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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프로야구의 경제학 >> 프로야구 30년 ‘한국판 양키스’ 만든다

2011 프로야구의 경제학 >> 프로야구 30년 ‘한국판 양키스’ 만든다

4월 2일 서울 잠실 경기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개막전.



프로야구가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프로야구는 단체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프로화한 국내 스포츠 산업의 맏형이다. 청년기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여전히 모기업의 지원에 기대는 적자 구조다. 프로라고 하지만 미국·일본에 비하면 질과 양 모두 부족한 점이 많다.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상품 판매를 비롯해 입장권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새로운 구장도 나올 전망이다. 젊은 층에서 인기가 대단한 것도 긍정적이다. 돈 되는 비즈니스로 거듭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2008년의 일이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1군 주전으로 갓 활약하기 시작한 투수가 “연예인은 좀 거만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선배들을 따라 가끔 연예인과 어울리는 자리에 나갔지만 뭔가 ‘꿀린다’는 느낌을 가졌다고 한다.

개인적인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1982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는 31만6000명을 동원한 ‘애마부인’이었다. 1982년은 한국에 프로야구가 출범한 해다. 그해 대구 연고의 삼성라이온즈는 홈 관중 33만467명을 기록했다. 박철순이나 백인천 같은 프로야구 간판 스타들은 A급 배우나 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2004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전국에서 관객 1200만 명을 끌어 모았다. 그해 프로야구 관중 동원 1위 팀 두산의 기록은 72만6359명이었다. 1991~2006년 기간에 영화 산업은 관객 수 기준 194%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프로야구 관중 수는 오히려 20.6%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영화 관객 대비 프로야구 관중 수는 1991년 7.3%에서 2006년 2.0%로 떨어졌다. 그러니 갓 1군에 올라온 무명 선수라면 연예인 앞에서 주눅이 들 법도 하다.



구단들 모기업 지원에 의존한국 스포츠 산업은 규모 면에선 상당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2009 체육백서’에 따르면 2008년도 스포츠 산업 규모는 26조3614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2.57%를 차지했다.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1.71%)이나 일본(2.54%)보다 높다.

그러나 전체 산업에서 야구를 포함한 프로 스포츠가 차지하는 몫은 미미하다. 스포츠 경기업 전체 시장 규모(10조7412억원) 가운데 91.1%는 경마·경륜·경정이 차지하고 있다. 야구·축구·농구·배구를 합한 프로 스포츠(3737억원)는 고작 3.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스포츠 마케팅 교과서에 따르면 스포츠산업의 핵심은 프로 스포츠다. 어느 분야보다 대중의 관심이 쏟아진다. 용품·시설·정보 등 관련 분야의 동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선도 업종이다. 그러나 체육백서에서 보듯 한국 프로 스포츠 산업은 아직도 초보수준이다.

프로야구는 단체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프로화가 이뤄졌고, 그만큼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규모뿐 아니라 내실 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9년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총 2164억원, 평균 270억원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선수 연봉, 입단 계약금, 이적료, 교육훈련비 등 선수단 운영비가 전체 지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프런트 운영과 관련된 판매관리비다. 선수단 운영비는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줄이기 어렵다.

장부상 총매출은 총지출과 거의 비슷하다. 구단 모기업에서 광고비 등 명목으로 지원하는 금액을 매출로 잡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과 함께 구단 적자를 보전하는 범위까지는 모기업이 면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 모기업 지원금을 제외한다면 수익구조는 매우 열악하다.

삼성라이온즈는 국내 최대 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야구 전통이 깊은 대구를 연고지로 하는 명문 구단이다. 통산 승률 1위(0.560)에 한국시리즈 12회 진출, 3회 우승에 빛난다. 2009년 삼성은 매출 341억원을 올렸고, 그만큼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입장 수입은 22억원에 그쳤다.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분배 받는 중계권 및 라이선스 수입은 20억원가량. 나머지 300억원가량은 광고 및 사업 수입 명목으로 들어온 모그룹 지원금이다.

국내 프로야구단은 모기업인 대기업의 지원 아래 운영되고 있다. 2008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두산전을 관람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
원년 프로야구단의 선수단 규모는 팀당 30명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정식 선수만 팀당 63명. 그 외 군입대한 선수나 연습생 격인 신고 선수까지 더하면 100여 명 가까운 선수단을 유지하는 구단도 있다. 프런트 조직도 초창기 10명 내외에서 40~50명으로 커졌다. 자체 연습장, 2군 운영 등에 드는 비용도 늘어났다. 그러나 구단 은 여전히 모기업에서 적지 않은 지원을 받는다.

이용일 초대 KBO 사무총장은 구단 재정 부실화에 대해 “인프라 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한다. 1985년 10월 개장한 부산 사직구장은 프로야구에서 둘째로 2만5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구장이다. 그 뒤 대형 구장 건설은 2002년 개장한 인천 문학구장이 유일하다. 메이저리그에서 1982~2003년 33개 구장이 새로 들어선 것과 비교된다. 프로야구 8개 구단 가운데 절반은 1만 명가량만 입장 가능한 낡은 구장에서 야구를 한다. 수용 규모가 작으니 수입을 올리기 어렵다. 게다가 시설이 낡아 입장권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법적·제도적 제약도 컸다. 2002년까지 각 구단은 입장료를 자율적으로 정하지 못했다. 입장료가 물가관리 대상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구장 건설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삼성의 경우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초반 등 세 차례에 걸쳐 구장 건설을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비용도 문제였지만 기업이 야구장을 지어도 법에 묶여 마음대로 영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실한 인프라가 발전 걸림돌
4월 5일 LG-SK전을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단 운영도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구단 사장은 “극단적으로 야구단은 돈을 벌 필요가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조직 수장인 사장은 그룹사 임원 가운데 한 명이 내려온다. 임기는 대개 2~3년이다. 재임을 위해선 당장의 성적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프로야구단 조직은 크게 야구단 운영, 홍보, 마케팅 등 세 파트로 이뤄져 있다. ‘주식회사’로서 돈을 벌어야 할 마케팅 부서가 한직 대접을 받은 게 최근까지의 일이다.

