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er CEO] Smarter CEO 좌담회
[smarter CEO] Smarter CEO 좌담회
2008년 9월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지구촌을 흔들었다. 미국 멕시코만의 원유 유출 사고나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도 더 이상 그들만의 사건이 아니다. 전 세계가 한 덩어리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CEO들의 고민은 이만저만 아니다. 글로벌화에 따른 ‘복잡성(complexity)’이 미래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중앙일보와 포브스코리아가 9월 7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스마터 CEO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했다. 이날 토론 자료는 IBM이 각국의 CEO 1541명(60개국, 33개 업종)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 ‘복잡성, 도전과 활용’이었다. 토론자로 장형덕 BC카드 대표,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 정옥희 두산캐피탈 대표, 이창식 동아원 대표, 박의준 중앙일보 경제에디터, 유석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장, 신영욱 한국IBM 전무가 참여했다. 사회는 심상복 포브스코리아
대표가 맡았다.
먼저 신영욱 한국IBM 전무가 ‘2010 글로벌 CEO 연구’ 결과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신영욱 IBM이 2년에 한 번씩 전 세계 CEO들을 직접 만나 조사하는데, 올해는 한국 CEO 25명이 참가했습니다. 2년 전 조사에선 ‘어떻게 변할 것이냐(Change)’가 CEO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올해는 대내외 경영환경의 복잡성을 어떻게 극복하고 활용하느냐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응답자 중 79%가 향후 복잡성이 더 심해질 것이라 내다봤지만, 막상 거기에 대비하고 있다는 CEO는 전체의 30%밖에 안 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글로벌 CEO들의 생각을 종합해 보니 이들은 복잡성을 오히려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3개의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창조적 리더십 ▶고객관계 재창출 ▶능숙한 운영이 그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한국 CEO들은 어떻게 보시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창조적 리더십부터 얘기를 시작할까요. 사실 이 말은 요즘 너무 흔하게 쓰이고 있는데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장형덕 창조적 리더십은 CEO뿐 아니라 직원들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이 사소한 일이라도 ‘우리는 그게 왜 안 될까’ ‘우리에겐 그게 왜 없을까’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가질 때 조직의 창의성은 살아난다고 봅니다. 내년 초부터 BC카드가 국내 카드 사상 처음으로 해외 곳곳에서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 일도 ‘왜 우리 카드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김종훈 올해 IBM 보고서를 보면 전략적 의사결정은 빨라야 하고, 환경변화에 따라 수시로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얼마 전 일본 도요타의 한 사장을 만났는데,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의사결정 속도에 감탄하더군요. 자신들은 6개월이나 1년 걸릴 일을 한국 회사들은 한 달이면 해낸다는 겁니다. 이런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뒷받침될 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직원들의 실행력을 높이는 데는 CEO가 70% 이상을 책임집니다. 직원이 창의성을 발휘하면 위에서 그걸 실행시켜 주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를 위해선 권위주의에서 탈피해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옥희 제 경우엔 CEO를 맡은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복잡성 자체가 내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부에서 오는 복잡성은 순식간에 증폭될 때가 많습니다. 내부의 복잡성 문제를 푸는 데는 CEO의 ‘열린 마음’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조직 구조나 일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의사결정 과정도 CEO가 독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략적 접근과 깨어있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회사에선 다양한 계층의 라운드 테이블을 운영합니다. 과장·차장·임원 계급장을 떼고 팀을 만들어 토론하게 만드니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탈조직적인 문화도 생기더군요.
이창식 요즘 신입직원들을 보면 자기 소개부터 다릅니다. 과거엔 판에 박힌 듯 이름과 전공을 대며 의례적인 인사를 했는데, 요즘엔 자기 자신을 잘 알릴 수 있도록 공을 들입니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CEO가 조직 내부의 변화에 예민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린 밀가루를 만드는 전통 산업이라 좀 느린 구석이 있는데 사업을 다각화하고 신세대 직원들을 보면서 스피드를 내고 있습니다.
