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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먹으면 얼굴이 ‘탱글탱글’

포도 먹으면 얼굴이 ‘탱글탱글’

허영만 화백이 피부 과학 전문가인 장성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를 만나‘와인과 피부 건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발에 굳은살이 생긴다. 허영만 화백은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면 조금 슬프다”고 했다. 발뒤꿈치에 생기는 각질은 그의 고민이다.

그는 “어릴 때 어른들이 돌로 발뒤꿈치를 미는 것을 봤는데,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됐다”고 했다. 젊었을 때처럼 각질 없는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방법이 없을까. 장성은 교수는 “포도에 들어 있는 유기산, 비타민이 피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4월 28일 허 화백이 장 교수를 만난 곳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삼청각이다. 이날은 장 교수의 추천을 받아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연어, 오리, 장어로 만든 요리가 나왔다. 특별히 준비된 메뉴였다. 허 화백은 “음식 맛이 더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피부 과학 전문가다.

지난 15년 동안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하며 피부 세포 생물학 연구를 했다. 미래과학자상을 비롯해 그동안 여러 학술상을 받았다. 다양한 환자를 진료한 경험을 살려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질문에 자상하게 답했다. 허 화백이 먼저 “우리 집에만 오면 손자 아토피가 더 심해진다는데 이유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장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지 우선 살폈다. 부모에게 아토피가 있으면 아이가 걸릴 가능성이 반 이상이다. 음식과 관련해 장 교수는 “두 살까지는 음식이 아토피에 중요하다”며 “우유, 달걀, 땅콩 등 알레르기 유발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집먼지진드기, 고양이·개의 털 또한 아토피를 일으킬 수 있다. 허 화백 손자의 경우는 집먼지진드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장 교수는 진공청소기로 꼼꼼히 청소할 것을 권했다.



피부과 의사는 때를 안 민다때를 밀면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될까? 장성은 교수는 “피부과 의사는 때를 밀지 않는다”며 “때를 억지로 밀면 피부 보호막이 손상돼 피부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각질에는 피부 보호막 기능을 하는 층이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각질은 필요하다. 때는 밀면 밀수록 더 생긴다.

피부 보호막이 없어지는 경고 신호를 받은 신체가 자꾸 각질을 만들어낸다. 자주 샤워한다면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물로만 씻고, 비누칠은 일주일에 두세 번 땀이 많이 나는 곳을 중심으로 하는 게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 장 교수는 “샤워 후에는 물기가 완전히 마르기 전에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잦은 반신욕이나 사우나는 피부를 건조하게 해 좋지 않다. 보습제는 광고를 많이 하는 제품보다 성분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장 교수는 보습제에 피부의 지질막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세라마이드가 있는지 살핀다. 그는 “요즘 젊은 여성 중에는 제품이 피부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가진 제품을 선호하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물론 불필요한 각질 제거는 필요하다. 장 교수는 때를 미는 대신 드문드문 각질 제거제를 쓴다. 각질 제거제에는 포도에 들어 있는 유기산을 함유한 제품이 많다. 예컨대 유기산이 든 발뒤꿈치 각질 제거제를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피부과에서 스케일링이나 박피할 때도 유기산이 든 제품을 쓴다. 포도에 들어 있는 사과산, 초산, 주석산이 모공 피지, 기미 관리에 쓰이기도 한다. 장 교수는 “특히 얼굴의 티 존 부위에 쓰면 효과적”이라고 했다.



실내에서도 선크림

장 교수의 피부는 잡티 하나 없었다. 네 아이의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무척 젊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의 피부 관리 비법은 무엇일까. 그는 “기미가 생기지 않게 신경 쓰는데 특히 선크림을 꼭 바른다”며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얼굴이 빨리 늙는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일하는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자외선은 유리창을 통해서도 들어오기 때문이다. 선크림은 자외선차단지수(SPF)가 20~30인 제품을 출근하기 전에 바르고, 점심 시간에 덧바르는 것이 좋다.

이때 충분한 양을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바르는 듯 만 듯하면 효과가 없다고 한다. 운동 때는 SPF지수가 50인 것을 쓴다. 장 교수는 골프를 할 때는 2시간마다 한 번씩 선크림 바르기를 권했다.

이때는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바르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선크림 성분인 징크, 티타늄이 하얗게 번지고 밀리는 백탁 현상이 일어나면 자외선 차단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외출 후에는 클렌징 크림을 얼굴에 펴 바르고 화장 솜으로 닦아낸 다음 세안제를 써 세안을 한다. 유아의 경우에는 유아용 로션으로 선크림을 닦은 후 세안하면 된다.

포도에 있는 비타민, 미네랄 성분은 피부 관리에 도움이 된다. 장 교수는 “열처리 과정 없이 숙성된 와인에 포도의 성분이 그대로 들어 있다고 본다면 와인 또한 피부 미용이나 노화 방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물론 과음은 금물이다. 포도에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활성산소를 없애 탈모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적당 양의 와인은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피부 관리에 효과적이다. 피부 혈관은 혈액 순환에 민감하다. 피부 혈관 순환이 잘 안 되면 손 끝, 발 끝이 파래지고 피부가 건조해진다.

피부 관리에 제일 중요한 요소로 장 교수는 ‘편안한 마음가짐’을 들었다. 그는 “수험생의 경우 시험 기간에 아토피가 악화된다”며 “마음이 편하면 피부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피부과에서도 증상이 심할 경우 안정을 위해 정신과 약을 살짝 쓴다.



연어·오리·장어는 피부에 좋다훈제 연어 샐러드와 호주 카트눅 파운더스 블록 잘 자고, 잘 먹는 것은 편안한 마음만큼이나 중요하다. 비타민 A와 D가 풍부한 연어는 피부 건강에 좋다. 한 미국의 피부과 의사가 다크서클이 심한 환자에게 매일 두 끼 이상 연어를 먹게 해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훈제 연어와 생야채에 새콤달콤한 드레싱을 올려 샐러드 형태로 먹으면 맛을 살릴 수 있다.

훈제 연어 생야채 샐러드에는 스모키한 오크 향을 간직한 샤르도네 와인이 잘 어울린다. 그중에서도 호주 산 ‘카트눅 파운더스 블록 샤르도네(Katnook Founder’s Block Chardonnay)’가 훈제 연어 고유의 식감을 살린다. 약한 캐러멜 향이 드레싱 맛을 풍부하게 한다. 오리 고기와 아르헨티나 클라시코 틴토 오리 고기는 비타민 A의 함량이 다른 육류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부 조직에 콜라겐을 공급한다. 오리 고기에는 비교적 진한 독특한 맛이 있다. 훈제를 하면 너무 기름지지도 않고, 특유의 냄새도 많이 줄어 담백하다. 아르헨티나산 ‘노통 클라시코 틴토(Norton Clasico Tinto)’는 오리 가슴살에 적절하게 스며든다. 그윽하게 풍기는 향이 훈제 오리 구이의 향과 궁합을 이룬다.

장어 고추장구이와 이탈리아 페우도 마카리 사이아 와인과 음식의 궁합 면에서 이날의 히트는 홍삼을 곁들인 장어 고추장구이였다. 장어에는 피부에 좋은 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다.

피부의 상피 조직을 만드는 레티놀은 비타민 A의 일종으로 피부의 탄력을 유지한다. 장어 고추장구이와는 이탈리아산 ‘페우도 마카리 사이아 네로 다볼라(Feudo Maccari Saia Nero D’Avola)’가 어울린다. 열대 과일의 단 향이 고추장 소스에 깊이를 더한다. 매콤한 향은 장어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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