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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만의 세계

남자들만의 세계

중국에선 곧 젊은 남성의 숫자가 여성보다 수천만 명이나 많아질 전망이다.

1927년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남자들만의 세계(Men Without Women)’라는 단편집을 출간했다. 한 세기도 안 지난 지금 이는 인류의 갈수록 심각해지는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유엔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더 많다. 이 같은 성비격차는 특히 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 아시아에는 남자가 1억 명이나 더 많다. 여자가 더 많은 서방세계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다른 조건이 모두 동등하다고 가정할 때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의 사망률이 남성보다 낮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야 센은 이를 아시아의 ‘실종여성’ 미스터리라고 부른다.

이 같은 미스터리는 경제학적으로 일부 설명이 가능하다. 상당수 아시아 국가에선 남아를 선호한다. 여아의 경제적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여자가 많이 하는 가사(家事)는 남자들이 하는 돈벌이보다 덜 중요하다고 간주된다. 그리고 여성은 물론 조기결혼과 최소한의 피임이 맞물려 다산 위험에 노출된다.

센이 처음 실종여성(선별적 낙태, 영아살해, 경제적 차별이 없었다면 오늘날 존재했을 여성)을 추산했을 때 그 숫자는 1억 명이었다. 지금은 분명 더 많아졌다. 아시아 국가의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됐지만 성비격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남아선호 사상 탓에 여아의 선택적 낙태가 횡행한다. 초음파검사로 가능해진 이런 관행은 법으로도 막지 못한다. 미국인 여권운동가 메리 앤 워런은 이를 ‘여성학살(gendercide)’이라고 불렀다. 인도 북서부에서 가장 흔하지만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중국에서도 성행한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인구학자 니콜라스 에버스탯에 따르면 오늘날 중국에선 4세까지의 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123명 안팎에 달한다. 그 숫자가 106명이었던 50년 전보다 격차가 훨씬 더 벌어졌다. 장시(江西), 광둥(廣東), 하이난(海南), 그리고 안후이(安徽) 성의 경우 남아 수가 여아보다 30% 이상 많다. 오늘날의 중국 신생아가 성년에 이를 무렵엔 만성적인 배우자 파동을 겪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젊은 남성 다섯 명 중 한 명이 짝을 못 만나게 된다. 20~39세 연령대 그룹에선 남자 수가 2200만 명이나 더 많아진다. 인구 1000여만 명의 도시(가령 서울) 두 개에 남자들만 산다고 가정하면 된다.

경제학자들도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젊은 남성이 그렇게 많이 남아돌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점이다. 역사가 주는 답은 불안감을 안겨준다. 독일 학자 군나르 하인손에 따르면 1500년 이후 유럽제국의 확장은 청년 인구가 급증한 결과였다. 1914년 이후 일본의 제국주의 확장정책도 마찬가지로 청년인구 급증의 결과였다고 하인손은 주장한다. 냉전 중 알제리·엘살바도르·레바논 등 청년인구가 급증한 국가에서 내전과 혁명이 가장 심했다. 하인손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가 부흥하는 현상 또한 이슬람 독신남성의 급증과 연관지었다. 다음으로 독신남성이 급증하는 나라는 중국과 인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학자 발레리 허드슨과 안드레아 덴 보어 같은 정치학자는 경고한다.

그 영향은 무시무시하다. 헤밍웨이 단편집 ‘남자들만의 세계’는 대부분 폭력에 얽힌 이야기다. 폭력배, 투우사, 부상 군인들이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의 제목은 ‘살인자들(The Killers)’이다.

짝을 만나지 못하는 다음 세대의 아시아 남성들은 불가피한 욕구불만을 스포츠나 비디오 게임 등 무해한 방식으로 해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희망에 불과하다. 이들 독신 세대는 브라질 식의 범죄든 아랍 식의 혁명이든 내정불안의 불씨가 될 듯하다. 또는 유럽에서 그랬듯이 그들과 그들의 남성 호르몬이 해외로 퍼져나가리라 예상된다. 아시아의 국가주의는 이미 시퍼렇게 날이 선 상태다. 다음 세대에 가서는 그것이 ‘마초 군국주의’ 나아가 제국주의의 형태를 띠더라도 놀라지 마라. 딸들을 잘 간수해야 한다.

[필자는 하버드대의 저명한 역사학자로 뉴스위크의 고정 칼럼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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