암센터에서 반드시 치료 받기를 원한다면 그 병원 이름이 적힌 목록을 벽에 붙여두고 다트를 던지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세부적인 실적 자료를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미국의 암 전문 병원은 클리블랜드 클리닉뿐이다).

따라서 예컨대 직장암 4기 환자의 생존율이 가장 높은 병원을 찾기는 실제로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암학회(ACS)의 렌 리히텐펠드 부회장은 “환자가 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병원을 쉽게 비교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슬론-케터링의 실적 자료를 요청했을 때 우리는 어떤 문건도 복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휴스턴에 있는 MD 앤더슨 암센터의 한 대변인은 “지금은 실적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그곳의 한 의사는 “의사들이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자료를 공개하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류 암전문 병원 21곳의 연합체인 미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는 회원 병원들이 치료 지침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조사하지만 특정 암센터의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병원들의 실적을 거의 알기 어렵다는 사실은 대단히 큰 문제다. 왜냐하면 일류 병원들도 치료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1997년 이래 과학자들은 NCCN 회원사들이 치료 지침을 얼마나 잘 따르는지 자료를 수집했다. 예를 들어 2008년에는 유방보존 수술 후 환자에게 타목시펜(유방암 치료제)을 처방하는 사례가 얼마인지 조사했다.

해당 유방에서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쪽 유방에서 암이 새로 생길 가능성을 줄여주는 약이다. 암센터에 따라 최저 34%, 최고 74%로 차이가 컸다. 마찬가지로 결장암에서 권고되는 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의 비율도 일류 암센터 8곳의 경우 최저 17%, 최고 64%였다. 결장암 2기 환자에게 화학요법을 쓰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유가 병원에 따라 거의 4배의 차이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연구자들은 일류 병원들의 이런 치료 격차가 환자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로스웰 파크 암 연구소의 에지는 지침이란 말 그대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지침에 따라 치료 받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로 입증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부 유방암 치료 지침의 수용률이 어느 병원에서는 80%이고 다른 병원에서는 90%라면 생존자 수가 매년 2000명 정도 차이 난다. 에지는 “그러나 어느 병원이 치료 지침을 따르는지 알기도 거의 불가능해서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는 전적으로 소문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문이 아니라면 낯선 사람의 친절한 권유를 기대해야 할지 모른다. 암전문가들과 치료를 담당하는 간호사들은 어느 병원이 최고 수준인지 잘 안다. 돈 맥케이의 사례에서 그런 점이 드러났다. 롱아일랜드에 사는 맥케이는 2004년 12월 18개월 된 아들 카일을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데려갔다.

힘이 없어서 걷지도 못하는 데다가 구토에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CT(컴퓨터 단층 촬영) 결과 뇌종양이 발견됐다. 외과 레지던트(전문의 수련의)는 맥케이와 아내에게 카일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더 많은 검사가 필요하며 십중팔구 수술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맥케이와 아내가 어쩔 줄 몰라 하자 한 간호사가 맥케이를 한쪽으로 데려가 말했다. “아이를 미국 동부의 최고 소아뇌 외과 의사에게 데려가고 싶지 않으세요? 그럼 뉴욕대의 제프리 위소프 박사를 찾아가세요.” 위소프는 다른 의사들이 엄두도 내지 않는 수술을 기꺼이 떠맡는 의사로 잘 알려졌다.

결국 그가 카일의 수술을 맡기로 했다. 카일은 뉴욕대로 이송돼 6시간의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고 6개월간 화학요법을 받았다. 지금 카일에겐 암이 없다. 위소프는 정교한 수술로 카일의 건강한 뇌조직을 전혀 손상하지 않았다. 카일의 경우처럼 복잡한 수술은 당연히 일류 암센터와 일반 병원 사이에 큰 차이가 난다.

“식도암, 췌장암, 혈액암(골수 이식이 필요할지 모른다)같이 치료가 어려운 암은 NCCN 회원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한다”고 에지가 말했다. 그는 미국 외과의사협회(ACS)의 암 위원장으로 암치료의 질을 측정하는 연구를 주도한다. 식도암의 경우 사망률 차이가 매우 크다.

슬론-케터링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일반 병원의 경우 17%, 일류 암센터의 경우 겨우 4%에 불과하다. 그와 비슷하게 위암 환자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슬론-케터링에선 약 50%이지만, 일반 병원이나 다른 암 전문 병원은 37%로 떨어진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라가반은 “어려운 수술이라면 건드려선 안 되는 곳과 괜찮은 곳을 가려내는 노련한 외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몸이 날씬하고 고환암 외에는 이상이 없는 사람의 경우 10여 개의 임파절을 절제하기가 쉽다고 그는 설명했다(전이 여부와 화학요법·방사선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육중한 거구에 지방이 많은 고환암 환자의 경우엔 임파절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전이 여부를 판단하지 못해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역설적이지만 일류 암센터에서 치료 받는 비용이 반드시 더 비싸지도 않다. 전부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 변제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어쩌면 비용이 더 적게 들지도 모른다. 일류 병원에선 입원 기간이 짧고 합병증 발생률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방암, 전립선암, 결장암 같은 흔한 암은 “NCCN 소속 병원이 아니라도 수술에 별 문제가 없다”고 에지가 말했다. 그리고 생존율도 일류 암센터에서 수술 받은 환자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가장 흔한 암 9가지를 보면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일류 대학 암센터에서 62%, 일반 지역 병원에서 58%다.

