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운동보다 노동에 가깝다
섹스는 운동보다 노동에 가깝다
“스포츠인 중에서 술이 센 부류는 농구나 배구 선수들입니다. 어떤 선수는 회식 자리에서 박스를 끼고 마시지만 잘 취하는 걸 못 봐요. 농구 선수들이 술을 잘 마시는 것은 그만큼 덩치가 크고 근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간 기능은 근력 운동과 비례해서 근력 좋은 사람이 알코올 해독 능력도 뛰어납니다.”
지난 6월 1일 열린 ‘허영만의 밥상머리 토크’에 등장한 주인공은 삼성서울병원의 박원하 교수. 그는 국내 스포츠 의학의 대가로 꼽힌다.
대한스포츠의학회 부회장을 비롯해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의무위원장,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 도핑분과 위원장, 대한육상경기연맹 의무위원장,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커미션 닥터 등 스포츠 의학과 관련한 감투가 많다.
통유리로 둘러싼 서울 청담동의 프렌치 레스토랑 T라운드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토크에서 그가 되풀이한 말은 “그런 운동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막연히 알고 있던 운동에 대한 상식들이 박 교수 말 한마디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표적인 게 아이들의 키 크기 운동이다.
박 교수는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의 키를 키우기 위해 특별한 운동을 시키지만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성장판을 여는 데는 일상 생활에서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이 몇 주 만에 운동만으로 많은 몸무게를 빼는 것도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똑같이 먹으면서 운동만으로 살을 빼기란 쉽지 않다”며 “칼로리 소모는 운동 시간, 강도와 정비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간 투자가 많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끔 TV를 보면 살을 엄청 뺐다는 연예인들이 나오는데 대부분 하루 3~4시간씩 운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쉽게 빼고 1주일 만에도 달라지죠.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이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기가 힘들죠. 하루 15~20분씩 운동하는 것은 효과가 없어요. 차라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에 따르면 효과가 없는 운동기구도 많다. 수년 전 인기를 모았던 ‘덜덜이’라 불리는 운동기구가 대표적이다. 플레이트 위에 올라서면 덜덜거리며 진동을 일으키는 기구로 홈쇼핑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떨림 동작 때문에 마사지 효과는 있는데 그게 운동 효과라고 착각하게 되는 겁니다. 나름대로 소화가 잘 된다는 효과는 있을 수 있어요.”
운동 중 최고로 꼽는 것은 걷기다. 그는 “걷는 운동 자체엔 모든 동작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매일 걷는 것이 좋다”며 “매일 30분씩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사이 슈즈로 불리는 기능성 신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는 “신발 밑창이 둥근 모양이라 걷는 동작이 커지면서 운동 효과가 있다고 느끼게 되는 원리일 뿐” 이라고 말했다.
운동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도 금물이다. 운동 자체는 축적이 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산악인의 경우 유산소 운동을 안 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며 “산 타는 것 자체로 운동이 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등산을 즐기는 허 화백 역시 “운동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산악인이 많다”며 웃었다.
박 교수는 조깅이나 걷기를 할 때 마라톤 전용 신발을 신는 것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선수용 마라톤화는 무게가 가벼워 거의 맨발과 똑같다”며 “일반인이 마라톤을 할 때는 쿠션 기능이 있는 가벼운 신발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마라톤은 연습이 아니라 타고난 심박 수에 의해 결정된다”며 “훌륭한 마라토너는 태어날 때부터 심박 수 자체가 낮은 편”이라고 했다.
골프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국에선 골프를 처음 배울 때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지만 심지어 프로들도 이를 당연하게 여겨요. 하지만 대부분 갈비뼈 골절입니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스윙을 바꿔야 합니다.” 골프는 스윙 동작에서 몸을 많이 비틀게 된다.
준비 동작에서 한 번 비튼 뒤 공을 치면서 다시 반대편 방향으로 몸이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다. 갈비뼈 골절이 본인도 모르는 새 지나가는 것은 일반 뼈 골절과 같은 통증 감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금이 가도 티가 잘 안 나고 부러지더라도 주변 근육이 버텨주기 때문에 잘 어긋나지도 않는다.
조금 지나면 저절로 치료된다. 따로 치료법도 없고 그냥 시간이 가면서 저절로 붙는다. “아마추어 골퍼 400명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무려 27%가 갈비뼈 골절이 있었죠. 일반인 골퍼 4명 중 1명, 즉 한 팀당 한 명씩은 갈비뼈 골절 환자라는 얘기죠.” 골프를 치면서 손목이나 팔이 아프다는 이들도 가끔 있다.
