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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지역밀착 CSR ‘훈훈’

현대제철 지역밀착 CSR ‘훈훈’

현대제철의 CSR은 지역 밀착형이다. 이 회사 임직원은 매년 27시간 이상 공장이 위치한 지역 내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의무 사항이다. 회사는 팀별 봉사활동 실적을 평가에 반영한다.
▎현대제철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당진군청과 지원 협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이철환 당진군수,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현대제철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당진군청과 지원 협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이철환 당진군수,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충청남도 당진군 읍내리에 위치한 당진시장은 전형적인 재래시장이다. 시장 내 점포는 200여 개, 조합원은 230명 정도다. 일반 상설시장과 어물시장, 기타 시장으로 이뤄진 당진시장은 그간 침체된 분위기였다. 최근 현대화 작업을 마치고 재개장한 지역 내 합덕시장과 달리 이 시장은 군청과 상인 간 이해가 엇갈려 현대화 작업이 몇 년째 표류했다. 주택가와 거리가 멀어 가뜩이나 한산했던 당진시장은 당진군 중심가에 대형 할인마트가 잇따라 들어서며 더욱 타격을 입었다.

이런 차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제철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으로 당진군청과 맺은 협약이었다. 현대제철은 지난 9월 말 우유철 사장, 이철환 당진군수,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황건성 당진시장 상인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 협약’을 맺었다. 전통시장 지원을 위해 기업과 지자체, 전통시장이 ‘산관 협약’을 맺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협약식을 통해 현대제철은 1억원어치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했다. 온누리 상품권은 전통시장 수요 진작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대제철은 이 상품권으로 당진시장에서 물품을 구매해 태풍으로 피해를 본 지역 주민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시장 상인들은 매출 1억원을 올리고, 지역 주민은 1억원어치 물품을 기부 받는 셈이다.



봉사활동 팀 평가에 반영현대제철 CSR팀 고선정 과장은 “당초 계획보다 금액을 늘려 1억1000만원어치 상품 구매를 진행 중”이라며 “먹을거리와 생필품으로 구성된 상품은 수해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구내 식당용으로 1000만원어치 식자재를 구입했다. 현대제철은 이번 협약식에서 당진제철소에서 쓰이는 식자재를 당진시장에서 우선 납품 받기로 했다. 아울러 당진제철소 임직원이 월 1회 직접 당진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는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고 과장은 “내부 조율을 거쳐 연말부터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약이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상품권을 구매하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전통시장은 2004년 1700곳에서 2009년 1550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 내 점포는 3만 개 줄었고 종사자는 2만 명 감소했다. 온누리 상품권은 전통시장 활성화의 묘안을 모색하던 정부가 내놓은 카드다. 이 상품권의 월평균 판매액은 지난해 21억원에서 올해 40억원으로 늘었다. 매출 감소에 허덕이는 전통시장에 온누리 상품권은 그나마 위안이 됐다.

문제는 회수율이다. 이 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주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용도로 판매됐다. 그런데 상당액의 상품권이 쓰이지 않았다. 최근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판매된 온누리 상품권은 410억원. 하지만 이 상품권의 회수율은 60% 정도다. 올 상반기에만 240억원가량의 상품권이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지역은 회수율이 20~30%에 불과한 곳도 있다.

▎당진시장

▎당진시장

당진군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지역 기업이 구매한 온누리 상품권은 지역 시장에서 실제 사용돼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이번 협약은 현대제철이 구매한 상품권 100%가 당진시장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상인의 반응도 좋다.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재래시장 특성상 처음에는 온누리 상품권에 대한 거부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품권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정육점을 운영하며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황건성씨는 “지금 상황에서는 단 1000만원이라도 큰 도움이 된다”며 “조합원들이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지역경제 동반성장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기업은 이미지 개선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구매해 사용한 온누리 상품권에는 현대제철의 CI(기업이미지)가 찍힌다. 시장경영진흥원 정석연 원장은 “온누리 상품권 사용이 확대되면 전통시장 방문객 증가로 이어져 시장 활성화에 직접적 도움이 된다”며 “현대제철을 비롯한 기업과 주요 기관의 참여가 전통시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온누리 상품권이 일차적 시장 활성화 지원은 물론 지역경제 동반성장 수단으로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온누리 상품권이 이러한 역할을 십분 수행할 수 있도록 취급 은행을 확대하고 가맹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이번 협약 전에도 인천, 포항, 당진 등 사업장 소재지의 전통시장 살리기 캠페인에 적극적이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지난해 3월 인근 전통시장인 현대시장과 식자재 납품 협약을 체결하고 연간 3억원가량의 식자재를 구매한다. 명절 때는 제수용품이나 농수산물을 구입해 지역 복지시설에 전달한다. 올해는 온누리 상품권을 이용해 현대시장에서 강화쌀을 구매해 지역 주민에게 전달했다. 전통시장과 지역 특산물을 살리면서 어려운 이웃도 돕고 기업 이미지도 높이는 1석4조 효과다. 포항공장 역시 임직원 200여 명이 올 추석을 앞두고 인근 죽도시장에서 ‘전통시장 장보기 운동’을 펼쳤다. 경북지역 언론에 따르면 온누리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도내 52개 전통시장 중 죽도시장의 회수율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때 구매한 물품은 포항 지역 16개 사회복지시설에 전달됐다.

현대제철의 CSR은 지역 밀착형이다. 이 회사 임직원은 매년 27시간 이상 공장이 위치한 지역 내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의무 사항이다. 회사는 팀별 봉사활동 실적을 평가에 반영한다. 봉사활동은 어린이 공부방, 어린이 환경교실, 무료급식소 배식 , 전기배선 수리, 장애인 복지시설 지원, 희망의 집수리 사업 등 다양하다. 자발적으로 기금도 조성한다. 임직원이 월급에서 일정액을 공제해 조성하고 회사는 조성된 금액만큼 출연하는 매칭 그랜트 제도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2005년 도입 후 연간 3억~4억원의 기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환경재단이 주관하는 로하스 경영대상에서 에너지·화학·중공업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지식경제부가 주관한 지속가능경영대상 민간기업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표준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지속가능성 대회에서 기계·금속 업종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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