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world view] 아이젠하워의 재정 보수주의를 배우라

[world view] 아이젠하워의 재정 보수주의를 배우라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최근 제시한 국방개혁안은 전혀 급진적이지 않다. 국방예산의 실질적인 삭감을 주장하지 않는다. 단지 관료주의와 낭비 요소, 중복되는 부분을 제거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생각이다. 5년에 걸쳐 1000억 달러를 줄여나가겠다는 그의 목표는 너무도 합리적이다(그동안 국방부는 약 3조500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방산업체, 로비스트, 군 간부, 매파 논평가 등 걸핏하면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한다. 게이츠는 소속당인 공화당에서도 격렬한 반발에 직면했다. 하지만 국방전략에서 공화당의 가장 좋은 전통을 저버리는 쪽은 게이츠가 아니라 오히려 공화당 의원들이다.

게이츠가 말하는 국방개혁의 장점에 진지하게 토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는 국방 하드웨어의 급증하는 비용 탓에 한 척에 20억~30억 달러에 이르는 구축함, 한 대에 20억 달러나 가는 폭격기 같은 터무니없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 부문은 중간 관리자들을 정리해 조직을 간소화했지만 국방부는 오히려 관리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거의 10년 전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자신과 실제 전투 부대를 지휘하는 장교 사이에 17단계나 있다고 불평했다. 게이츠는 지금은 약 30단계나 된다고 추측한다.

게이츠는 사령부 하나를 해체하고 장성 50명을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1단계 개혁안을 제시했다. 그 전후 맥락을 보자면 이렇다. 미군에는 장성과 제독이 약 1000명이나 된다. 군 조직 자체가 축소됐지만 장성 수는 15년 동안 13% 늘었다. 현재 국방부 조직의 모든 계층은 냉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보다 훨씬 비대하다. 뉴욕대 와그너 행정대학원의 폴 라이트 교수에 따르면 1960년 국방부에는 부차관보가 78명이었다. 지금은 530명이다. 게이츠는 음악을 전공한 군악대원이 미국 전체의 외무 전담 직원보다 많다는 지적을 자주 한다. 실제로 미 국방부의 회계사는 그들의 10배나 된다.

연방예산에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에도 불구하고 더 폭넓은 국방개혁이나 심지어 예산삭감의 어떤 발상도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인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지지하지만 공화당 의원 대다수는 맹목적으로 반대한다. 그들은 게이츠의 최근 두 연설문을 정독해야 한다. 하나는 해군협회에서, 다른 하나는 아이젠하워 도서관에서 한 연설이다.

게이츠는 거리낌없이 자신을 아이젠하워(아이크) 대통령의 찬양자라고 말한다(게이츠의 집무실 책상 뒤에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는 아이크의 규제, 군자금에 관련된 균형의 강조, ‘군산 복합체’ 설립의 우려를 존중한다. 게이츠는 아이젠하워 도서관에서 청중에게 이렇게 상기시켰다. “당시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힘과 부가 거의 절정에 달했던 미국 같은 초강대국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자원이 무한정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아이젠하워는 알았습니다. 개도국에서의 장기화된 전쟁 같이 한 분야에 그 자원을 사용하면 다른 쪽에 가용한 힘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그는 사랑하는 조국이 경직된 ‘병영국가’로 변하는 상황을 경계했습니다. 군사적으로 강하지만 경제적으로 침체됐고 전략적으로 무력한 국가 말입니다.”

해군협회의 연설에선 아이크의 정신을 되새기며 이렇게 물었다. “미군이 모든 종류의 전술 전투 항공기를 3200대 이상 소유한 시점에서 항모 탑재 항공기에서 해군과 해병의 공격전투기가 약 100대 부족하리라는 일시적인 예상을 두고 과연 우리가 들고일어나야 합니까? 미 전투함대가 그 다음 수준의 13개국 해군(그중 11개 해군이 동맹국과 파트너 소속이다)을 합한 수보다 많은 상황에서 우리가 보유하거나 건조 중인 전함 수가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2020년이 되면 미국이 보유한 첨단 스텔스 전투기가 중국의 20배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진짜 심각한 위협입니까?”

아이젠하워의 진지함은 군사 전략 외에도 잘 드러났다. 그는 진정한 재정 보수주의자였다. 정부는 경기침체기엔 적자를 떠안아야 하지만 경기회복기엔 흑자를 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은 1960년 일시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세금을 인하하라고 그에게 간청했다. 자신의 선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아이젠하워는 거절했다. 흑자예산으로 퇴임하려는 생각이었다. 그 후 미국에선 30년 이상 흑자예산이 없었다.

로버트 게이츠는 아이젠하워의 정신을 이어받은 진정한 보수주의자다. 불행하게도 요즘 워싱턴엔 게이츠와 그 뒤에 걸린 초상화 사이에 그들 두 사람뿐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트럼프, '관세전쟁' 주도 무역대표부 대표에 '그리어' 내정

2진에어, ‘블랙프라이데이’ 진행...국제선 최대 15% 할인

3테일즈런너RPG, 사전 공개 서비스 시작

4현대차, 인도네시아 EV 충전 구독 서비스 시작

5베이글코드, 2024년 ‘벤처천억기업’ 선정

6블랙스톤, 산업용 절삭공구 업체 제이제이툴스 인수

7닷밀, 멀린엔터테인먼트와 프로젝트 계약 체결

8SOL 미국배당미국채혼합50, 자산배분형 ETF 중 최단기간 순자산 1000억원 돌파

9트럼프發 ‘관세 전쟁’의 서막…“캐나다‧멕시코에 관세 25% 부과”

실시간 뉴스

1트럼프, '관세전쟁' 주도 무역대표부 대표에 '그리어' 내정

2진에어, ‘블랙프라이데이’ 진행...국제선 최대 15% 할인

3테일즈런너RPG, 사전 공개 서비스 시작

4현대차, 인도네시아 EV 충전 구독 서비스 시작

5베이글코드, 2024년 ‘벤처천억기업’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