유석진 오랫동안 살아남은 기업의 공통점은 창조적인 리더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리더십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CEO가 주도해 조직에 바람을 일으키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원들이 열린 기업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분출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이죠. 위기 때는 전자가 힘을 발휘하고, 평화로운 시기엔 후자 쪽입니다. 창의적인 리더십을 위해서는 둘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위터 등 다양한 소통 채널 확보해야
박의준 하지만 국내 CEO들을 보면 아직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익숙지 않은 분이 많습니다. 서로 소통하자고 모아놓고 CEO만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점은 CEO가 직접 고쳐야 될 것 같습니다.
신영욱 여기서 나눈 얘기들이 ‘글로벌 CEO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창조적 리더십의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여러분께서 말씀해 주신 ‘오픈 마인드’입니다. 복잡성은 결국 열린 사고와 열린 문화를 통해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키워드를 제시하자면 바로 오픈을 통해 생기는 혁신입니다. 혁신을 통해 내부 프로세스를 변화시키고,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검색이라는 새로운 수입 원천을 발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를 위해선 리더가 오픈 마음으로 사업과 매출 구조를 혁신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복잡성을 돌파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고객과의 관계를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폭주하는 고객 정보 속에서 얼마나 알맹이 있는 걸 뽑아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종훈 우리는 얼마 전 업에 대한 정의를 ‘건설가치 창출업’이라고 새롭게 내렸습니다. 고객의 성공을 돕고 그들의 가치를 높여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선 시장과 고객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중동 시장에 진입할 당시엔,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CM·PM 등 선진국형 모델을 적용해 성공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에 중동 시장 자체를 선진국 시장으로 정하고, 글로벌화된 인력을 투입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정옥희 김 회장님께서 고객에 대해 큰 그림을 짜 주신 것 같습니다. 전 기존 고객 중에서 진짜 회사 이익에 기여하는 고객이 누구인지 분석, 대응해야 한다고 봅니다. 동시에 잠재 고객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기업 고객이지만 잠재 고객을 위해선 개인 고객을 향한 마케팅 수단도 활용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존 채널의 보완재로 쓰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BC카드의 장 사장님께서는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수천만 명의 목소리를 어떻게 듣는지요?
장형덕 요즘은 어느 기업이나 고객 정보를 수집합니다. 문제는 이걸 얼마나 잘 분석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느냐는 겁니다. 현재 BC카드 회원은 3000만 명에 이르는데, 우리는 기술적인 분석을 통해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를 위해선 고객 서비스와 관련한 조직에 많은 힘을 부여해야 합니다. 고객 서비스 부서에 사람을 뽑는 것부터 예산을 집행하는 것까지 권한을 많이 줘야 됩니다.
박의준 차별화된 고객 데이터 구축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국내 한 외국계 은행의 경우 한국 시장 진출 초기에 잘 정착하지 못했던 이유가 고객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카드사를 운영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이를 위해선 다양한 고객 분석 도구가 공유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창식 우리 회사는 밀가루부터 와인, 심지어 페라리까지 다양하게 팔고 있습니다. 다양한 부서가 있는 만큼 서로의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료업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축산업자들에게 페라리 고객 못지않은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해 줍니다. 영업사원들이 축산업자들에게 정보기술(IT)을 전수하고 그들의 실전 노하우가 담긴 사례집까지 만들죠.
신영욱 진정한 고객 서비스는 쌍방향으로 이뤄집니다.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들이 자신의 의견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야겠죠. 고객이 기업의 내부 프로세스에 잘 접근할 수 있다는 밀착감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쌍방향으로 재정비하기 위해선 IT 활용이 중요합니다. 트위터는 매달 1000만 명 이상 쓰고 있죠. 가입자가 3억 명을 돌파한 페이스북은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큰 시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유석진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활용하는 것엔 양면이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시스템에 단순히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얹는 것은 실패하기 쉬울 겁니다. 소통의 도구가 바뀌면 콘텐트와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죠. CEO보다 고객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직원을 우대해야 합니다.
복잡성을 고객에 넘기지 마라
세 번째 키워드인 능숙한 기업 운영은 어떤 겁니까. 보고서를 보면 복잡성은 조직 내부로 가져와 해결하고 고객에겐 단순함을 제고하라고 하는데, 아주 적합한 설명인 것 같습니다.
