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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에 중국 인터넷株 열병

미 증시에 중국 인터넷株 열병

▎한 중국 청년이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 기술 혁신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터넷을 쓰고 있다.

▎한 중국 청년이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 기술 혁신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터넷을 쓰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수많은 최초공모주(IPO주)의 주가가 엄청나게 치솟다가 곤두박질한 뒤로 이제 겨우 1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 투자자가 새로운 종류의 IPO주를 맹신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로 중국 인터넷주다.

중국 인터넷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부문은 미국에서는 급속히 포화됐지만 중국과 그 밖의 극소수 나라에서는 여전히 성장엔진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두 자릿수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나라 자체가 미국의 투자자들에게 매력적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 두 가지, 즉 인터넷과 중국이 결합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투자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흡인력을 발휘한다. 실제 나스닥에 상장돼 거래가 시작된 첫날 주가가 거의 200%나 수직 상승한 중국 인터넷주도 있었다.

 



美 시장 신규 상장기업 3분의 1이 中 기업르네상스 캐피털에 따르면 요즘 월스트리트에서는 중국 주식 이야기에만 투자자가 귀를 기울인다. 지난 9월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IPO주 가운데 35%가 새로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식이었다. 중국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에 주식을 상장시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 기업이 우회상장이나 ADR(미국예탁증서)을 통해 미국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10년에는 그런 움직임의 전체 규모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 12월 8일은 일종의 티핑포인트였다. 지금까지는 온라인 게임 기업인 샨다 인터랙티브나 포털 기업인 시나닷컴과 같은, 시장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은 중국 기업만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 인터넷 산업에서 수퍼스타급 기업인 바이두도 미국 주식시장에 IPO를 할 때 이미 수익성이 좋고 사업상 입지도 충실하게 확보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는 신생 기업조차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우쿠닷컴이나 이커머스 차이나당당 등이 그 예다. 여우쿠닷컴과 이커머스 차이나당당의 주식은 둘 다 12월 8일 처음으로 나스닥에서 거래됐다. 여우쿠닷컴은 주당 12.8달러의 공모가로 2억 달러의 자본을 조달한 데 이어 거래가 개시된 날의 시초가가 주당 27달러에 형성돼 공모가에 비해 109%나 높은 주가를 실현했다. 이틀 뒤인 10일 금요일에는 이 기업의 주가가 50달러까지 치솟았고, 종가는 그보다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37.5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평가된 여우쿠닷컴의 기업가치는 거의 4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으로 치면 한화케미칼이나 대우건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0년 1월부터 9월까지 불과 3500만 달러의 매출에 25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회사의 기업가치가 그와 같다면 그것은 온건한 표현으로 말해도 다소 지나치게 후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여우쿠닷컴은 기본적으로 유튜브의 복제판에 불과하지만 경쟁 상대인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정부 당국의 영업금지 조치로 인해 서비스 공급을 못하게 된 데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여우쿠닷컴은 중국 내 경쟁 기업인 투더우닷컴에 앞서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데 아직 이익은 나고 있지 않다. 지금은 구글의 일부가 돼 있는 유튜브도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문제가 여우쿠닷컴의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에게 전혀 걱정거리가 되고 있지 않다. 12월 8일 스타가 된 또 하나의 중국 기업이자 ‘중국판 아마존닷컴’으로 미국 투자자들에게 알려진 온라인 소매기업 이커머스 차이나당당도 여우쿠닷컴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이커머스 차이나당당은 2010년 1월부터 9월까지 불과 240만 달러의 이익을 냈을 뿐이다. 그러나 이 회사 주식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된 첫날에 주가가 두 배로 뛰어오르는 또 하나의 ‘IPO 뻥튀기’를 연출했고, 그 결과로 기업가치가 20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 그 과정에서 저조한 이익 실적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과거 인터넷 버블 재연 우려상황이 이러니 미국 주식시장 문 앞에 중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줄을 서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많은 중국 기업이 상하이 주식시장보다 뉴욕 주식시장에 주식을 상장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우쿠닷컴의 중국 내 경쟁 기업으로 앞에서 언급한 투더우닷컴도 2011년 1분기에 IPO를 통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밖에 일종의 ‘어린이를 위한 페이스북’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오미와 또 다른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운영하는 카이신001도 비슷한 시기에 투자은행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역사가 짧고 매출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대규모 미국 기관투자가들을 유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인터넷주 붐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중국 인터넷주 붐에서도 투자은행들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IPO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때마다 그것이 점점 더 많은 투자자를 부추겨 중국의 인터넷주에 베팅하게 하고, 그러면 다시 더 많은 중국의 인터넷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에 자사 주식을 상장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핵심적 위치에서 IPO를 주선하고 중개하는 투자은행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IPO가 평균적만으로도 괜찮은 실적을 보여주는 한(르네상스 캐피털에 따르면 현재 중국 기업들의 IPO는 평균적으로 30%의 이득을 실현해준다) 방금 이야기한 순환과정과 같은 추세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이익을 창출할 능력을 갖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인터넷주 붐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열광의 시기를 거치고 나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승자가 되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주 전체에서 장기간 보유할 만한 우량주로 입증된 것은 단 두 개, 즉 아마존과 이베이의 주식뿐이었다. 더글로브닷컴의 주식은 1998년 11월 실시된 IPO에서 주가가 600%나 폭등했다. 그 직후 더글로브닷컴의 창업자인 23세의 스테펀 패터노트가 맨해튼의 한 클럽에서 모델인 여자친구와 함께 술에 취한 채 테이블 위로 올라가 춤을 추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됐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자도 생겼고 돈도 벌었으니 이제 나는 이 넌더리 나고 하찮은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됐다.” 더글로브닷컴은 결국 추락했다. 주당 97달러에서 불과 10센트로 폭락한 것이다.

또 근본적으로 중국 인터넷주는 회계관리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재무제표를 왜곡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업이 적지 않다. 치아오싱 유니버설 리소시스와 메콕스 레인(마이카오린)과 같은 기업들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메콕스 레인은 불과 2개월 전인 지난 10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인데, 최근 왜곡된 재무제표로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에 신경 쓰는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중국 인터넷 기업과 관련해 머지않아 손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소송 이야기가 나돌 것이다. 20년 전 IT버블 붕괴가 남긴 교훈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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