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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를 꿈꾼다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를 꿈꾼다

▎지난 10월 5일 수도권을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개발하는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 10월 5일 수도권을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개발하는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1호선 전철역인 부천시 송내역은 출구가 두 곳 있다. 인천시 부평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부천시 송내역 1번 출구는 인천버스를 탈 수 있는 남부역 버스정류소로, 2번 출구는 경기버스를 탈 수 있는 북부역 버스정류소로 각각 연결된다.

이곳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최근 통합환승할인제의 혜택을 받게 돼 한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졌다. 경기도와 서울시 간에만 시행 중이던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제가 지난 10월 10일 인천버스까지 확대돼 수도권 전역이 환승할인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인천을 제외하고 경기~서울 간에만 대중교통 환승할인이 적용됐는데 이제서야 인천과 경기를 오가는 횟수가 많은 지역 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제는 3개 시·도 주민이 거주지에 관계없이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기본구간에서는 기본요금만 내고 초과하면 일정 거리마다 추가요금만 내는 제도다.

이 제도는 3개 시·도 서민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경기도민의 경우 일평균 153만 명이 연간 2800억원, 1인당 연간 최대 51만원까지 요금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인천버스까지 확대돼 경기·서울과 인천지역을 오가는 하루 평균 35만 명에 달하는 환승 이용객이 1인당 연간 최대 45만원까지 절약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다. 자가용 이용객의 일부가 대중교통 승객으로 전환돼 교통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인천∼경기와 서울 지역 간 하루 평균 통행량 92만 건 가운데 63%를 차지하는 인천∼경기 간 통행량 58만 건은 자가용 통행 44만 건(48%), 대중교통 통행량 14만 건(15%)이다. 실제 2007년 6월 하루 평균 343만 명이던 경기지역 버스 이용객은 지난 5월 하루 평균 451만 명으로 31.5%(108만 명) 증가했다.



2년 4개월이나 걸린 환승할인그런데 통합환승할인이 이뤄지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07년 7월 1일 경기도와 서울시, 한국철도공사 간에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제 시작 이후 2년 4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이유는 각 시·도의 의견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려우며, 수도권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보는 행정체제가 확립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역권 단위의 행정체제가 없으면 시간만 오래 걸리는 게 아니다. 지자체별로 수도권 환승할인제도의 부담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늘었다. 얼마 전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서영석(한나라당·부천) 의원은 경기도 교통건설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도가 흑자를 기록 중인 버스운송업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정지원 재검토를 촉구한 일이 있었다.

서 의원에 따르면 2007년 6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버스운송업체의 경영수지가 수도권환승할인제도 시행으로 지난해 흑자로 전환된 데 이어 올 들어 지금까지 552억원의 흑자를 보였다. 도는 버스업체별로 환승할인제로 인한 손실금의 38~41%를 지원하고 있다. 올 지원금액만도 버스업체 1200억원, 전철 650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SOC 사업 예산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만큼 축소한 버스업체 재정지원금을 SOC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래천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초대 사무총장은 “환승할인제도나 환승정류장 설치 등 수도권 내에서 이미 많은 노력이 행해지고 있으나 각 시·도의 입장이 달라 업무 처리 시간이 길어지고 지자체의 부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시민들의 편의는 확대하는 한편 각 시·도의 부담금은 덜 들고 노선의 중복이나 누락이 없도록 광역권 내 교통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개별 지자체가 광역권 단위로 움직일 때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비단 교통, 물류뿐만은 아니다. 환경, 관광 등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강 수질을 관리할 때도 서울시 혼자 하는 것보다는 경기도와 힘을 합치면 상·하류를 통틀어 관리가 가능하고, 국제적 비즈니스 센터로 거듭나는 서울, 인천 등을 연계해 소개하는 것이 관광자원 홍보에도 이롭다.

이것이 10월 5일 수도권을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개발하는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이유다. 위원회는 10월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안상수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과 1차 회의를 각각 열고 ‘수도권 광역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통과시켰다. 위원회는 올 4월 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설치됐다.

서울시장과 인천시장, 경기도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위원회는 3개 시·도 및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 등 위원 15명으로 구성됐다. 자문단은 전문가 60명이 4개 분과로 활동할 예정이다.