장형덕 세상이 갑자기 복잡해진 것은 아니죠. 평소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면 복잡한 문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회사는 태스크포스(TF)를 수시로 운영합니다. TF는 제가 직접 팀장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IBM 보고서도 지적하고 있듯 아웃소싱을 늘려 고정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예전만 해도 인사의 경우 기업의 핵심 역량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아웃소싱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요.
정옥희 기업 운영의 묘를 유연하게 살리기 위해선 시간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젠 연간 계획이라는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1년으로 보는 것은 달력상의 수치에 불과합니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니까요. 두산그룹 CEO들은 지금 이 시기에 다음 경영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이창식 마침 저희도 직원들이 경영 계획을 짜거나 실적을 발표할 때 연간실적, 월간실적 개념을 없앴습니다. 직원들 스스로 정한 기간에 대해 ‘이동실적’을 발표합니다.
김종훈 우리는 일부 핵심 역량을 제외하고는 시공이나 설계까지 모두 아웃소싱으로 해결합니다. 건설 프로젝트만 우리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지요. 이를 위해선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복잡성이나 운영의 효율성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신영욱 그게 바로 복잡성을 해결하는 열쇠입니다. 복잡성을 고객에게 넘기지 말라는 것이죠. 과거엔 고객이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구했지만 이젠 기업이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야 살아남습니다. 복잡성을 골칫덩이로 생각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걸 자산화하느냐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것입니다.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스마터 CEO 좌담회 ■
포브스코리아는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업인 IBM과 함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CEO들이 보다 똑똑한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스마터 CEO 좌담회’를 진행한다. 이번에 진행된 CEO 라운드 테이블은 올해 개최할 세 번의 라운드 테이블 중 첫 번째다. 10월엔 ‘스마터 시티’, 11월엔 ‘스마터 파이낸스’를 주제로 각 분야에 맞는 CEO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관련 성공 사례를 발굴해 소개할 예정이다.장형덕 대표는 외국계 은행에서 시작해 리스, 보험, 카드 등 민간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만능 금융맨’이다. 2008년 BC카드 역사상 첫 순수 민간 출신 사장으로 부임했다. 뱅커 출신답게 꼼꼼하기로 유명하지만 사석에선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아이디어맨. 최근 BC카드의 해외 진출도 장 대표의 아이디어. BC카드는 세계 6위 카드사인 미국 DFS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년부터 비자와 마스터카드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 180여 개국에서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미파슨스는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CM) 국내 1위 업체다. CM은 건설 발주사를 대신해 사업성 검토, 설계와 시공부터 감리까지 맡는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잘나가던 대기업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96년 CM 불모지인 한국에 CM 개념을 도입했다. 선진국의 노하우 습득을 위해 미국 CM 회사인 파슨스가 45%의 지분을 참여하는 합작회사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100% 종업원 지주제로 전환했다. 최근엔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수주 중 80%는 중동과 북부 아프리카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부임한 정옥희 대표는 두산그룹 114년 역사상 첫 여성 CEO. 당시 두산 고위관계자는 “피플 세션(People Session)을 통해 성과 역량을 증명하는 인사 시스템을 거쳤다”며 “연합캐피탈 인수나 중국 법인 설립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것이 승진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은행·GE캐피탈·씨티그룹을 거친 금융전문가로 2006년 두산에 영입됐다. 이후 두산의 연합캐피탈 인수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여신업계 최초로 중국 시장 진출을 이끌었다.
이창식 대표가 이끄는 동아원은 곡물 재배부터 생산 설비, 유통망까지 갖춘 종합식품회사인 운산그룹의 핵심 계열사. 이 대표는 운산그룹 비상경영본부장도 맡고 있다. 동아원의 양 날개는 제분과 사료다. 동아원(한국제분 포함)은 25% 점유율로 CJ제일제당, 대한제분과 제분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운산그룹은 계열사로 와인전문 수입사인 나라식품, 친환경 쌀을 주원료로 하는 식품 전문점 해가온, 애완동물 관련 용품을 유통하는 대산물산,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 수퍼카를 수입 판매하는 FMK 등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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