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음료 대결 이번엔 이뤄지나
건강음료 대결 이번엔 이뤄지나
용호상박. 동아제약의 자양강장제 박카스와 광동제약의 비타민음료 비타500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매출에선 박카스가 한걸음 앞선다.
박카스는 2009년 116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비타500은 825억원에 그쳤다. 박카스는 2005년 이후 단 한번도 매출 1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지만 비타500은 2005년과 2006년 단 두 차례 1000억원을 돌파했다. 판매량에선 비타500이 웃고, 박카스가 운다. 비타500은 매년 4억여 병을 팔아치웠다. 박카스의 판매량은 비타500에 1억여 병 뒤진 3억여 병에 머물러 있다. 비타500의 판매량이 박카스를 압도하는데 매출이 적은 이유는 간단하다. 비타500의 병당 가격(500원)이 박카스보다 200원 싸기 때문이다.
박카스·비타500 맞대결 개봉박두흥미로운 점은 박카스와 비타500이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박카스는 약이다.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다만 의사처방 없이도 먹을 수 있다. 타이레놀과 비슷한 등급으로 이해하면 쉽다.
박카스의 활동무대는 자양강장제 시장이다. 시장점유율은 80%로 단연 업계 1위다. 비타500은 비타민음료다. 진짜 라이벌은 롯데칠성음료의 비타파워다. 시장점유율은 70%. 역시 업계 1위다. 두 음료는 완전히 다른 시장에서 팔리지만 맞수 이미지가 강하다. 두 음료 모두 건강에 좋은 데다 맛이 비슷해서다. 고객이 박카스를 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도 크다. 비타500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박카스와 비타500의 ‘묘한’ 대결에 불편한 쪽은 아무래도 동아제약이다. 1963년 출시된 박카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히트제품 중 하나다. 기능성 음료의 명실상부한 1세대이자 자양강장제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올해로 출시 49년,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 됐다. 2001년 출시된 비타500은 이제 갓 11살이다. 중년 남성(박카스)을 상대로 초등학생(비타500)이 접전을 펼치는 구도라는 점에 비춰볼 때 동아제약의 심기가 불편한 건 당연하다. 동아제약 내부 관계자는 하지만 다르게 말한다. “박카스와 비타500을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판매시장이 다르기도 하지만 유통망이 크게 다르다. 판매량에서 비타500이 박카스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불만 섞인 이 말은 사실이다.
박카스는 약국에서만 판다.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원하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다. 의약품인 탓에 판촉·유통도 쉽지 않다. 동아제약이 2004년 박카스를 수퍼·할인점에서 팔기 위해 대전지방식약청에 제품허가변경신고를 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동아제약은 박카스의 주성분인 카페인을 제외한 뒤 박카스를 그대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지만 식약청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비타500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비타민음료이기 때문에 수퍼는 물론 편의점·백화점, 심지어 약국에서도 팔 수 있다. 광고도 박카스보다 자유롭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통망에서 봤을 때 광동제약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업력은 박카스가 훨씬 낫다”며 “같은 시장에서 맞붙으면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박카스와 비타500의 맞대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불씨를 지핀 주인공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지난해 12월 22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 가면 수퍼마켓에서 약을 사 먹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나?” 일반의약품의 수퍼 판매를 원하는 유통업체 사람들은 반색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박카스를 약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는 편”이라며 “굳이 약국에서만 팔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모 유통업체 관계자도 “박카스를 몰래 들여와 편법으로 파는 상인도 많다”며 “박카스의 고객을 생각할 때 어디서든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낫다”고 거들었다.
“박카스 유통망 확대 최대 수혜”증권업계에선 벌써 박카스가 유통망 확대의 최대 수혜품목이 될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박카스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 편의점 등 새로운 시장에 쉽게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동부증권 김태희 연구원은 “제약사 입장에선 없던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셈”이라며 “일반의약품 시장의 최강자인 박카스의 매출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김혜림 연구원은 “박카스처럼 인기가 높은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보유한 제약업체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망이 맞는다면 광동제약으로선 타격을 받는 셈이다. 비타500의 기존 고객이 박카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박카스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현재로선 법적으로 수퍼 등 유통업체 판매가 금지돼 있어서다. 박카스는 새로운 시장에 높은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진입하는 것뿐이고, 비타500은 강력한 경쟁자를 안방에서 만나는 격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양측의 입장이 180도 바뀐 셈이다. 동아제약이 차분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광동제약은 발톱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이유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정책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뚜렷한 입장을 밝힐 순 없고, 입장정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의 수퍼 판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의약품도 오·남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약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아직 구체적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 수퍼 판매는 오래된 이슈다. 이해가 상충하는 이슈에서 찬반이 엇갈릴 때면 일단 시행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보완해나가는 게 방법이다.
의약분업과 약국에서의 한약 조제 등 논란이 이런 방식으로 풀렸다. 또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걸 원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은 “국민 불편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며 “일반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통 장벽이 없어진다면 소비자가 박카스와 비타500 중 어느 편의 손을 더 들어줄까.
■ 정부·관련 단체 찬반 팽팽
약사·복지부 “유통망 확대 반대”
개원 의사들로 이뤄진 개원의협회는 “현재 우리 국민의 수준을 봤을 때 일반의약품의 수퍼 판매가 허용돼도 무분별하게 복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대한약사회 전국 16개 시·도지부장은 성명서에서 “일부 국민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미명으로 논의되는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는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이는 결국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 민대식 팀장은 “박카스를 과다 복용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의 유통망을 확대하기보단 오히려 판매기준을 강화하는 게 국민 건강을 위해 좋다”고 잘라 말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반대 입장이다.
김혜민 기자 has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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