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자동차 핵심 경쟁력 갖춰 2~3년 더 갈 것
Interview >> 자동차 핵심 경쟁력 갖춰 2~3년 더 갈 것

1996년 10월 영국 유학을 마치고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 담당자로 새 업무를 맡은 김학주 과장(당시)은 잊지 못할 ‘사고(?)’를 쳤다. S선박의 영업실적을 추정하기 위해 해당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당시만 해도 회사 공시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예상 실적을 파악하는 게 애널리스트가 기업 실적을 추정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다른 모든 증권사에서는 그 회사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김 과장은 회사 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흑자가 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나 홀로 보고서’를 썼고 이 내용은 신문에도 보도됐다. 결과는 특종일까 왕따일까? 얼마 있지 않아 S선박은 영업적자를 발표했고, 김 과장은 투자자로부터 상당 기간 항의와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애널리스트로서 처음 기업 실적을 분석하면서 진땀을 흘리던 김 과장. 그가 바로 한국 최고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는 우리자산운용 김학주 본부장이다. 그는 현대증권에서 자동차업종 애널리스트로, 삼성증권에서는 리서치센터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1월부터는 우리자산운용 알파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이유는.“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처음 한 것이 ‘일’이다. 나도 그동안 기업분석 분야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었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연속 3년 아시아 머니에서 선정한 한국 최고의 애널리스트에 오르는 영광도 얻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서 할 일은 다한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왜 펀드매니저인가.“그동안 리서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 조언을 해왔다. 이제는 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직접 펀드운용을 하게 됐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 어린이를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어린아이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펀드를 만들어 나중에 수익 중 일부를 이런 어린이를 위해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
리서치와 펀드운용은 다를 텐데.“다르지 않다. 주식을 보는 건 누구나 다 똑같다.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나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나 동일하게 ‘안 보이는 것을 보는 능력’ ‘기업을 해부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결국은 기업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중요하다. 나머지 일하는 방식은 모두 부수적이다.”
궁금한 건 그가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후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을까다. 그는 현재 우리자산운용의 알파운용본부장이다. 알파운용본부는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채권, 해외 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적극적 펀드를 운용하는 곳이다.
“지난해 9월부터 ‘우리 주니어 네이버펀드’를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성과는 괜찮다. 이전에는 수익률 순위가 하위권에 머물렀는데 지난 6개월 성과는 상위 10% 안에 들어와 있다.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나 직접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나 마치 샴쌍둥이처럼 동일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김학주 본부장은 기업을 분석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알 수 있나.“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미래의 이익을 좌우한다. 남이 할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역량이 남아 있다면 향후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은 재무제표로는 파악할 수 없다.”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
“인적 네트워크가 답이다. 그 회사의 영업현황과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회사의 CEO일 수도 있고 영업현장에 있는 생산직 관리자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을 만나서 얻은 정보를 모자이크하면 회사의 앞날을 알 수 있다.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나의 분석 경쟁력이다.”
그런 핵심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은.“역시 자동차가 가장 안전하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과 일본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이에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러한 흐름을 최소 2~3년은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련주가 많이 올랐지만 상승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본다.”
한국 최고의 애널리스트라는 정상에서 스스로 내려와 또 다른 산을 오르고 있는 김학주 본부장. 그는 헤지펀드에 관심이 많다. 국내 증시에서 헤지펀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는 이미 해외시장을 통해 꿈에 다가서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에 있는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운용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왜 헤지펀드인가.“기존의 펀드는 주가가 상승할 때 수익을 내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대안이 없다. 선물 등 파생상품으로 일부 헤지는 하지만 하락장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가든 절대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헤지펀드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 외환, 원자재 매매 등을 통해 수익을 다양화·극대화할 수 있다.”
국내에도 헤지펀드가 조만간 도입될 텐데.“국내에 설립되는 헤지펀드는 매력이 없다고 본다.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제적인 헤지펀드와 비교하면 여전히 운용에 대한 제약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 비용 면에서도 해외시장에서 활동하는 펀드에 비해 불리하다. 기다리지 않고 미리 나서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학주 본부장의 트위터(hagjukim@twiter.com)를 방문했다. 혹시나 추천종목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트위터 말머리에는 ‘이 시대의 마지막 펀더멘털리스트’라고 쓰여 있었다.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다시 헤지펀드매니저로 변신하고자 하는 그가 정작 돌아가고 싶은 종착역은 ‘기본(fundamental)’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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