수술대 위에서나 수술 후 합병증으로 사망하지 않는 경우만 해도 분명히 이득이다. 그러나 수술 후에 살아남았다면 후속 치료를 어디서 받느냐가 중요할까? 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의 대부분은 외래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표준화가 잘 됐기 때문에 진단이 정확하고 치료방법이 확실한 경우 어디서 화학요법을 받는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비 자료에 따르면 지역사회 병원들은 표준 치료법이 있는 암의 경우 실적이 일류 암센터에 뒤지지 않는다. 일류 NCCN 병원에서는 유방보존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의 96%가 지침대로 방사선치료를 받는다. 한편 오하이오주의 지역사회 병원에서 치료 받으며 건강보험이 있는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는 그 비율이 97%라고 에지가 말했다.

그러나 지역사회 암 전문의의 경우엔 유의할 점이 있다. “그들은 암치료에는 예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반면 일류 암센터의 전문의들은 암치료가 과학이라고 말한다”고 미국 암학회(ACS)의 리히텐펠드가 말했다. ‘예술’이라고 하면 멋지고 개인적인 느낌을 준다. 표준화 된 치료법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표현은 여러 가지 잘못을 감싸 덮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일부 의사는 특정 치료법이 임상시험에서 적합한 기준을 통과하지 않았는데도 몇몇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며 그 치료법을 다른 환자에게도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우리 같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의사들도 자신이 이룬 성공을 기억하며, 비표준적 치료법이 통계적으로 순전히 우연이었는데도 실제 효과가 좋다고 스스로 속아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리히텐펠드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유방암이나 결장암 같은 흔한 암의 경우 지역사회 병원에서도 충분히 적합한 치료를 받기가 가능하다. 치료법이 이미 표준화 됐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는 ‘이 병원이 NCCN의 치료 지침을 따르나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하지만 흔치 않은 암의 경우는 경험 많은 의사에게 치료 받아야 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라가반은 “희귀암의 경우 그 방면에 경험이 별로 없는 의사는 예컨대 1980년대에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치료법을 다시 꺼내 쓰려고 할지도 모른다.”다른 유의점도 있다. 지역사회 병원에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암이 무엇인지 알려면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불행하게도 일류 암센터와 일반 병원의 차이는 매우 클 가능성이 있다. MD 앤더슨의 토머스 버크 내과 과장은 “일반 병원의 암진단 정확도는 약 75~80%”라고 말했다. 그는 MD 앤더슨에 오는 환자들이 지역사회 병원에서 오진을 받았을 확률은 약 5~10%라고 추정한다.

그중 다수는 의사들이 거의 경험하지 못한 희귀암이다. 그러나 아주 흔한 암인 경우도 있다.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 사는 한 여성은 치료가 가능한 유방암의 일종인 직경 8mm의 유관 상피내암을 진단 받았다. 그 직후 그녀는 MD 앤더슨의 레이먼드 듀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듀보아는 재검사가 결코 나쁘지 않다며 MD 앤더슨의 암 전문의를 추천했다. 그 의사는 환자에게서 5cm나 되는 종양을 발견했다. 듀부아는 “그럴 경우 상피내암 치료와 전혀 다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환자에게는 유방 전체의 절제수술, 방사선치료, 화학요법이 필요했다.

그녀의 목숨을 우리가 구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결과의 차이로 따지면 “진단이 가장 큰 문제”라고 그가 덧붙였다. 진단은 오랫동안 암 치료의 취약한 부분이었다. 12년 전인 1997년 MD 앤더슨의 의사들은 주로 지역사회 병원들이 진단한 뇌암과 척수암 환자들의 병리보고서를 검토했다.

500건 중 44건에서 심각한 의견 차이(치료법 선택에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가 있었다. 다른 96건에서 상당한 의견 차이(종양의 형태와 진전 단계)가 있었다. 의사들은 이런 예를 “임상적으로 중요한 진단 오류”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2008년 과학자들은 비호지킨 림프종의 다섯 가지 형태 중 하나를 진단 받은 환자 731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43건에서 ‘병리학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진단을 발견했다. 지역사회 병원의 오진률이 약 6%라는 의미다. 오진 받은 환자 중 35명은 부적합한 치료를 받았다(그 오진이 치명적이었는지 추적하기는 불가능했지만 비호지킨 림프종은 잘못 치료하면 목숨을 잃는다).

