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도 초심 잃지 않는다

대금지오웰의 주력 제품은 세륜기다. 공사현장을 출입하는 대형 트럭 등이 흙먼지를 일으키지 않도록 차바퀴를 세척하는 장치다.

2006년 세륜기 부문 매출이 110억원대를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15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최초로 세륜기를 만들었다. 1998년에 이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스위스의 후루티거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이승우(57) 사장은 “해외전시회에서 경쟁사 동향을 파악해 보니 매출이나 제조설비, 기술력에서 우리가 밀릴 것이 없어 보였다”며 “현재 우리 세륜기는 세계 시장에서 2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세륜기는 1957년 인천정밀사로 시작해서 1974년 대금산업, 2007년 대금지오웰로 사명을 바꿔온 이 회사의 매출을 크게 올려준 효자상품이다. 1991년 세륜기를 만들면서 매출이 상당히 뛰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2세 경영자인 이승우 사장은 자신의 기계 설계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1999년 철도청의 화차 제동장치를 만들었고 2002년에는 공기 제동창치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대형 트럭 등의 무게를 간편하게 잴 수 있는 측중기를 개발해 또 한번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승우 사장은 대금지오웰의 대표 상품으로 부시를 꼽았다. 부시 혹은 부싱은 축의 하중을 지지하는 기계부품이다.

비슷한 개념인 베어링이 축의 하중을 지지해 회전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반해 부싱은 축의 회전진동을 최소화하고 기름 등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밀봉하고 절연하는 데 쓰인다.

이 사장은 “부싱은 지금 회사가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며 “지금도 끊임없이 기술개발을 해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금지오웰은 50년대 가정용 재봉틀의 바늘 부위를 둘러싸는 부싱을 만들던 회사다. 이승우 사장이 부친이 운영하던 이 회사에 합류한 것은 1979년.

오일쇼크와 직원들의 이탈, 그리고 가정용 재봉틀의 쇠퇴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다. 공학도 출신으로 자동차 부품을 설계하는 회사 개발실에서 일하던 이 사장이 합류하면서 회사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가정용 대신 산업용 재봉틀의 부싱을 만들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이후에는 이 사장의 기계 설계 능력과 회사의 숙련된 가공 능력으로 감속기, 운반용 크레인 등 산업용 기계설계로 확장했다. 수처리 엔지니어링에 이어 1991년 세륜기, 제동기, 측중기가 탄생했다. 부싱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50억원 규모로 세륜기 매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승우 사장은 여전히 부싱을 만드는 인천 본사에서 업무를 본다. “부싱이 없었다면 지금의 세륜기나 측중기도 없었을 겁니다. 직접적으로 기술적 연결고리는 없죠. 하지만 회사의 근본이고 부싱 개발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다른 분야로 진출한 거죠. 50년이 넘은 우리의 정밀가공 기초도 모두 부싱 생산에서 축적한 것이죠.”

완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회사가 여전히 납품용 부품의 성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장인은 자신이 하는 업에서 끊임없이 혁신해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는 사람이죠. 그 시대에 유용한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장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