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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용노동부’랍니다 …

이제 ‘고용노동부’랍니다 …

▎7월 5일 고용부 주최로 서울 신촌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강연 콘서트 시즌2 ‘으라차차차 Cheer up! 청춘’ 포스터.

▎7월 5일 고용부 주최로 서울 신촌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강연 콘서트 시즌2 ‘으라차차차 Cheer up! 청춘’ 포스터.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옷을 갈아입었다. 일자리 문제로 고생하는 국민에게 새 희망을 주겠다고 선언하면서. 노동청에서 노동부로 승격한 지 29년 만이다.

고용정책실을 확대하고 노동시장정책관을 신설하는 등 조직도 개편했다. 약칭으로도 ‘노동부’보다 ‘고용부’로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장에 내정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 5일 ‘국민 대표’들과 새 현판을 제막했다.

그날 아침 임태희 장관은 서울 구로동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근로자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애로사항을 듣는 것으로 고용노동부의 첫 아침을 시작했다. 의미 있는 날에 맞춰 ‘고용노동부에 바란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20대 청년층과 ‘소통’하겠다며 ‘월드컵은 끝났다, 이제는 강연 콘서트다!’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대학에서 강연 콘서트를 마련했다.

이튿날에는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과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이 만나 청년 고용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대학생 패널 8명과 토론했다. 그 다음날에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사회적기업 3주년 기념행사가 시리즈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동안 노동부가 발행해온 소식지 ‘월간노동’의 이름을 ‘내일’로 바꿨다.

이쯤 되면 단순히 부처 이름 바꾸는 것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선 전시 효과성 행사와 이벤트로 치우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에 앞서 노동부는 올 2월 어렵거나 의미가 모호한 용어, 부정적인 어감의 정책 용어 107개를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중에는 ‘감시적 근로자’(경비원, 물품감시원 등 감시 업무가 주된 업무)나 ‘단속적 근로자’(근로가 간헐적으로 이뤄져 휴식이나 대기 시간이 많은 기계수리공, 보일러공 등)와 같은 어렵고 낯선 용어도 있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 있는 ‘비정규직’도 들어 있다.

노동부는 이달 안에 용역 결과가 나오면 8월부터 일부 용어를 바꿀 참인데, ‘비정규’라는 표현은 북한산 등산로에도 있을 정도로 다들 아는 말이다. 서울 우이동에서 출발해 원통사 쪽으로 오르다 보면 ‘비정규 위험 등산로’라는 푯말이 보인다. 노동행정의 중심축을 노사 문제에서 고용 문제로 옮기겠다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자랑한다지만, 속내는 허점투성이다. 지난 5월 실업률은 3.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8.7%)을 한참 밑돈다. 10% 안팎의 실업률로 고통을 겪는 나라들 입장에서 보면 부러워할 만도 하다. 하지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률로 따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5월 중 우리나라 고용률은 60.0%. OECD 평균(66.5%)은 물론 70%를 웃도는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다. 취업 준비생과 구직 단념자, ‘그냥 쉰다’는 경우 등 취업자에도, 실업자 축에도 못 끼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이름을 바꾼 것은 ‘고용 없는 성장’에서 ‘고용 있는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도로노동부’가 되지 않으려면 임태희 장관이 현판식 날 강조한 대로 바뀐 명칭에 걸맞게 생각의 틀과 정책, 행태를 확 바꿔야 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고용통계로도 벌써 청년실업률이 세 자릿수에 육박한 마당에 대학 강당에 개그맨 등을 불러 ‘으라차차차 Cheer up! 청춘’ 강연 콘서트를 연다고 과연 청년 취업난이 풀릴까? 또 비정규직이란 표현을 부정적인 의미가 덜한 다른 말로 바꾼다고 그 숫자가 갑자기 줄어들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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