현재는 35명의 자문단이 모집된 상태다. 이날 위원회는 ▶지식기반산업 육성 ▶광역 인프라 구축 ▶저탄소 녹색성장 기지 구축 ▶수도권 규제 합리화 등을 4대 목표로 세우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공동으로 추진할 8개 우선 사업으로는 ▶지식 서비스 아웃소싱 지원 ▶의료관광 네트워크 구축 ▶광역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 ▶광역 환승시설 구축 ▶통합 관광상품 개발 및 공동 해외 마케팅 등을 선정했다.

도시경쟁력은 크게 경제와 삶의 질 관점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는데, 경제적 관점에서 시민은 생활수준으로, 기업은 기업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는 제반 여건으로 도시경쟁력을 판단한다. 수도권환승할인제도 같은 것이 생활수준을 높이는 일이라면 수도권에 더 많은 기업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리도록 하는 일은 경제와 관련된 것이다.



민간의 의견 잘 듣는 게 우리의 일

광역권 단위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파주 LG필립스LCD(LPL)의 생산단지 현장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일반 산업단지가 조성되려면 최소한 3년 이상 걸리는 것에 비해 LPL 파주 생산단지는 단 1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앙정부, 경기도와 파주시, 경기지방공사 등 관련부처가 행정적인 절차를 최소한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LPL이 파주를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단지로 정한 것은 수도권이라는 위치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파주는 인천에서 40㎞, 개성에서 20㎞ 떨어진 거리에 있다.

기존 생산단지가 있는 구미에서 모듈공장이 있는 중국 난징까지 배로 6.5일 걸렸다면 파주에서 평택항을 이용할 경우 난징까지 3.5일로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또 국제공항인 인천공항과도 40㎞로 가까운 거리에 있고 수도권 우수인재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파주는 경기도 내에 속해 있지만 서울의 인재와 인천의 공항 등을 이을 것을 생각하면 광역권 단위의 행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G는 ‘LG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내에 위치한 LCD 생산시설 신·증설에 3조8471억원, LCD용 유리기판 생산 및 LED 생산 공장 건설에 4조원 등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 8조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LG는 2004년부터 7세대 및 8세대 LCD패널 생산라인에 이미 집행한 9조원을 합쳐 파주에만 총 17조원을 투자하게 된다.

LG는 이를 통해 파주 LCD클러스터를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인 LCD일관생산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파주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인프라 개선 등도 파주 LCD클러스터 성공 여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 물류 등의 문제는 광역권의 접근이 없으면 해결이 어렵다. 그런데 수도권 발전이라는 명목 자체에 반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 이분법 버려라‘수도권 vs 비수도권’의 시각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타 지역권에 비해 발달한 수도권에 또 투자를 한다면 국가균형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수도권 정책은 수도권의 인구집중 유발시설에 대한 입지 규제를 통해 수도권의 인구를 분산하고 과밀을 억제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실제 수도권은 어떤 광역권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합하면 2005년 현재 수도권은 전체 국토 면적의 11.8%, 인구의 48.2%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엔 우리나라 100대 기업체 본사의 90%, 벤처기업의 68%가 입지하고 있으며, 세부 업종별로는 제조업체의 52%, 서비스업의 47%가 집중돼 있다.

또한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특허출원 건수는 12만여 건으로 전체의 80%다. 이 외에도 수도권은 전국 대학의 39%, 의료기관의 49%, 금융기관 52%, 공공기관의 85%가 자리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런던, 파리, 뉴욕과 같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세계도시를 중심으로 대도시권이 형성되는데 이를 ‘국제적 대도시권’이라 부른다.

주요 대도시권은 기업의 집적에 의한 혁신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고급인력의 집중화와 기존 산업의 지식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 경기도, 인천이 그렇다.

그러나 수도권의 경쟁력은 세계 대도시권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건설교통부의 ‘수도권 발전대책연구’에 따르면 수도권과 해외 5대 대도시권(뉴욕, 런던, 파리, 도쿄, 베이징, 상하이권)의 경쟁력 평가 결과 수도권은 선진 대도시권과 경제적 성장성 및 환경 매력도 측면 모두에서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북아시아 대도시권인 베이징권, 상하이권과의 경쟁에서도 절대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북아 경제 중심지를 지향하는 수도권에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는 “지금은 세계적인 대도시권과 경쟁해야 할 시기이지 국내에서 경쟁할 때가 아니다”며 “정보, 인적 교류 및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경제체제에서 수도권의 입지를 억제한다고 해서 수도권의 기업과 인구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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