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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경제학

지구온난화의 경제학

앞으로 세계가 직면한 진짜 도전과제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와 빈국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도록 돕는 체계적인 지원방안이다. 가능성이 가장 크지는 않지만 기후변화에 따르는 최악의 결과는 해수면 상승일지 모른다. 북극에 갇힌 얼음이 바다로 흘러갈 경우 해수면이 5~6m 높아져 스톡홀름, 맨해튼 또는 런던이 물에 잠기거나, 그런 사태를 막으려 제방을 쌓아야 하거나, 방글라데시인을 비롯한 수백만 명이 집과 직장을 버리고 이주해야 할지 모른다(제방은 방글라데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다로 나가야 하는 강물의 출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가능성이 큰 결과는 개도국 세계의 식량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이다. 도시의 혹서, 북극곰, 산불도 물론 걱정거리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십중팔구 가난한 나라의 식량생산에 미치는 영향일 듯하다. 빈국에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자급자족에 의존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식량생산 감소 추정치는 높지 않다. 빈민은 지금도 잃을 게 거의 없다. 10억 명 이상, 어쩌면 20억 명이 하루 2달러 이하의 생계비로 살아간다고 추정된다. 이들 빈민 중 10억 명이 소득의 절반을 잃는다면 엄청난 비극이 된다. 지난 10년간 해마다 일어나는 모든 지진, 홍수, 쓰나미, 산사태, 화재보다 더 심각한 진짜 대재앙이다. 그러나 그들 10억 명 전체의 연간 소득감소액은 3650억 달러에 불과하다. 세계 전체 소득의 1%에도 못 미친다. 애초에 가진 게 너무 없어서 소득이 감소한다 해도 액수로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더없는 비극이다.

미국 또는 대다수 유럽 국가 같은 선진국에선 농업이 국내총생산의 5%에도 못 미친다. 서방의 나머지 소득은 거의 모두 기후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거나 나아가 약간은 온난화의 덕을 볼지도 모른다. 미국은 전역에서 농업을 과학적으로 지원해 기후와 농작물 관련 지식이 축적됐으며 기후변화에 따라 작물과 경작법의 적절한 변화로 대응할 수 있다. 개도국은 현재 그런 대처능력이 거의 없거나 전무하다.

세계의 소득은 인구와 비례해 분명 앞으로도 계속 증가한다. 소득증가에 따르는 소비의 두드러진 변화 한 가지는 육류 수요다. 중국의 도시지역에선 이미 육류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단 1cal의 육류를 생산하는 데 소고기,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에 따라 4~10cal의 동물사료가 필요하다. 육류수요가 증가하면 모든 지역에서 식품가격이 오른다. 부자는 육류소비를 약간 줄여야 할지 모르며 빈민이 소비하는 쌀과 빵 값이 더 비싸지게 된다. 세계의 빈부 간 소비격차가 확대된다.

예상만큼은 크지 않지만 개도국 인구는 계속 늘어난다. 20여 년 전 인구통계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한 가지 있다.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출산율 감소는 인구감소뿐 아니라 인구 고령화 현상까지 낳는다. 개도국도 모두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출산율 감소를 겪는다. 하지만 그래도 개도국 세계의 인구는 증가한다. 먹여야 할 사람이 늘어나니 식량생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전 세계 특히 그린란드뿐 아니라 알프스와 안데스 산맥의 빙하 감소를 둘러싼 경고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문제는 빙하가 아니다. 눈이 내려야 할 시점에 때로는 비가 내리고 늦봄이나 초여름에 녹아야 할 빙원이 더 일찍 녹는다는 점이 문제다. 결과적으로 여태껏 관개에 사용해 왔던 물이 곡물이 자라기도 전에 바다로 흘러가버린다. 이는 중국, 남아시아, 칠레, 페루, 미국 콜로라도와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중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는 1차적으로 가난한 나라 빈민들에게 위협이 된다. 이런 점을 알게 되면 선진국 부자들로 하여금 이 문제에 진지하게 대처하도록 설득하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이 문제를 설명하지 말았어야 했나?

[200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필자는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및 공공정책 대학원 명예교수다. ‘갈등의 전략(The Strategy of Conflict)’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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