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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살림 새해 더 나아진다

월가 살림 새해 더 나아진다

▎뉴욕 증권거래소 중개인들.

▎뉴욕 증권거래소 중개인들.

2010년은 정부가 부양조치를 통해 만들어낸 경기회복세가 자리 잡을 것인지 의구심으로 가득 찬 한 해였다. 그러나 2010년은 하나의 분명한 컨센서스를 형성하며 마무리되고 있다. 바로 2011년에는 주가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배론스가 월가의 투자전략가 1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10명 가운데 과반수가 2011년에는 지속적 경제회복세가 자리 잡게 될 것이고 기업과 소비자가 꽉 조였던 돈주머니의 끈을 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뢰 회복과 저금리가 기업의 수익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 또 그들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자산 가격을 계속 필사적으로 떠받칠 것이며 FRB가 공격적 통화완화 정책을 수정하게 할 만큼 임금과 물가가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0명의 전략가 가운데 9명이 내년에 주가가 최저 7%에서 최고 17%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무역마찰 고조, 신흥시장 국가들의 신용긴축으로 인한 세계 전체 성장의 감속, 이란과 한반도 등에서의 지정학적 갈등 같은 것들이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험 요인이 불거질 때마다 시장이 주춤하는 반응의 크기는 작아지기 시작했다. 지난봄 남유럽과 아일랜드에서 재정위기 문제가 증폭될 때에는 위험자산에서 자금을 철수하는 움직임이 폭넓게 일어나면서 미국의 주가가 15%나 하락했다. 그러나 11월에 유럽 재정위기의 제2막이 전개될 때에는 그로 인한 주가 하락 폭이 4%에 그쳤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사람들이 두려워한 위험 가운데 일부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미국 경제를 보면 2010년 중반에 성장속도가 둔화되긴 했지만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았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성장 속도가 빠른 나라들의 경우는 신용긴축에 나서기는 했지만 경착륙하지는 않았다.



