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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 ‘꿈틀’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 ‘꿈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서울 방배도의 39쌍용 예가 클래식39 입구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서울 방배도의 39쌍용 예가 클래식39 입구

한동안 잠잠했던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전면중단 위기까지 맞았지만 최근 들어 분당과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리모델링이 재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손놓고 있던 건설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파트 리모델링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자 이에 발맞춰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더불어 리모델링이 이달부터 시행된 공공관리자제로 인한 재개발·재건축 수주 감소를 메울 수 있는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어 전망도 밝은 편이다.





신도시 중심으로 리모델링 재추진


지난달 5일 경기도 분당 신도시 정자동 느티마을 3, 4단지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아파트 리모델링 주민설명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느티마을 3, 4단지 주민들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추진위)와 시공사 선정 등 향후 사업진행 절차를 논의했다. 주민설명회 후 주민들은 “우리도 좀 더 큰 집에서 살 수 있고 주차장도 넓어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1994년 완공된 느티마을 3, 4단지는 전용면적 58.7~67.4㎡(20평형대)로 구성된 1776가구의 대단지다. 이 단지 추진위는 리모델링을 통해 전용면적을 76.3~87.6㎡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현재 가구당 1대도 수용하지 못하는 지하주차장을 가구당 1.5대로 넓힐 예정이다.
느티마을 3, 4단지 추진위 측은 “예전부터 배관시설 노후와 좁은 주차장 등이 주민들의 불만사항으로 언급돼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됐다”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재건축을 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리모델링 시장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한 주민들이 리모델링 쪽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느티마을 3, 4단지의 리모델링 시도는 주변 아파트 단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근 한솔마을 5단지는 지난해 말 동부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이후 사업을 중단했다. 이 단지 역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합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이 재추진되고 있다.


한솔마을 5단지의 유동규 조합장은 “주민 대부분이 리모델링 재추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내년 상반기께 주민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 이주는 리모델링의 마지막 단계로, 이 절차에 들어서면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분당 야탑동 매화마을 1단지도 얼마 전 재추진 의지를 다지고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채택했다. 안양시 평촌 신도시에 위치한 목련 2, 3단지도 요즘 들어 리모델링 재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들 단지는 한동안 진행을 멈췄지만 시장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고 판단, 내년 상반기까지 건축계획심의와 행위허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도시에서 분 리모델링 바람은 서울까지 번지고 있다. 6월 19일 서초구 현대아파트 추진위는 주민 임시총회를 열고 SK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광진구 삼성 1, 2차 아파트도 지난달 12일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택했다. 삼성 1, 2차 아파트 주변에 있는 워커힐 아파트도 리모델링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과정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대 현안인 ‘수직 증축 불가’가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직 증축이 허용되면 리모델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수익성 악화를 해결할 수 있다.

지난 3월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꼬인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조 의원이 내놓은 주택법 개정안의 골자는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증축을 통해 가구 수를 기존보다 10% 늘릴 수 있다는 것과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한정해 증축 허용 면적을 최대 6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현행 건축법으로는 리모델링 시 가구 수를 전혀 늘릴 수 없다. 증축 허용 면적도 주택 크기와 관계없이 최대 30%로 제한돼 있다.
증축 가구를 일반분양해 주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리모델링은 공사비 전액을 주민들이 나눠 내야 한다. 현재 30평형대 아파트를 33㎡(10평)가량 넓히려면 가구당 약 1억5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조 의원의 개정안대로 가구 수를 기존보다 10% 늘려 이를 일반에 분양하면 가구당 분담금이 현재보다 40% 이상 낮아질 것이라고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추정한다. 분담금이 줄어들면 집값이 평균 상승률만 기록해도 리모델링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주택경기 침체기지만 리모델링을 마친 단지들은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건설이 당산동 평화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쌍용 예가 클래식’은 현재 3.3㎡당 17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리모델링 2년 전의 3.3㎡당 980만원과 비교해 보면 연평균 360만원 오른 셈이다. 가격이 정체됐거나 소폭 상승한 인근 단지와 확연히 구별되는 차이다. 쌍용 예가 클래식은 지난달 15일 입주를 시작했다.





건설사 조직 재정비 등 분주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가시화되자 건설사들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 준비에 한창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리모델링팀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관련 인력과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이미 시공권을 따낸 단지들을 대상으로 사업 재추진도 독려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이근우 리모델링팀 부장은 “현재 리모델링이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관련 기술개발을 통해 시공비와 주민 분담금을 낮춰 사업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은 수주 단지를 늘리기 위한 시장조사를 적극 진행 중이다. 이 회사 박동준 리모델링팀장은 “현재 2~3개 단지와 사업진행을 협의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시장이 커질 것으로 판단해 인력 충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롯데건설도 본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예전에는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 들어 재건축의 무상 지분율 논쟁과 집값 상승률 둔화 등으로 리모델링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공공관리자제가 시행되면서 재건축·재개발 수주 감소를 걱정하는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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