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ying Prius - 항공기의 미래
The Flying Prius - 항공기의 미래
점보 제트기들은 연료효율성을 높이려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진행 중이다. 소음이 적고, 더 안전하고, 더 연료효율적이고, 더 친환경적인 ‘녹색’ 비행기가 살아남는다 70년 전 엔지니어들이 꿈꾼 항공의 미래는 지금의 모습과 별로 비슷하지 않다. 사실 요즘 엔지니어들이 꿈꾸는 비행기가 오히려 그 과거의 상상도와 훨씬 닮았다.
예컨대 1938년 대중 과학잡지 파퓰러 미캐닉스에 실린 표지기사 ‘미래의 전익(全翼) 비행기(The Flying Wing of the Future)’는 동체와 넓은 V자형 날개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 항공기의 모습을 그려냈다(전익 비행기란 날개의 일부를 동체로 이용하는 비행기를 말한다). 2010년 5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향후 20~30년 안에 등장할 신형 비행기의 ‘실제적’ 형태를 소개했다. 보잉, 제너럴 일렉트릭, 노스롭 그루만,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제시한 미래의 비행기 구조와 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초음속 여객기 연구도 곁들였다. MIT의 제안 중 하나는 날개-동체 일체형 구조 H 계열이다. 거대한 전익 비행기의 형태다(NASA는 실제로 그 비슷한 모델 X-48B의 시험 비행을 2006년부터 실시했다). 그 비행기는 언뜻 보기엔 1938년의 상상도를 쏙 빼닮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말은 ‘언뜻 보기엔’이다. 양력과 추진력이라는 항공의 기본 원리엔 변함이 없다. 따라서 디자인의 일부는 늘 그대로 남게 된다. 실제로 새로운 특징은 다른 데서 나온다. 차세대, 아니 차차 또는 차차차 세대의 비행기 제작에 들어갈 만한 다른 모든 요소를 말한다. 동체를 구성하는 합성물, 동체를 나아가게 하는 엔진, 동체를 조종하는 컴퓨터,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21세기의 새로운 경제적, 환경적, 정치적 필수 고려 사항 등이다. 제조사들은 어느 때보다 소음이 적고, 더 안전하고, 더 연료효율적이고, 더 친환경적인 비행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아내기가 보통 어렵지 않다.
7월 19~24일 영국에서는 판보로 에어쇼가 열린다. 약 1400 출품 업체가 참여하는 군사장비의 화려한 연례 박람회다. 그러나 공중 분열식의 우레와 같은 소리도 전시된 초호화판 여객기들도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거대한 도전을 가리진 못한다. 하늘은 이미 비행기와 승객들로 포화상태이지만 항공 교통량은 2050년까지 두세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봄 아이슬란드의 화산 하나가 일으킨 충격적인 혼란은 항공 시스템 자체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시스템의 각 부분이 너무도 위태롭게 균형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항공 연료의 비용은 1990년대 중반 이래로 네 배로 뛰었다. 많은 사람이 예측하듯이 만약 세계의 석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면 가격은 더욱 치솟게 된다.
NASA의 항공연구 부문 책임자인 신재원 박사는 “앞으로는 친환경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산업 부문에서 이미 그런 현상이 일고 있다. 항공도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항공업계의 전통적으로 낮은 이윤을 감안하면 “추세는 뻔하다”고 신 박사는 말했다. “연료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 돼야 한다. 이 두 기준에 맞는 컨셉트가 살아남는다.” NASA가 의뢰한 최근의 연구들은 연료를 지금보다 70% 적게 소모하고 737기보다 소음이 71데시벨 낮은 비행기를 목표로 삼는다. NASA의 베스 디키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이런 기술들을 보편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 다음 그 기술을 자신들의 비행기에 활용하는 문제는 업계의 몫이다.”