채권보다 주식또 설문조사에 응한 전략가는 대부분 2011년에는 미국 재무부채권을 비롯한 채권보다 주식이 더 나은 투자수익 실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해에 S&P500 지수가 대체로 횡보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연말 지수로 1250선을 예상)한 크레디스위스의 미국주식 담당 투자전략가 더글러스 클리고트는 “디플레이션이 분명히 닥칠 것이라고 믿어야만 지금 당장 채권을 추가로 사들이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투자전략가는 “채권시장에서 매도세가 우세한 상황이 길게 이어질 것이고 우리는 지금 그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기간의 초입에 막 들어섰을 뿐”이라며 “사람들이 속담처럼 말하는 ‘이웃의 가장 좋은 집’은 바로 주식”이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주도하는 미국 경제는 이제 숨이 좀 트였다. 미국 소비자는 거의 2년 동안 근검절약에 애써온 끝에 이제는 은행 대출과 신용카드 대금을 비롯한 각종 빚을 종전에 비해 조금은 느긋하게 갚아 나갈 수 있게 됐다. 미국 가계부채는 최근 1조 달러 줄어 1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축소됐다. 가처분소득에 대한 비율로 본 가계부채의 부담은 2007년 19%였는데 최근에는 지난 30년 동안의 평균에 가까운 17% 정도로 완화됐다. 한때 번 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지출하던 미국인이 이제는 가처분소득의 6% 정도를 저축하고 있다. 다만 저축률 상승 속도는 이미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인의 소비지출 능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소 풍요로워졌다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인의 소비지출 능력이 대폭 커진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인이 실제로 풍요로워진 것도 아닌 셈이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의 부채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경제를 자극하고 시장을 부추기는 데는 충분한 효과를 내고 있다. 2010년 3분기 미국의 소비지출은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2.8%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소매업, 요식업, 오락업 분야에 속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했다. 긴축하며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애써온 기업들이 새로이 인력고용에 나서기 시작한다면 위와 같은 소비지출의 증가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 대부분은 실업률이 이미 9.8%로 높은 수준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동안 얼어붙었던 고용시장이 앞으로 해빙 추세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 펀드의 수석 시장전력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신뢰가 회복되는 방향으로 경제가 움직이고 있으며 이런 경제의 흐름은 고용에서부터 기업의 배당, 소비자 지출, 주식 뮤추얼펀드 투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기업들은 돈이 많고, 소비자는 돈에 쪼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비록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3.2%에 그친다 해도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올리고 있고, 특히 원자재 가격과 비용지출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미국주식 담당 수석전략가인 데이비드 비앙코는 “지금 미국에서는 V자형 경제회복이 없어도 기업의 V자형 이익회복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 이익률 높아질 것저렴한 차입비용, 경제침체 시기에 가차없이 이루어진 비용삭감, 그 뒤 불확실한 경제회복의 시기에 유지된 소극적 고용 등이 기업들의 이익을 늘렸다. 이에 따라 S&P500 기업들은 2010년 가중평균 기준으로 주당 85달러의 이익을 냈는데, 이는 2009년 주당 61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내년에 조금만 더 증가하면 S&P500 기업의 이익이 최고기록인 2006년 주당 88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게다가 S&P500 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이 내년의 예상이익에 비해 13배에 지나지 않는 상태다. 지난 10년 PER 평균 값이 16배임을 고려하면 13배인 현재의 PER은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S&P500 기업이 내년에 대략 주당 95달러의 이익을 올리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메릴린치는 은행들이 대출손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2010년 2.6%에서 2011년에는 1.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S&P500 기업의 매출도 해외영업, 기업 간 거래, 수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2010년 10% 증가한 데 이어 2011년에도 6%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금융 기업도 기록적 규모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비금융 기업들의 보유현금 규모는 총자산의 7.4%에 이르며, 이는 50년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비금융 기업이 은행에 예탁해 놓은 보유현금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S&P500 기업이 2010년 주당 25달러였던 배당지급액을 내년에 주당 30달러로 늘리고, 내년도 비용지출을 2010년보다 10% 많은 5400억 달러로 늘린다고 가정하더라도 4800억 달러의 잉여 현금흐름이 남게 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서로 일치되는 의견이 유독 많았다. 그들만이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12월 중순 글로벌 펀드매니저 3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기순환상의 경제성장과 원자재 인플레이션에 베팅하는 펀드매니저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펀드매니저의 비중이 10월에는 15%에 불과했는데 12월에는 44%로 거의 세 배로 확대됐고,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펀드매니저의 비중도 그 두 달 사이에 11%에서 51%로 급격히 확대됐다. 월가 금융시장의 전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전투가 개시됐음을 알리는 또 하나의 신호는 뮤추얼펀드의 보유자산 가운데 현금(즉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의 비중이 최근 30% 아래로 떨어져 2000년과 2006~2007년의 기록적인 낮은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점이다. 뮤추얼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전체적으로 상승한 것이 뮤추얼펀드의 현금보유 비중이 수치상 하락하는 데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뮤추얼펀드의 현금보유 비중과 관련된 위와 같은 신호는 전문적인 펀드매니저들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점점 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낙관적인 방향의 컨센서스가 보편화되고 극단화된 것일까? 지난가을 주가가 급등할 때에도 일반투자자는 미국 내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돈을 빼내 채권과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였다.



자산운용사 주식 보유 비중 커져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제임스 폴슨은 대부분 투자자가 여전히 도처에 위험이 깔려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돈을 주고 집을 사는가?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이 과다한가? 은행들이 대출을 너무 많이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제기되는 것은 위험이 고조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먼저 지속적인 경제회복세가 자리 잡고 있다는 데 대한 폭넓은 공감이 형성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또 하나 귀띔한다면 FRB가 통화완화를 겨냥한 정책에서 경제과열을 견제하는 정책으로 언제 돌아설지 관찰해야 한다.

단 한 명, 크레디스위스의 클리고트만이 2011년에 주가가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미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는 미국 연방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차입을 한 것에 비정상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 차입은 연방정부의 조세수입이 급감하는데도 불구하고 연방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동시에 가계와 각 주에 대한 이전지출도 늘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연방정부가 조세수입 1달러당 1.6달러의 지출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언젠가는 정부지출을 줄이고 조세징수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하는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클리고트는 이런 일이 “아마도 2012년이나 2013년에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실제로 그렇게 되는지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이익이 2011년 중반 정점을 찍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1년 중반이 되면 인플레이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원유 가격이 2년 만의 최고치로 상승했고, 구리 가격도 12월 상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년 동안 1.1%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중국 물가지수는 5.1% 상승했다. 현재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중국에서 정부 당국이 나서서 경제를 냉각시켜야 할 정도로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면 그때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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