프로야구단이 30년 내리 적자를 냈지만 돈만 날릴 건 아니다. 롯데자이언츠의 장병수 대표는 “프로야구단은 단순한 매출 창출보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팬 관리가 곧 기업 고객 관리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롯데자이언츠의 열성 팬이라면 롯데 제품에 손이 먼저 가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프로야구단은 기업들이 요즘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공헌의 창구이기도 하다. 예컨대 구단마다 불우한 어린이를 야구장에 초청해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이벤트를 많이 벌였다. 롯데는 올 시즌 모든 경기에서 자이언츠 선수들이 출연한 유니세프 후원 광고를 상영한다.
롯데자이언츠는 8개 구단 가운데 상품 판매 매출이 가장 많다. 사진은 백화점의 매장 모습.

흑자 구조로 돌아설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2006년 304만 명이던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관중은 2008년 526만 명으로 늘었고 2009, 2010년에는 모두 590만 명을 넘어섰다. 관중 수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대형 구장을 보유한 롯데가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이 3년 동안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흥행 불모지던 인천의 SK도 압도적인 성적을 바탕으로 팬을 야구장으로 모았다. 역으로 보자면 롯데와 SK가 부진하면 프로야구 관중 수는 다시 400만 명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질적인 변화가 있다. 롯데 구단의 매출액은 2007년 157억원에서 2009년 301억원으로 늘었다. 두 시기 모그룹 지원금은 120억원대로 비슷했다.

하지만 2009년 롯데는 입장료 62억원, 광고 34억원, 프로모션 30억원, 상품판매 36억원, KBO 분배금 20억원 등 181억원을 구단 자체로 벌어들였다. 입장료 외 분야 매출 실적이 두드러진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 젊은 팬들은 과거와는 달리 야구를 더 잘 즐기기 위해 돈을 쓴다”고 말했다. 비싼 좌석일수록 더 많이 팔리는 게 최근 프로야구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적자 냈지만 기업 이미지 높여SK의 성공은 드라마틱하다. 인천 연고 구단은 1982년 삼미부터 지금의 SK까지 모두 다섯 번이나 변했다. 토박이가 적은 지역 특성까지 겹쳐 연고 구단이 뿌리내리기 매우 어려운 곳이다. 그러나 신영철 SK 사장은 2007년부터 ‘스포테인먼트’를 주창하며 프런트를 고객을 만족시키는 조직으로 변모시키려 했다.

사장 아래 선수단 운영을 책임지는 단장을 두던 시스템에서 단장과 마케팅 책임자를 동급으로 놓는 인사 개혁도 했다. 2006년 경기당 5256명이던 SK 관중은 2007년 구단 사상 처음으로 1만 명대를 넘겼고, 그 뒤 매년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98만3886명을 입장시켜 100만 관중을 눈앞에 뒀다.

최근 3년 동안의 흥행 호조에 고무된 KBO는 9, 10구단을 가입시켜 리그 확장을 꾀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3월 29일 KBO 구단주 총회는 온라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를 9구단 회원사로 정식 승인했다. 팀 증설과 함께 구장 건설도 가시적이다. 구단의 야구장 장기 임대를 가능케 한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 뒤 대구와 광주는 2014년까지 2만5000~3만 석 규모 구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2015년까지 제9구단을 위한 야구장을 신축하겠다고 약속했다. KBO는 10개 구단이 모두 2만5000석 이상 구장을 보유한다면 연간 관중 1300만 명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민규 일간스포츠 기자



2010년 포브스코리아 조사

국내 프로야구단 가치 두산 1위
월간 경영 전문지 ‘포브스코리아’는 지난해 11월호에 국내 프로야구 구단의 가치 평가 결과를 실었다. 서울을 연고지로 둔 두산베어스가 1329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부산이 연고지인 롯데자이언츠였다(1270억원). SK와이번스(인천)와 LG트윈스(서울)는 각각 3위와 4위였다(표 참조). 각 구단 가치 평가 순위는 2010년 정규리그 성적과는 차이를 보였다. 다만 성적이 7, 8위였던 넥센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는 가치 평가에서도 각각 7위와 8위였다.

포브스코리아의 프로야구단 가치 평가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평가 기준을 따랐다. 포브스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시장, 스포츠, 브랜드, 스타디움 가치를 평가해 매년 순위를 매긴다. 시장 가치는 각 구단 연고지의 인구 수·경제 규모 등을 따져 점수로 환산한다. 스포츠 가치는 각 구단이 경기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홍보·광고 효과를 따진다. 스타디움 가치는 구장 운영을 통해 구단이 수익을 얼마나 거두느냐를 평가한다. 브랜드 가치는 야구팀의 인지도를 따진다. 국내에서는 네티즌 4592명을 설문조사했다.

2009년 포브스코리아 평가에서는 롯데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두산이 롯데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이유에 대해 포브스코리아는 “시즌 88억원의 구장 수입을 올리며 전체 구단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두산은 ‘가장 선호하는 팀’을 묻는 네티즌 조사에서 롯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스타디움 가치가 높은 구단이 대부분 가치 평가 상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지방 야구장의 열악한 사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기업 이미지가 구단의 브랜드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티즌 설문조사 결과 ‘브랜드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팀을 고른 요인’에 대해 응답자의 42%는 ‘기업 이미지’를 꼽았다. 그 다음은 연고지(24%)와 선수(20%), 성적(14%) 순이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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