환경 우려는 그다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진정으로 새로운 점은 그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 긴박성이다. 항공사와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년 동안 ‘기후변화’를 주로 홍보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그들이 하늘에 남기는 탄소 발자국은 세계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1997년 세계가 채택한 교토의정서(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협약)에는 항공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에서 항공이 차지하는 비율은 21세기 중반께 현재의 약 3배로 크게 늘 가능성이 크다(기술적 개선도 있겠지만 대부분 개도국 내부와 서로간에 예상되는 항공 교통량 증가로 상쇄될 전망이다). 이미 하늘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유럽연합(EU)은 항공사들이 기존의 탄소거래제를 채택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실 탄소가 유일한 문제도 아니다. 고공에선 상용 제트기가 내뿜는 산화질소가 오존층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또 땅 위에선 공항 주변의 귀가 먹먹한 소음 때문에 사람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다. NASA의 신 박사는 “요즘 사람들은 30년 전 707기가 전투기처럼 바로 머리 위를 날던 시절만큼 아량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진정으로 급진적인 방법을 채택하면 이 모든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EU 집행위원회의 한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이 문제에 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권한이 없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30~40년 뒤면 기존 방식과 결별하고 급진적인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할 시점이 닥치게 된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비행기 설계를 말한다. 완전히 다른 엔진과 완전히 다른 연료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어느 단계가 되면 분명히 그런 전환점이 온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긴 어렵다.”
EU 집행위원회는 2006년 항공의 미래를 가늠하는 ‘독창적’ 연구를 주관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행기와 날아다니는 배 같은 기발한 개념을 떠올리는 브레인스토밍(창조적 집단사고)이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실제 지원금을 할당하려고 좀 더 구체적인 제안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은 설계자의 꿈을 실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계다. 고려 대상은 핵엔진, 플라스마 제트, 생물연료, 친환경 연료, 동체와 엔진의 혁신적 설계 등이다. 유인 항공과 무인 항공 기술 둘 다가 포함된다. 그러나 보조금이 충분히 제공된다 해도 그런 연구는 대부분 재래식 접근법을 찾을 여지가 완전히 소진됐을 경우를 대비한다. 일러야 21세기 중반이 될 듯하다.
반면 NASA 프로젝트는 20~30년 내에 실현 가능한 좀 더 현실성 있는 비행기를 목표로 한다. 항공 관련 블로그에서 많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제안이 ‘더블 버블(the double bubble)’이다. MIT가 설계한 “하늘을 나는 두 개의 이동주택”이라 불리는 비행기다. 튜브형 동체 두 개를 땜질해 붙여서 아주 얇은 날개로 띄워 올리는 형태다.
보잉사가 제시한 설계는 그보다 더 흥미롭다. 아음속(음속 이하) 초친환경 비행기 연구(Subsonic Ultra Green Aircraft Research: SUGAR Volt)다. 이 비행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글라이더를 닮았다.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긴 날개 둘을 받침대로 고정시킨 형태다. 하지만 프리우스 등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혁신적인지 알 길이 없다.
현대 상용기의 엔진은 지난 30~40년 동안 조용한 혁명을 겪어왔다. 사실 거대한 진화다. 과거의 제트 엔진은 가스 터빈의 원리에 따라 압축공기를 연료(등유)와 섞어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다. 힘은 강하지만 소음이 크고 연료 소모가 많았다. 일부 제트 전투기는 지금도 이런 엔진을 사용한다. 하지만 오늘날 여객기의 엔진은 제트 엔진에서 나오는 더운 공기를 중심에 두고 팬과 압축기로 그 주변에 차가운 공기를 밀어 넣어 혼합한다. 이 시스템은 소음과 연료 소모가 기존의 엔진보다 적다. 요즘 연구개발(R&D)의 많은 부분은 터빈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소한의 소음과 연료 소모로 추가적인 추진력을 얻으려고 혼합 비율(‘바이패스’ 비율이라고 한다)에서 차가운 공기의 양을 늘려나간다. 지금의 일반적인 바이패스 비율은 약 5대 1이며 일부는 10대 1이 넘는다. 연구자들은 20대 1 이상을 목표로 한다. ‘오픈 로터(open rotors)’에 대한 관심도 커져 간다. 프로펠러 엔진의 개량형처럼 보이지만 블레이드가 더 많다. 보잉의 SUGAR Volt는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사용을 제안한다. 그래서 크게 보면 프리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차가운 공기를 빨아들이는 팬과 압축기는 내연기관에 의해 충전되는 전기 모터에 의해 일정 시간 작동된다.