“흔히 ‘골프 엘보’라 불리는 건데 이 역시 잘못된 스윙 때문입니다. 치료법은 역시 스윙입니다. 골프를 치다 몸이 아픈 것은 바로 스윙을 고쳐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그러자 허 화백이 한마디 끼어들었다. “골프 치고서 가슴이 아픈 거는 한 가지 원인이에요. 내기 골프 하면서 돈을 잃었으니 아픈 거죠.”
술과 운동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술 마시기 전에 운동을 하면 술에 덜 취할 수 있다는 것. 박 교수에 따르면 운동을 한 후엔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듣던 허 화백은 “그럼 술 마시기 전엔 운동하면 안 되겠구먼. 돈이 더 들잖아”라고 농담을 던졌다. 노동과 운동의 차이에 대한 박 교수의 설명도 흥미로웠다. “운동은 신체 부위를 고르게 쓰는 것이고, 노동은 일부 부위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섹스는 노동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기념해 남아공 와인으로!이날 T라운드에 등장한 요리들은 박 교수가 추천한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음식과 함께 등장한 와인은 월드컵을 기념해 남아공 와인이 주를 이뤘다. 식전에 등장한 호두 호밀빵이 대표적인 건강식. 흑빵이나 위스키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호밀은 국내에선 잘 재배되지 않지만 건강식을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 식재료다.
호밀에 듬뿍 함유된 식이섬유소가 포만감도 주고 열량도 낮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기 때문. 닭가슴살 샐러드도 눈에 띄었다. 최근 헬스 보조식품으로 각광 받으며 품귀현상까지 빚는 재료가 바로 닭가슴살이다. 닭고기는 연간 1인당 소비량이 대략 13㎏이나 되는 국민음식. 그중에서도 닭가슴살은 부위 중 가장 지방이 적으며, 단백질이 풍부한 대표적인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다.
단백질 함유량이 22.9%로 다른 육류에서 섭취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반면 칼로리는 낮다. 삼겹살이나 쇠고기 등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닭가슴살 샐러드의 새콤한 맛을 살리는 와인으로는 화이트 와인인 샤르도네가 꼽힌다. ‘맨 빈트너스 샤르도네’는 활기찬 감귤과 멜론, 열대과일 향이 잘 어우러져 샐러드 야채류가 가진 고유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준다.
대표적인 간식거리이자 여러 요리에 두루 활용되는 감자는 수프로 등장했다. 감자는 칼로리가 높지 않아 비만인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특히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풍부하기 때문에 혈압 조절이 필요한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하다. 치즈가 함유된 감자 수프 형태로 즐기면 영양 면에서 뛰어나다. 치즈에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A·B1·B2와 칼슘·인 등이 감자와 어우러져 상호보완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옥돔구이도 눈길을 끌었다. 다금바리·자리돔과 함께 제주도를 대표하는 물고기인 옥돔은 청정해역인 제주 근해에서 잡히는 고급 생선이다. 영양분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입맛을 잃은 노인들에게 좋다. 담백한 옥돔구이엔 차분한 맛을 살려 줄 경쾌한 느낌의 레드 와인이 좋다. 은은한 아로마로 옥돔구이의 풍미를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쿠말라 피노타지 시라’는 남아공 대표 품종인 피노타지 60%와 시라 40%의 블렌딩으로 완성된 와인. 부드러운 산도와 타닌으로 육류와도 잘 어울리지만 생선 요리와도 이상적인 매칭을 자랑한다.
현미는 전복과 함께 리조토로 변신했다. 현미는 풍부한 식이섬유소 덕분에 당분이 서서히 흡수돼 주식으로 이용하는 백미와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면 좋다.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소가 모두 들어있어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좋으며, 쌀겨층과 배아는 리놀레산이 많아 동맥경화나 노화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개성 강한 맛들이 모여 조화를 이룬 전복 현미 리조토엔 강하지만 깊은 맛의 레드 와인이 필요하다. ‘스탁콘데 시라’는 농축된 과일의 풍미가 매력적으로 리조토가 가진 맛과 균형을 이루며 전체적인 맛을 배가시켰다. 메인인 한우 등심엔 남아공 최고급 레드 와인으로 꼽히는 ‘스탁콘데 트리 파인즈 카베르네 소비뇽’이 등장했다.
연간 912케이스의 한정 수량만 생산하는 남아공 부티크 와인으로 스테이크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였다. 이날 함께 자리한 인터컨티넨탈의 엄경자 소믈리에는 “남아공 와인은 구대륙과 신대륙 와인의 장점을 고루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며 “보르도 특급 와인에서나 맡을 수 있는 풍미가 난다”며 극찬했다. 허 화백 역시 “기존 남아공 와인들에서 텁텁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오늘 등장한 와인들에서 음식과 잘 어울리며 최고의 맛을 보여준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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