이처럼 오진이 계속된다는 사실은 어쩌면 놀라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병리학자들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병리학자가 치료 조건과 기법을 표준화하려는 노력을 거부했다는 점이 아쉽다. 듀크 종합 암센터의 유방암 전문의 킴벌리 블랙웰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받아 보는 지역사회 병원의 병리 보고서 중 80%가 모호하다.

그 보고서에서 전이 여부 판단이 잘못돼 한 여성에게 화학요법이 필요 없고 타목시펜만 복용하라고 한다면 문제가 생긴다.”일류 암센터에선 외과의사, 종양학자, 방사선전문의가 하나의 팀으로 구성돼 진단과 치료가 이뤄진다. 따라서 환자는 검사, 진단, 치료 사이에 몇 주씩 기다리지 않고 즉시 필요한 조치를 받는다.

올해 초 듀크 종합 암센터의 블랙웰 사무실에 30대의 에린이라는 여성이 찾아와 전이성 유방암으로 치료 불가라는 선고를 받았다(에린은 한 해병 대원의 아내로 기지가 있는 캠프 르죈 근처의 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의사는 그녀에게 ‘친절하게도’ 호스피스를 주선해주겠다고 제의했다).

이 경우는 오진이라기보다는 패배의 인정이었다. 전이성 유방암은 최고 수준의 종양학자에게도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은 때로는 이처럼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한다. 블랙웰은 에린을 입원시켰다. 바로 다음날 아침 그는 에린의 간, 뇌 등의 CT 사진을 확인하고는 방사선팀에 치료 지시를 내렸다.

“그날 오후 5시에 치료가 시작됐다”고 블랙웰이 말했다. “공격적인 암이 아니라면 약간의 치료 지연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격적인 암에서 2주가 지연되면 생사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강한 윤리 의식이 일류 암센터의 또 다른 이점이다.

물론 케네디처럼 그런 방법들이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벌어다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며칠 또는 몇 주의 생존 연장은 가능하다. 5년 생존율에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지만 예컨대 세상을 떠나기 전에 결혼 기념일을 한 번 더 맞거나 손녀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은 환자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일류 암센터의 팀 접근 방식은 여러 지역사회 병원이 푸대접하는 치료 부작용의 관리엔 매우 유리하다. 화학요법에 종종 수반되는 메스꺼움과 구창(口瘡)은 환자에게 심한 고통을 준다. 또 고혈압과 신장 손상이 나타나면 화학요법을 중단해야 한다. MD 앤더슨의 심장병 전문의 에드워드 예는 독소루비신과 헤르셉틴 같은 항암제는 환자의 5~10%에서 심부전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일류 암센터에는 그처럼 심장전문의까지 둔다. 만약 심장에 이상을 일으킨 암환자가 적절한 심장 치료를 받으면 화학요법을 계속 받는 일이 가능해진다. 팀 접근 방식의 또 다른 이점은 각각의 환자에게 많은 사람이 집중한다는 점이다. 허친슨에선 유방암 병동에만 종양전문의가 24명, 외과의사가 13명, 방사선종양전문의가 7명, 방사선전문의가 16명, 병리학자가 13명이나 있다.

종양전문의 24명 중 한 명인 제니퍼 리턴은 이렇게 말했다. “환자가 새로 들어올 때마다 우리 24명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 나 외에 23가지의 다른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이 시애틀, 필라델피아, 뉴욕, 또는 일류 암센터가 있는 다른 도시를 찾아가는 환자들에게는 매우 큰 혜택이다.

MD 앤더슨의 버크는 “하지만 모든 환자가 휴스턴 또는 NCCN 소속의 나머지 20곳에서 치료 받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약을 하는 데만 몇 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MD 앤더슨은 지역사회 병원들과 전문 기술·지식을 공유하는 제휴 관계를 맺는다. 미 국립암연구소(NCI)가 지역 암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추진하려는 방식과 같다.

NCI는 10개 그룹에 500만 달러를 제공해 치료 수준을 일류 암센터로 끌어올리도록 장려한다. NCI의 존 니더후버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암센터와 지역사회 병원 사이에 치료의 질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니더후버의 아내는 10년 전 진전된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위스콘신의 자택에서 매달 한 차례씩 비행기를 타고 NCI로 날아가 치료를 받았다. 그 때문에 니더후버는 암치료 수준의 격차를 줄이는 문제를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아내는 NCI의 임상시험에 참여해 예상보다 몇 달 더 살았다.

이처럼 만약 암에 걸린 여성의 남편이 미국 최고의 암 전문의 중 한 명이라면 그 환자는 치료를 어디서 받아야 할지 잘 안다. 그러나 올해 암 진단을 받는 나머지 사람들(미국에서만 149만 명)에게는 요원한 이야기다. 그들에게 행운을 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8회 로또 1등 ‘3·6·13·15·16·22’

2“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3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4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5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6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7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8"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9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

실시간 뉴스

11148회 로또 1등 ‘3·6·13·15·16·22’

2“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3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4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5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