일부 친환경 항공 프로젝트는 항공기 제조 대기업이나 정부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진행된다. 가장 흥미로운 제안 중 하나는 가는 막대 모양의 솔라임펄스다. 오메가 시계를 비롯한 민간 기업이 후원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마당에서 고무밴드를 꼬았다가 풀어 날리던 모형 비행기와 빼닮았다. 그러나 날개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저장한다. 7월 초 스위스에서 태양광으로 리튬 전지를 충전해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제작자들은 2013년 세계 일주 비행을 목표로 한다.
업계 전문가 중 다수는 혁명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한다.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장-마크 토마스 수석부사장은 기업들이 먼 미래의 ‘꿈 같은 이미지’를 제공하는 컴퓨터 생성 사진을 은근히 조롱한다. “모양이 희한할수록 더욱 현대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고 토마스는 말했다. “하지만 항공우주 산업에선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승객 수백만 명을 실어 나를 비행기는 극도로 안전하고 믿을 만해야 한다. 그런 안정성은 특이한 형태를 지양한다.
토마스에 따르면 현재 취항 중인 초대형 에어버스 380이 100km 비행 시 승객 1인당 등유 3L 미만을 사용하는 유일한 여객기다. 한 번에 최대 800명까지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승객 1인당 연료 소모가 적다. 그에 비해 1985년의 평균적 상용기는 100km 비행 시 승객 1인당 등유 약 8L를 소모했다. 비판자들은 초대형 비행기를 하늘의 ‘허머’(4륜 구동 지프형 차량으로 연료 소모가 많다)로 간주했다. 하지만 친환경 항공의 계산법은 자동차의 경우와 다르다. 따라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다수의 ‘현대 비행기’가 이미 100km 비행 시 승객 1인당 등유 소모가 3.5L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반면 실제 2010년도 프리우스를 혼자 모는 사람은 같은 거리를 여행하면 100km 주행 시 1인당 연료 3.8L를 소모한다.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도 요즘은 더욱 환경친화적인 맥락에서 제시된다. 록히드 마틴과 보잉이 올해 NASA에 제출한 개념은 프랑스-영국 합작 콩코드보다 약간 느리다. 콩코드는 1970년대부터 운항하다가 2000년 대형 추락사고로 완전히 퇴장했다. 새로운 초음속 비행기의 속도는 음속의 약 1.6~1.8배다(재래식 여객기 속력의 약 2배이며, 콩코드는 마하 2였다). 또 콩코드 탑승객 정원의 약 3배를 태우며 음속 장벽을 넘으면서 생기는 폭발음을 “찢어지는 듯한 굉음에서 우르렁거리는 소리”로 크게 줄이는 설계를 채택한다고 그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NASA의 피터 코언이 말했다. 따라서 콩코드보다는 ‘더욱 친환경적이지만’ 아음속 비행기만큼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비행 시간을 절약해줄 뿐 연료를 줄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양은 기이하지만 실용적인 비행기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항공계의 냉철한 미래 전문가들은 유럽과 미국 양쪽에서 개발 중인 아음속 전익 비행기 설계로 돌아간다. 승객을 최대 1000명까지 태우는 거대한 비행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체의 양력만으로도 연료를 약 40% 절약해준다고 신 박사가 말했다. 개선된 엔진은 바이패스 비율이 현재 제트기의 두세 배나 되며 날개 아래보다는 동체 위에 올려 지상에서 들리는 소음을 크게 줄이는 설계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NASA에서 X-48B급 원형 모델의 시험 비행을 80차례 지휘한 페이 콜리어에 따르면 저속 제어나 구조적 문제의 대부분은 현재 해결되는 중이다. 제조사와 항공사가 이 기술을 받아들인다면 이런 상용기는 15~20년 내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대중이 원한다면 더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객들이 그처럼 거대한 폐쇄 공간 속에서 비행하는 데 편안함을 느낄까? ‘가상의 창’이 실제 창을 대신할 수 있을까? 신 박사는 고객들이 그런 문제에 곧 적응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항들이 그런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을까? 물론이다. 이미 여러 공항이 같은 문제를 가진 초대형 여객기 에어버스 380에 적응했다.
