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3인방 볼수록 닮았네
황제주 3인방 볼수록 닮았네
국내 증시에서 가장 비싼 주식은 뭘까. 한 주에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는 현재(9월 13일 기준) 롯데제과, 아모레퍼시픽, 태광산업 3개. 이 중에서도 롯데제과가 127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112만5000원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00만원대에 진입했다. 연초 이후 100만원 선을 밑돌던 태광산업은 9월 13일 드디어 100만4300원을 기록하며 황제주에 이름을 올렸다. 흥미롭게도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줄곧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100만원 목표주가를 제시했지만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오히려 100만원짜리 보고서가 나오면 지수가 조정을 받았다. 증권가에서 유명한 ‘삼성전자 징크스’다. 롯데제과, 아모레퍼시픽, 태광산업이 100만원을 넘은 이유는 뭘까. 황제주만의 특별한 DNA를 찾아봤다.
매년 꾸준히 기업이익이 늘어나면 가능한 일이다. 롯데제과가 자본금 3000만원으로 매년 30% 이상 이익을 42년간 냈다면 자본총계는 1조8782억원이다. 이익에 이익이 쌓인 복리효과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80, 90년대 눈부신 이익을 실현했고 42년이 지난 지난해 자본총계는 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여전히 연간 10% 씩 이익을 쌓고 있다.
그 기반은 영업력이다. 업계 1위인 롯데제과는 자체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여기에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롯데쇼핑 등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롯데제과가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해외 투자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제과의 관심사는 해외 진출이다. 김시후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넘겨 해외 매출이 더 많은 제과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2018년까지 국내에서 3조원, 해외에 서 40억 달러(4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6월 15일 처음으로 주가 100만원을 넘으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지난 2006년 6월 상장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태평양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연초부터 실적 기대감이 높아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6% 늘어난 1조640억원. 화장품 업계에서 유일하게 반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100만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중국 시장 기대감을 꼽았다. 90년대 초에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해 발 빠른 현지화 작업을 추진했다. 93년에는 선양 현지법인을 세운 뒤 선양·창춘·하얼빈 등을 중심으로 백화점과 전문점에 제품을 공급했다. 중국 대표 브랜드는 마몽드와 라네즈다. 97년 진출한 마몽드는 대중적인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 잡고 251개 백화점, 1935개 화장품 전문점에서 팔리고 있다. 2002년 라네즈가 론칭하면서 시너지를 더하고 있다.
중국 시장 성공요인은 뛰어난 화장품 제조기술과 브랜드 파워다.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이 1945년 태평양 넘어 전 세계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겠다는 포부로 세운 회사가 바로 태평양이다. 이때부터 쌓아온 화장품 제조기술로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업계 1위, 글로벌 20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2006년까지 적자를 보던 매출도 2007년 이후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1175억원을 벌어들였다. 서경배 사장은 2015년까지 중국 매출을 7000억원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10위권에 들어서는 게 목표다.
전문가들은 서 사장의 뛰어난 경영능력도 주가에 한몫했다고 평가한다. 오너 2세인 그는 97년 외환위기 때 경영을 맡았다. 서사장은 취임 이듬해부터 전자부문 계열사인 태양잉크를 일본 다이요잉크에 매각하고 금융계열사 동방상호신용금고, IT업체 태평양정보기술과 태평양시스템을 청산했다. 전자·스포츠 분야까지 24개에 이르던 계열사를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을 중심으로 8개로 줄였다. 2006년 6월에는 투자회사인 태평양과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분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하태기 S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화장품과 건강제품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한 점이 주가를 끌어올린 바탕이 됐다”고 들려줬다.
강희승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서 사장의 해외 현지화 전략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연말께 글로벌 히트 상품인 한방브랜드 설화수가 선보일 경우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목표주가를 140만원으로 상향 제시했다.
9월 13일 기준 태광산업이 100만원을 돌파했다. 장중 가격으로는 8월에도 100만원을 뚫었지만 종가로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1월 2일 100만1000원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태광산업 주가는 2006년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장하성펀드)의 투자 종목으로 알려진 뒤 자산주로 부각되며 2007년 10월 5일 167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회사 내부에 쌓아둔 돈이 많은 곳이 태광산업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태광산업 유보율은 3만4134%로 552개 상장사 중 가장 높다. 하지만 롯데제과와 마찬가지로 거래량이 적어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자사주를 비롯한 유통 가능한 물량이 30%에 불과하다.
태광산업이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오너 2세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계열사 지분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계열 금융사인 흥국화재 지분 16%를 그룹 내 금융 주력사인 흥국생명에 매각했고,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한 13일에는 대한화섬 주식 22만2285주를 모두 관계사인 한국도서보급에 넘겼다.
태광그룹은 주력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금융 부문인 흥국생명, 흥국증권 그리고 케이블방송까지 40여 개 계열사 지분과 이 회장의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태광산업에 투자했던 장하성펀드 역시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여러 차례 투명성을 요구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태광그룹 내 계열사가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지배구조가 개선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조승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태광산업이 대한화섬과 흥국화재 지분을 넘기면서 석유화학산업과 케이블방송 자회사 등으로 정리돼 사업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태광산업 주가 전망도 밝다. 티브로드, 큐릭스 등 국내 시장 점유율 23%를 보유한 케이블TV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4000억원이 넘은 순 현금 재무구조를 갖췄다. 여기에 미래 신산업으로 각광받는 탄소섬유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주가가 40% 가까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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