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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돈 많이 번 기업 20

2009 돈 많이 번 기업 20

올해 가장 장사를 잘한 회사는 어디일까?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가 단연 1위였다. 전자·자동차·화학 등의 대표 기업도 글로벌 경기침체를 딛고 괜찮은 실적을 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09’의 삼성전자 대형 조형물.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09’의 삼성전자 대형 조형물.

역시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돈을 많이 번 20개 기업 순위(3분기까지 본사 누적 영업이익 기준)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포스코에 밀려 2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달랐다. 2위인 LG전자보다 두 배 넘게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특히 과거 반도체와 휴대전화 단말기로 벌어들인 돈을 TV와 생활가전 부문에서 까먹는 구조에서 벗어났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정보통신(휴대전화 단말기), 디지털미디어(TV) 등 4개 주력 사업에서 고루 이익을 냈다. LG전자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이어가며 불황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에는 뒤지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TV시장에서 6∼7%이던 LG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3%로, 고전하던 러시아 시장의 세탁기 점유율도 7∼8%에서 20%대로 껑충 뛰었다.

부진에 빠진 정유업체와 달리 석유화학 기업은 잔칫집 분위기다. 특히 호남석유화학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영업이익 규모로는 20개 기업 가운데 최하위인 20위지만 영업이익률 증가율은 240%가 넘어 단연 1위였다. 영업이익률도 13.88%로 제조업체로는 빼어난 수준이었다.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화학의 성장세도 거침이 없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조8775억원에 이르렀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조3211억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원화 값 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석유화학제품 수출 물량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수요가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꾸준했던 덕이다.

순이자 마진이 늘고 연체율이 떨어지면서 은행이 주축인 금융지주회사의 수익성도 좋아졌다.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1조3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우리금융지주의 누적 영업이익도 8748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모두 70%를 넘어 대개 10% 안팎인 제조업체보다 6~7배나 많이 남는 장사를 했다.

다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제조업의 매출액 격인 영업수익과 영업이익률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위였던 포스코는 5위로 밀려났다. 영업이익 규모도 지난해 5조1127억원에서 올해 1조5575억원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한 탓이다.

그나마 원화가치 하락으로 철광석겴???등 원자재 수입비용 부담이 줄어든 데다 중국의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이 위안거리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부터는 포스코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vs LG 자존심 대결 올해 돈을 많이 번 20개 기업 순위에는 LG그룹 계열사가 4개로 가장 많았다. LG전자가 2위, LG화학이 4위, (주)LG가 8위, LG디스플레이는 15위에 포진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GS겚忿>틱첸틂챳한진 계열사가 이번 순위에 하나도 들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LG의 주포인 LG전자가 영업이익률에서 삼성전자를 누른 점도 눈에 띈다. LG전자가 7.49%, 삼성전자가 6.17%였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9.3%, LG전자 7.3%였다. 직원당 생산성도 LG전자가 좋았다. 3분기까지 두 회사가 번 영업이익을 직원 수로 나눌 경우 직원 한 명이 벌어들인 돈은 LG전자가 6016만원, 삼성전자가 4720만원이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LCD 공장이 대부분 국내에 있어 생산직 직원이 많은 반면 LG전자는 완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어 한국인 직원이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직원 수는 각각 8만4292명과 2만9163명이다.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1인당 평균 영업이익이 LG전자보다 500만원가량 많았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규모에서 LG전자를 압도했다. 특히 LG전자가 하반기로 갈수록 뒷심이 달리는 모습인 반면 삼성전자는 내년 사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

▎1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8월 말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해 조립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2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7월 21일 단일 고로로는 사실상 세계 최대인 광양 4고로에 불을 붙이고 있다.

▎1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8월 말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해 조립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2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7월 21일 단일 고로로는 사실상 세계 최대인 광양 4고로에 불을 붙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안성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2010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한편 모든 부문에서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10년 연결 매출액 137조7000억원, 영업이익 14조80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부문이 내년 실적을 이끌 것이며 LCD 부문은 소폭 개선, 정보통신과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대약진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그룹의 3인방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모두 빼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순위에서 현대자동차가 7위, 현대모비스가 10위, 기아자동차가 14위에 올랐다.

세 회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불황에도 그만큼 장사를 잘했다는 얘기다. 특히 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68%에 이르렀다.

이런 까닭에 미국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1월 11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두 회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6.3%에서 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유럽·중국시장에서 질주를 거듭했다. 올 3분기 두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2%. 2007년 연간 점유율 6.1%, 지난해 6.5%보다 1.5%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자동차란 제품이 고가인 데다 교환 주기도 3년이 넘고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다른 제품보다 어려운 편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높이 살 만한 일이다.

두 회사의 약진은 모든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품질 향상,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전략 등이 모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컨대 노후차를 폐차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유럽 각국의 정책을 적극 활용해 중소형차 중심의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마케팅을 강화했다.

특히 불경기에 경쟁 업체가 몸을 사리는 동안 과감하게 전개한 역발상 마케팅은 숱한 화제를 뿌렸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이 시도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를 산 고객이 구매 1년 안에 실직 또는 건강상 이유로 차를 운행하기 힘들어지면 반납할 수 있도록 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10월 미국시장 점유율이 6.4%로 떨어지긴 했지만 8월 한때 7.95%의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현대모비스도 현대·기아차 못지않게 선전했다. 두 회사의 판매가 늘면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해외 부품 수주 역시 크게 늘었다.

특히 GM·BMW·폴크스바겐 등 해외 자동차 회사의 부품 수주계약을 잇따라 따내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부품기업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다. 특히 BMW와 맺은 할로겐과 LED 램프 공급계약은 국내 부품업체 첫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건 단순한 매출 확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현대모비스가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명차의 파트너로 손색없는 기술력을 갖춘 것은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현대·기아차그룹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까? 내년에는 수요 위축과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경기를 띄우려고 마련했던 자동차 구매 촉진책이 종료될 경우 올해와 같은 수요가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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