하늘을 나는 거대한 녹색 전익 비행기는 NASA의 관점에선 아직 보편화할 준비가 덜 돼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기가 성큼 다가오는 중이다.
With JULIANE VON REPPERT-BISMARCK in Brussels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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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진행 중이다. 소음이 적고, 더 안전하고, 더 연료효율적이고, 더 친환경적인 ‘녹색’ 비행기가 살아남는다
예컨대 1938년 대중 과학잡지 파퓰러 미캐닉스에 실린 표지기사 ‘미래의 전익(全翼) 비행기(The Flying Wing of the Future)’는 동체와 넓은 V자형 날개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 항공기의 모습을 그려냈다(전익 비행기란 날개의 일부를 동체로 이용하는 비행기를 말한다). 2010년 5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향후 20~30년 안에 등장할 신형 비행기의 ‘실제적’ 형태를 소개했다. 보잉, 제너럴 일렉트릭, 노스롭 그루만,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제시한 미래의 비행기 구조와 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초음속 여객기 연구도 곁들였다. MIT의 제안 중 하나는 날개-동체 일체형 구조 H 계열이다. 거대한 전익 비행기의 형태다(NASA는 실제로 그 비슷한 모델 X-48B의 시험 비행을 2006년부터 실시했다). 그 비행기는 언뜻 보기엔 1938년의 상상도를 쏙 빼닮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말은 ‘언뜻 보기엔’이다. 양력과 추진력이라는 항공의 기본 원리엔 변함이 없다. 따라서 디자인의 일부는 늘 그대로 남게 된다. 실제로 새로운 특징은 다른 데서 나온다. 차세대, 아니 차차 또는 차차차 세대의 비행기 제작에 들어갈 만한 다른 모든 요소를 말한다. 동체를 구성하는 합성물, 동체를 나아가게 하는 엔진, 동체를 조종하는 컴퓨터,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21세기의 새로운 경제적, 환경적, 정치적 필수 고려 사항 등이다. 제조사들은 어느 때보다 소음이 적고, 더 안전하고, 더 연료효율적이고, 더 친환경적인 비행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아내기가 보통 어렵지 않다.
7월 19~24일 영국에서는 판보로 에어쇼가 열린다. 약 1400 출품 업체가 참여하는 군사장비의 화려한 연례 박람회다. 그러나 공중 분열식의 우레와 같은 소리도 전시된 초호화판 여객기들도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거대한 도전을 가리진 못한다. 하늘은 이미 비행기와 승객들로 포화상태이지만 항공 교통량은 2050년까지 두세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봄 아이슬란드의 화산 하나가 일으킨 충격적인 혼란은 항공 시스템 자체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시스템의 각 부분이 너무도 위태롭게 균형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항공 연료의 비용은 1990년대 중반 이래로 네 배로 뛰었다. 많은 사람이 예측하듯이 만약 세계의 석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면 가격은 더욱 치솟게 된다.
NASA의 항공연구 부문 책임자인 신재원 박사는 “앞으로는 친환경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른 산업 부문에서 이미 그런 현상이 일고 있다. 항공도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항공업계의 전통적으로 낮은 이윤을 감안하면 “추세는 뻔하다”고 신 박사는 말했다. “연료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 돼야 한다. 이 두 기준에 맞는 컨셉트가 살아남는다.” NASA가 의뢰한 최근의 연구들은 연료를 지금보다 70% 적게 소모하고 737기보다 소음이 71데시벨 낮은 비행기를 목표로 삼는다. NASA의 베스 디키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이런 기술들을 보편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 다음 그 기술을 자신들의 비행기에 활용하는 문제는 업계의 몫이다.”
환경 우려는 그다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진정으로 새로운 점은 그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 긴박성이다. 항공사와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년 동안 ‘기후변화’를 주로 홍보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그들이 하늘에 남기는 탄소 발자국은 세계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1997년 세계가 채택한 교토의정서(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협약)에는 항공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온실가스에서 항공이 차지하는 비율은 21세기 중반께 현재의 약 3배로 크게 늘 가능성이 크다(기술적 개선도 있겠지만 대부분 개도국 내부와 서로간에 예상되는 항공 교통량 증가로 상쇄될 전망이다). 이미 하늘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유럽연합(EU)은 항공사들이 기존의 탄소거래제를 채택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실 탄소가 유일한 문제도 아니다. 고공에선 상용 제트기가 내뿜는 산화질소가 오존층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또 땅 위에선 공항 주변의 귀가 먹먹한 소음 때문에 사람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다. NASA의 신 박사는 “요즘 사람들은 30년 전 707기가 전투기처럼 바로 머리 위를 날던 시절만큼 아량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06년 항공의 미래를 가늠하는 ‘독창적’ 연구를 주관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행기와 날아다니는 배 같은 기발한 개념을 떠올리는 브레인스토밍(창조적 집단사고)이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실제 지원금을 할당하려고 좀 더 구체적인 제안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은 설계자의 꿈을 실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계다. 고려 대상은 핵엔진, 플라스마 제트, 생물연료, 친환경 연료, 동체와 엔진의 혁신적 설계 등이다. 유인 항공과 무인 항공 기술 둘 다가 포함된다. 그러나 보조금이 충분히 제공된다 해도 그런 연구는 대부분 재래식 접근법을 찾을 여지가 완전히 소진됐을 경우를 대비한다. 일러야 21세기 중반이 될 듯하다.
반면 NASA 프로젝트는 20~30년 내에 실현 가능한 좀 더 현실성 있는 비행기를 목표로 한다. 항공 관련 블로그에서 많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제안이 ‘더블 버블(the double bubble)’이다. MIT가 설계한 “하늘을 나는 두 개의 이동주택”이라 불리는 비행기다. 튜브형 동체 두 개를 땜질해 붙여서 아주 얇은 날개로 띄워 올리는 형태다.
보잉사가 제시한 설계는 그보다 더 흥미롭다. 아음속(음속 이하) 초친환경 비행기 연구(Subsonic Ultra Green Aircraft Research: SUGAR Volt)다. 이 비행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글라이더를 닮았다.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긴 날개 둘을 받침대로 고정시킨 형태다. 하지만 프리우스 등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혁신적인지 알 길이 없다.
현대 상용기의 엔진은 지난 30~40년 동안 조용한 혁명을 겪어왔다. 사실 거대한 진화다. 과거의 제트 엔진은 가스 터빈의 원리에 따라 압축공기를 연료(등유)와 섞어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다. 힘은 강하지만 소음이 크고 연료 소모가 많았다. 일부 제트 전투기는 지금도 이런 엔진을 사용한다. 하지만 오늘날 여객기의 엔진은 제트 엔진에서 나오는 더운 공기를 중심에 두고 팬과 압축기로 그 주변에 차가운 공기를 밀어 넣어 혼합한다. 이 시스템은 소음과 연료 소모가 기존의 엔진보다 적다. 요즘 연구개발(R&D)의 많은 부분은 터빈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소한의 소음과 연료 소모로 추가적인 추진력을 얻으려고 혼합 비율(‘바이패스’ 비율이라고 한다)에서 차가운 공기의 양을 늘려나간다. 지금의 일반적인 바이패스 비율은 약 5대 1이며 일부는 10대 1이 넘는다. 연구자들은 20대 1 이상을 목표로 한다. ‘오픈 로터(open rotors)’에 대한 관심도 커져 간다. 프로펠러 엔진의 개량형처럼 보이지만 블레이드가 더 많다.
일부 친환경 항공 프로젝트는 항공기 제조 대기업이나 정부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진행된다. 가장 흥미로운 제안 중 하나는 가는 막대 모양의 솔라임펄스다. 오메가 시계를 비롯한 민간 기업이 후원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마당에서 고무밴드를 꼬았다가 풀어 날리던 모형 비행기와 빼닮았다. 그러나 날개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저장한다. 7월 초 스위스에서 태양광으로 리튬 전지를 충전해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제작자들은 2013년 세계 일주 비행을 목표로 한다.
업계 전문가 중 다수는 혁명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한다.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장-마크 토마스 수석부사장은 기업들이 먼 미래의 ‘꿈 같은 이미지’를 제공하는 컴퓨터 생성 사진을 은근히 조롱한다. “모양이 희한할수록 더욱 현대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고 토마스는 말했다. “하지만 항공우주 산업에선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승객 수백만 명을 실어 나를 비행기는 극도로 안전하고 믿을 만해야 한다. 그런 안정성은 특이한 형태를 지양한다.
토마스에 따르면 현재 취항 중인 초대형 에어버스 380이 100km 비행 시 승객 1인당 등유 3L 미만을 사용하는 유일한 여객기다. 한 번에 최대 800명까지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승객 1인당 연료 소모가 적다. 그에 비해 1985년의 평균적 상용기는 100km 비행 시 승객 1인당 등유 약 8L를 소모했다. 비판자들은 초대형 비행기를 하늘의 ‘허머’(4륜 구동 지프형 차량으로 연료 소모가 많다)로 간주했다. 하지만 친환경 항공의 계산법은 자동차의 경우와 다르다. 따라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다수의 ‘현대 비행기’가 이미 100km 비행 시 승객 1인당 등유 소모가 3.5L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반면 실제 2010년도 프리우스를 혼자 모는 사람은 같은 거리를 여행하면 100km 주행 시 1인당 연료 3.8L를 소모한다.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도 요즘은 더욱 환경친화적인 맥락에서 제시된다. 록히드 마틴과 보잉이 올해 NASA에 제출한 개념은 프랑스-영국 합작 콩코드보다 약간 느리다. 콩코드는 1970년대부터 운항하다가 2000년 대형 추락사고로 완전히 퇴장했다. 새로운 초음속 비행기의 속도는 음속의 약 1.6~1.8배다(재래식 여객기 속력의 약 2배이며, 콩코드는 마하 2였다). 또 콩코드 탑승객 정원의 약 3배를 태우며 음속 장벽을 넘으면서 생기는 폭발음을 “찢어지는 듯한 굉음에서 우르렁거리는 소리”로 크게 줄이는 설계를 채택한다고 그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NASA의 피터 코언이 말했다. 따라서 콩코드보다는 ‘더욱 친환경적이지만’ 아음속 비행기만큼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비행 시간을 절약해줄 뿐 연료를 줄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NASA의 신 박사는 “초음속 비행기는 반대론자와 찬성론자의 편을 완전히 갈라놓는다”고 말했다. “전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초음속 시장은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누구나 뻔히 알면서도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 때문이다. 음속 폭음 규제를 말한다.” 찢어지는 굉음이든 우르렁거리는 소리든 그 소음은 현재 북미 대륙에선 불법이다. 또 현재로선 정계도 제계도 그런 프로젝트를 지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양은 기이하지만 실용적인 비행기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항공계의 냉철한 미래 전문가들은 유럽과 미국 양쪽에서 개발 중인 아음속 전익 비행기 설계로 돌아간다. 승객을 최대 1000명까지 태우는 거대한 비행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체의 양력만으로도 연료를 약 40% 절약해준다고 신 박사가 말했다. 개선된 엔진은 바이패스 비율이 현재 제트기의 두세 배나 되며 날개 아래보다는 동체 위에 올려 지상에서 들리는 소음을 크게 줄이는 설계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NASA에서 X-48B급 원형 모델의 시험 비행을 80차례 지휘한 페이 콜리어에 따르면 저속 제어나 구조적 문제의 대부분은 현재 해결되는 중이다. 제조사와 항공사가 이 기술을 받아들인다면 이런 상용기는 15~20년 내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대중이 원한다면 더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객들이 그처럼 거대한 폐쇄 공간 속에서 비행하는 데 편안함을 느낄까? ‘가상의 창’이 실제 창을 대신할 수 있을까? 신 박사는 고객들이 그런 문제에 곧 적응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항들이 그런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을까? 물론이다. 이미 여러 공항이 같은 문제를 가진 초대형 여객기 에어버스 380에 적응했다.
하늘을 나는 거대한 녹색 전익 비행기는 NASA의 관점에선 아직 보편화할 준비가 덜 돼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기가 성큼 다가오는 중이다.
With JULIANE VON REPPERT-BISMARCK in Brussels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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